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이는 동인을 가까운 친척끼리(宗親) 함이니 인색하다. 상에 말하기를 ‘동인을 친척끼리 함’이 인색한 도리이다.[同人卦 六二]
중국의 외교부장 왕이가 “항장무검 의재패공(項莊舞劍 意在沛公)이라”고 하였다. 항장이 홍문의 잔치에서 칼춤을 춘 의도는 유방(패공, 훗날의 한나라 고조 )을 죽이려는 데 있다는 뜻으로, 우리나라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이, 미국이 북핵을 핑계로 중국을 감시하려는 것이라는 불만의 말이다.
초패왕(楚覇王) 항우는 거칠 것이 없었다. 임시로 의제를 세워 후방을 든든히 한 뒤에, 진나라의 군대를 파죽지세로 격파하면서 2년도 안되어 중국 전역을 장악했다. 다만 의제가 “관중땅을 먼저 점령하는 사람을 왕으로 삼겠다.”고 한 말이 걸렸다. 하찮게 여겼던 유방이 관중을 먼저 점령한 데 그치지 않고, 그럴듯한 언변과 온갖 인심 내세우는 일에 앞장을 서서 항우의 휘하에서도 은연중 유방을 따르고자 하는 사람이 많았다.
항우를 도와 패왕의 자리에 앉게 한 범증은, 유방이 항우의 치명적인 적임을 깨달았다. 그래서 유방을 초청한 잔치를 열어서 항우를 무시하고 월권을 행사했다는 죄를 물어 죽이거나, 여의치 않으면 항장이 검무를 추다가 죽이도록 계책을 세웠다. 그러나 유방은 항우의 막내숙부 항백에게 사돈을 맺자는 등 감언이설로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서 정보를 빼내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장량과 번쾌의 도움으로 그 자리를 빠져 나갔을 뿐만 아니라, 훗날 항우를 죽이고 대신 중국을 통치하게 된다.
항우의 입장에서는 반드시 죽였어야만 하는 유방이다. 유방을 죽이지 않고 머뭇거리다가 도리어 죽임을 당한 것이 역사의 가르침이다. 그렇다면 왕이부장의 말은 실언이다. 우리나라가 사드를 배치 안하고 머뭇거리다가, 중국이나 북한에 의해 멸망당해야 옳다고 말한 셈이기 때문이다.
왕이부장은 또 “사마소의 야심은 길 가는 사람도 다 안다(司馬昭之心 路人所知)”고 했다. 이 말은 사마소가 조모(曹髦)를 허수아비 임금으로 세우고, 사마씨를 높여서 그 아들 사마염이 황제가 되는 길을 여는 행보를 하자, 위나라 임금 조모가 ‘어차피 망할 것 한번 꿈틀거리기나 해보자!’ 하고 외친 말이다. 결국 사마소에게 죽임을 당하고, 훗날 사마염에게 나라도 빼앗겼다. 아마 왕이부장은 미국을 사마소에 빗대서 한말이겠지만, 이 역시 실언이다. 남한에게는 서서히 압박하며 협박하는 북한이 사마소고, 미국에게는 북핵을 이용해 미국을 위협하려는 중국이 사마소이기 때문이다.
왕이부장은 흑룡강성에 초대형 레이다를 설치하고 한반도 전역을 샅샅이 살피고 있는 속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급하고 자신의 뜻을 관철하고 싶어도, 이익에 눈이 어두워 사리를 분별하지 못하면, 이처럼 실언을 하거나 혹은 속마음을 드러내게 된다. 그것은 스스로 대국이라고 자랑하는 중국의 외교부장이라도 벗어날 수 없는 진리인 것이다. 그래서 역에서는 ‘능력과 안목이 있는 훌륭한 사람이라도, 가깝다고 해서 너무 티 나게 편들고 좋아하면 눈이 멀어 실수하게 되고, 주변에서 보는 눈도 곱지 않다’고 가르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