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순을 먹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한 가죽나무

[청풍명월]

가죽나무

가죽나무의 다른 이름은‘호목수(虎目樹)’, 나무에 붙어 있던 잎자루 자국이 마치‘호랑이 눈 같다’는 뜻이다. 옛날 놀이로‘저포(樗蒲)’란 것이 있었다. 놀이기구 모양이 주사위와 비슷한데 뒷면이 가죽나무 잎 자국과 비슷하여 이런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가죽나무의 잎은 한 대궁에 여러 개가 달리는 겹잎이며, 아주 큰 톱니가 2~3개 있다. 이 톱니의 끝을 만져보면 딱딱한 알맹이가 만져지는데 사마귀라고 생각하면 알기 쉽다. 가죽나무에서 나는 고약한 냄새의 근원지가 바로 이 사마귀다.

경상, 전라도에서는 참죽나무를 가죽나무라고 하고, 표준말 가죽나무는‘개가죽나무’라고 하여 이름에 혼란이 있다. 한자로 저(樗)는 가죽나무만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 참죽나무를 포함하고 있어 역시 혼란스럽다.《해동농서》에 저(樗)라 쓰고‘참죽나무’라는 훈을 달았으며,‘두 종류가 있다’고 하였다. 나무가 실하고 잎이 향기로운 것을‘진저(眞樗-참죽나무)’라 하고 나무가 좀 엉성하고 잎에서 냄새가 나는 것을‘가저(假樗-가죽나무)’라고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름으로 가죽나무란 이름은 가짜 중나무란 뜻의‘가중나무’에서, 참죽나무는 진짜 중나무란 뜻의‘참중나무’에서 유래되었다고도 하는데 채식을 하는 스님들이 나물로 먹던 참죽나무와 비교하여 이름만 비슷하고 먹을 수 없다는 뜻으로 가죽(가짜)나무라고 했다는 것이다.

경상도에서는 식용으로 쓰는 참죽나무*를 가죽나무라 부르기도 하는데 식용하지 않는 가죽나무는‘개가죽나무’라고 하여 혼동해 쓰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나도 먹을 수 있는 것을 가죽나무라고 알고 있었다.

* 참죽나무는《장자(莊子)》〈내편(內篇)〉의‘소요유(逍遙遊)’에 처음 등장한다.“태고적에 커다란 참죽나무(大椿)가 있었는데, 8천 년을 봄으로 삼고, 8천 년을 가을로 삼았다. 그런데 팽조(彭祖-팽조: 중국 고대국가 하(夏)왕조부터 상(商)왕조에 걸쳐 800년을 살았다는 전설 속 인물)가 지금에 와서 오래 산 것으로 소문이 났으니 또한 슬프지 아니한가?”라고 했다. 8백 년을 산 팽조보다 참죽나무는 10배,20배를 더 살았다는 이야기다. 다른 사람의 아버지를 높여 부르는 춘부장(椿府丈)이라는 존칭도 참죽나무와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장자》에서 말하는 춘(椿)은 장수(長壽)의 대표나무이니 참죽나무처럼 오래 사시라는 뜻이 들어 있다는 것이다.

아무튼, 중국 사람들 과장이 심하다는 것을 고려해도 참죽나무를 오래 사는 나무의 대표로 삼은 것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참죽나무는 은행나무나 느티나무에 비하여 더 오래 산다는 기록이나 실물이 없다. 생장이 매우 빠르고, 키도 다른 나무보다 크다. 대개 생장이 빠른 나무는 수명이 짧고, 너무 키가 큰 나무는 바람에 잘 넘어지므로 오래 살 조건을 갖추지 못한다. 우리나라에 가장 오래된 참죽나무는 조선태조의 어진을 모신 전주 경기전(慶基殿) 뒷담에 붙어 자라는 보호수로 나이 250년 정도 된다.

참죽나무는 가을에 잎이 지는 갈잎나무로 키 20미터, 지름 1미터에 이른다. 나무껍질은 세로로 비늘처럼 길게 일어나서 갑옷 같고 흑갈색이다. 잎은 아까시 나무처럼 겹잎이고, 타원형의 작은 잎이 10~20개씩 붙어 있다. 원뿔모양의 꽃차례에 종모양의 하얀 꽃이 가지 끝에서 밑으로 처져 피고, 향기가 난다. 또 계란모양의 작은 열매가 열리고, 익으면서 윗부분이 다섯 개로 갈라진다. 씨는 양쪽에 날개가 있어서 날아다닌다. 참죽나무의 목재는 진한 적갈색으로 광택이 있으며 무늬가 아름답고 단단해 쓰임이 많다. 가구를 만드는데 최고급 재료로 쓰인다.

경기전 가죽나무

가죽나무 순 꽃 잎

참죽나무

참죽나무 순 열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