- 레드와인보다 가볍고 상큼해 - 맥주 대신할 여름주류로 각광 - 치킨·마른안주와도 어울려 - 장밋빛 '로제' 여성 특히 선호
마라톤 마니아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맥주를 마시기 위해 마라톤을 한다"고 할 정도로 맥주를 즐긴다. 찌는 듯한 더운 여름, 타는 목을 해갈할 주류로는 맥주만 한 게 없다. 시원한 맥주는 여름 술의 대명사다.
하지만 이런 맥주에 최근 스파클링와인 로제와인 등 화이트와인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탄산가스가 가득한 차가운 스파클링와인을 한 모금 마시면 갈증이 대번에 날아간다. 조그맣고 약하지만 수없이 많은 탄산가스가 입 안을 자극할 때의 청량감은 생각만 해도 시원하다. 포도의 달콤함이 기분을 상승시켜줄 뿐더러 알코올 도수가 낮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더군다나 가벼운 한 두 잔은 긴장 해소 등 몸에도 좋다.
부산롯데호텔 정대성 이성호 소믈리에가 여름철에 즐길 만한 화이트와인을 추천하고, 맛있게 마시는 법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정대성 소믈리에는 "여름에는 무겁고 알코올도수가 높은 레드와인보다 청량감이 있는 스파클링와인이 더 어울린다"며 "스파클링와인이나 샴페인은 이전까지는 겨울 파티용이었는데 요즘은 사계절, 특히 여름에 즐기려는 고객이 늘었다"고 말했다.
■샤토 드 페슬레 로제 앙주
스파클링 와인은 두 번에 나눠 따르는 것이 좋다.
프랑스 앙주 지역의 그롤로(70%)와 카베르나 프랑(30%) 품종으로 만든 로제와인. 로제와인은 장밋빛이 나 '로제(Rose)'라는 말이 붙었다. 매혹적인 빛깔과 맛 때문에 특히 여성이 선호한다. 붉은 빛이 나는 화이트와인이나 레드와인처럼 탁한 붉은 색은 아니다. 적은 양의 레드와인을 물에 섞은 듯한 빛깔이다. 그래서 가볍게 보여 시각적으로 먼저 만족감을 준다. 그롤로의 상큼함과 카베르나 프랑의 화려함이 적절히 조화됐다. 알코올 도수는 11%.
보통 화이트와인을 제조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화인트와인과 레드와인을 섞어서 만들거나 ▷레드와인의 껍질을 침전시켜 착색(투명하게)해 제조하고 ▷레드와인 품종으로 발효시켜 만드는 방식으로 구분된다. 이 중 로제와인은 두 번째인 레드와인의 껍질을 침전시키는 방식으로 제조된다. 그래서 화이트와인이면서도 레드와인의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것 이 장점이다. 실온보다 낮은 10~12도에서 보관하면 좋다. 가격 시중가로는 3만 원 정도. 너무 무겁거나 향이 강한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가벼운 치즈나 해산물, 치킨샐러드가 어울린다.
■마티니 아스티 스푸만테
이탈리아 아스티지역의 모스카토(100%) 품종으로 만들어지는 스파클링와인. 제비꽃 등 여러 꽃향이 높은 당도와 어우러져 '맛있다'는 감탄사부터 쏟게 만든다. 와인잔을 귀에다 대면 탄산가스가 올라와 퍼지는 소리가 시원해 청각적으로도 맛있게 와인을 즐길 수 있다.
처음 와인을 접하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하다. 시큼하거나 떫은 맛이 적고 달달함과 탄산가스가 주는 청량감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특히 여성들이 많이 좋아한다고. 10도 미만의 온도에서 차갑게 저장해 마시면 청량감이 더욱 살아난다. 시중가로는 3만 원 정도 수준이어서 마시기에도 그리 어렵지 않다. 이탈리아 정부가 인증하는 최고 와인등급인 DOCG를 받았다.
단맛이 강하기 때문에 디저트 음식과 어울린다. 과일이나 쥐포 같은 마른안주, 프라이드 치킨, 너무 맵지 않은 양념통닭과도 좋다.
■모엣샹동 앵페리알
모엣샹동은 샴페인의 창시자인 돔 페리뇽 회사에서 만들어지는 대표 샴페인이다. 가격이 만만치않아 '특별한 날에 마시는 샴페인'이라 불리기도 한다. 흔히 스파클링와인을 샴페인으로 알고 있으나 프랑스 상파뉴(Champagne) 지역에서 난 스파클링와인만 샴페인이라고 부른다. 그 외 지역은 모두 스파클링와인이다. 모엣샹동 앵페리알은 샴페인의 대표 고장에서, 샤르도네(21%) 피노누아(50%) 피노뫼니에르(29%) 품종으로 만들어졌다. 이 와인은 비싸기 때문에 맛과 향을 제대로 음미하기 위해 고급요리와 먹는 것이 좋다. 해산물과도 잘 어울리며 특히 굴요리와는 '황금 마리아주'를 자랑한다.
■카티에르 브뤼 로제 레드 키스
프랑스 상파뉴 지역에서 생산된 로제 샴페인으로 최근에 국내에 소개됐다. 피노누아와 피노뫼니에르(90%)가 주 품종이며, 묽은 붉은 색을 띄지만 샤토 드 페슬레 로제 앙주보다는 짙다. 체리 딸기 등 과실향이 복합적으로 나며 적포도 품종으로 제조하다보니 일반 샴페인 중에서도 고가다. 화이트와인 품종보다는 적포도 품종이 더 비싸고 공정 또한 까다롭기 때문이다. 로제와인처럼 로제샴페인도 화이트와인이면서 레드와인의 맛을 복합적으로 느낄 수 있다. 알코올 도수는 12%. 비싼 와인인만큼 고급 요리와 함께 먹는 것이 좋다. 식전주로 좋으며 해산물과 잘 어울린다.
# 맛있게 드시려면 체크하세요
■화이트 와인 보관법
여름에 즐길만한 추천 화이트와인. 오른쪽부터 샤토 드 페슬레 로제 앙주, 마티니 아스티 스푸만테, 모엣샹동 앵페리알, 카티에르 브뤼 로제 레드 키스.
스파클링와인 로제와인 샴페인 등과 같은 화이트와인은 차갑게 보관해 마셔야 제대로 된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다. 전용 저장고인 와인셀러가 있으면 좋지만 없는 집이 대부분이어서 보관에 신경을 써야 한다.
시원하게 할 거라고 해서 무작정 냉장고에 넣으면 안 된다. 와인병과 마개를 통해 냉장고의 잡냄새들이 흡수돼 향과 맛이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냉장고에 보관한다면 하루~이틀 정도가 적당하다. 늦어도 이틀은 넘기지 말아야 한다.
서늘한 곳에서 보관했다가 마시기 한 시간 전 얼음이 가득 담긴 볼에 와인병을 넣어 차갑게 식힌 뒤 마시는 방법이 가장 무난하다. 와인의 맛과 향은 지키면서도 얼음이 와인의 온도를 식혀 미감을 더욱 증가시킨다.
■좋은 스파클링 와인 고르는 법
시음을 해보고 입맛에 맞는 와인을 선택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지만 그렇지 않고 외관만 보고 골라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와인병 외관만 보고도 좋은 와인을 고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먼저 와인병의 몸통은 굵은 반면 병목이 가늘수록 탄산가스가 많이 차 있어 더 맛있는 스파클링와인이라 할 수 있다. 또 와인병 바닥(펀트)이 움푹 패일수록 탄산가스가 더 많이 차 있어 좋다.
잔에 따를 때의 모양을 보고도 좋은 와인을 고를 수 있다. 두 개의 잔에 종류가 다른 스파클링와인을 따르는 테스트를 해보자. 스파클링와인의 기포가 천천히 가라앉고, 탄산가스가 쉽게 없어지지 않고 계속 나와 올라오면 좋은 와인이다.
스파클링와인을 따를 때에는 거품이 많이 올라오기 때문에 두 번에 나눠 따르는 것이 좋다. 한 번 따르고 거품이 어느 정도 가라앉으면 다시 와인을 따라 와인잔의 2분의 1 또는 3분의 2 정도 양에 맞추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