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공사(KBS)와 한국교육방송공사(EBS)는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방송 채널 사용 사업 등록을 승인받고, 유아·어린이 채널을 신설하겠다고 선포했다. 한국방송공사는 유료 방송 채널 사업을 담당하는 계열사인 KBS N을 통해 이번 어린이날에 KBS Kids를 HD(고화질) 방식으로 내보내기 위해 한창 막바지 준비 단계에 들어갔다. 한편, 한국교육방송공사도 예전에 폐지했던 EBS U를 통해 6월 1일부터 IPTV에서 유아·어린이 프로그램을 내보내기 위해 한창 준비를 하고 있다.
공영방송들이 앞장서서 소멸 직전 상태인 유아·어린이 프로그램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하니, 이제야 조금은 정신을 차린 모양이다. 시청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인 탓에 유료 매체를 늘리기 위한 무분별한 문어발식 확장이 아니냐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말이다. 어쨌든, 방송들이 유아·어린이 채널을 운영함으로써 유아·어린이 프로그램의 제작과 방영이 활성화된다면 이는 한국 애니메이션의 진흥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장차 일류 문화 국가를 이루는 초석이 될 것이다.
하지만 위험 변수를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 동안 반문화·반생명·반민족·반통일 성향의 친일숭미 사대모화 정치 깡패들은 예전부터 쭉 그랬듯이 자신들이 필요할 때만 한류 상품 운운하며 지원해 주는 척하다가, 사회 문제가 터지면 그 책임을 문화콘텐츠계로 떠넘겨 매질을 해 왔으니, 이 정치 깡패들이 정권을 잡고 대통령의 공영방송사장 임명권을 이용해 방송을 정권의 나팔수로 길들인다거나, 사회 문제를 구실로 매국언론이 말장난을 한다면 그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게다가, 연속극과 연예·오락 프로그램이 빼앗아간 유아·어린이 시청자를 유아·어린이 채널이 다시 빼앗아올 수 있을까도 문제다. 현재 한국 어린이들이 방과 후에는 각종 과외로 시간을 보내니, 텔레비전을 볼 수 있는 시간은 심야뿐이다. 게다가, 이 시간대에는 연속극과 연예·오락 프로그램들이 매일 방영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어린이들은 오히려 자신의 이해 수준보다 높은 수준의 프로그램들을 보면서 또래들과 공감대를 이루고, 이해 수준도 과거 한국 어린이들보다 더 높이 올라갔다.
지상파 방송만 시청할 수 있는 가정의 어린이 대부분이 연속극과 연예·오락 프로그램을 주로 보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따라서 연속극과 연예·오락 프로그램을 보면서 함께 웃고, 함께 기뻐하며, 함께 슬퍼하고, 함께 우는 한국 어린이들이 유아·어린이 프로그램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꿰뚫어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내년부터는 채널 전용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보냄으로써 자녀와 부모가 함께 볼 수 있는 텔레비전을 만들겠다는 한국교육방송공사의 계획은 매우 장기적이고 사람 중심적이다.
이제 남은 것은 방송들이 유아·어린이 채널을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달려 있다. 많은 어린이 시청자들이 연속극과 연예·오락 프로그램으로 옮겨간 현재 상황에서는 오로지 수요자 중심, 사람 중심의 운영 정책만이 유아·어린이 채널을 한국 문화콘텐츠 진흥의 초석으로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방송통신위원회는 문어발식 확장 논란을 무릅쓰고 유아·어린이 채널을 허락해 주었으니, 이제는 치졸하고 얍삽한 원압양면전술을 깨끗이 포기하고 진심으로 한국 문화콘텐츠 진흥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