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힘내세요...
2년전 어린아이 4명을 데리고 면사무소에 찾아와 눈물을 글썽이던 여자분이 있었습니다.
접형동암으로 수술을 받는 남편의 병원비 때문에 찾아온 30대 중반의 그 여성은 아무리 어려워도 남편을 이대로 죽게 할 수는 없다고 눈물을 쏟았습니다.
아직은 어린 아이들을 키우던 그녀는 마을에 일거리가 생기면 남편의 병원비에 보태기 위해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았고 남편 병수발까지 억척스럽게 생활해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남편 김기철(가명·55)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를 했습니다.
18년이나 어린 아내가 나이 많고 병든 자신을 간병만 하다 새벽녘에 갑자기 심장마비를 일으켜 세상을 떠났다고 했습니다.
아내는 남편과 자식 뒷바라지에만 신경을 쓰느라 자신의 몸은 전혀 돌보지 않았으며,남편의 병간호로 그렇게 병원출입을 많이 하고서도 정작 자신의 병은 알지 못했던 겁니다.
엄마의 갑작스런 죽음 이후로 중학교 1학년생이던 큰아들은 거의 말문을 닫아버렸고,초등학교 6학년인 딸 미숙(가명·12)이가 큰오빠와 철부지 어린 동생 기수(가명·10),미혜(가명·7)를 보살피며 집안 살림까지 한다고 합니다.
설상가상으로 기철씨는 한쪽 눈까지 실명했답니다.
치료 때문에 서울에 있는 병원에 입원하는 일이 많은 기철씨는 과거에는 아내의 도움을 받았으나 아내의 죽음 이후에는 병원에 치료를 받으러 가는 것조차 힘들다고 했습니다.
아이들을 거동이 불편한 노모의 손에 맡긴 기철씨는 하루하루 긴장 속에서 병과 싸우고 있는 상황입니다.
기철씨는 하루종일 엄마를 찾으며 울다 지쳐 잠든 막내를 보면,또 자신도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아이들만 남겨질 생각만 하면 눈앞이 캄캄해진답니다.
먼저 보낸 아내에게 너무 미안해서,또 홀로 남겨질 어린자녀들이 걱정돼 반드시 암을 이겨내리라 다짐한다는 기철씨. 아이들과 나이 드신 어머니에게 씩씩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애써 눈물을 삼킨다는 기철씨는 그러나 엄청난 병원비 앞에선 무릎이 꺾인답니다.
그가 다시 희망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최경정 기장군 철마면사무소 사회복지사 051-709-4926.
지난주 지영씨 이야기 52명의 후원자 287만5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