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春望 [춘망] 봄을 기다리며 -
暖風春誤認 [난풍춘오인] 따뜻한 바람에 봄인줄 알았더니
殘雪亂環來 [잔설난회래] 잔설이 분분하니 둘러서 오려나.
日照霜星暳 [일조상성혜] 햇살에 서리는 별처럼 반짝이고
解氷潺溶滎 [해빙잔용영] 얼음녹아 흐르는 물 도도하구나.
早梅邊転轉 [조매변전전] 영글잖은 매화 곁을 맴도는데
花信杳空冥 [화신묘공명] 봄소식 아득하니 허전하여라.
歲月流無得 [세월유무득] 흐르는 세월은 잡을 수 없는데
遠行那急行 [원행나급행] 어찌 먼 길을 급히 가려하는가.
옛것들...선인들이 남긴 옛그림이나 한시를 좋아 하는데요
한시들은 음의 장단고저에 따라 배열된 하나의 악보입니다.
규정에 맞춰 적재 적소에 자리한 詩句들이
아래 위로 멋들어진 대구를 이룬 시들을 보면 풀이한 뜻은 예외로 하더라도
구성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예술이 아닐까 싶습니다.
시선(詩仙)이라 불리는 이백,
시성(詩聖)이라 일컬는 두보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고려를 대표하는 대 시인인 이규보의 시를 특히 좋아합니다.
사랑한다는 말만 하고 야속하게 떠나버린 님을 그리는
연네의 마음이 구절구절마다 애절하게 배어 있는 미인원(美人怨)이란 詩.
바로 읽거나(정독) 거꾸로 읽거나(역독) 뜻이 거의 같은 시를 회문시라 하는데요
미인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회문시(回文詩)입니다.
이 시는 다음에...
제가 좋아하는 중국 한시로서는
당나라 때 설도(薛濤)라는 여류 시인의 춘망(春望) 4수 입니다.
설도는 몰락한 선비의 딸로서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기녀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던 불우한 여인이었습니다.
비록 기녀의 신분이지만 뛰어난 문학적 재능으로 기라성같은
남성 시인들을 압도한 중국의 대표적인 여류 시인으로서
당시 최고의 문호라던 백거이, 원진, 두목, 유우석 등과 시로 교류를 하며
많은 찬사와 갈채를 받았는데 원진과의 정이 각별했다 합니다.
비천한 기생의 신분,
그 한계로 인한 비애를 가슴속에 한으로 품고 지냈다는데
여성으로서 소박한 소망인 사랑하는 남자의 아내가 되어
가난할지라도 함께 생활하고 싶었던 상사의 꿈과 한이 시의 곳곳에 배어 나고 있습니다.
시를 찬찬히 그려볼작시면
애절한 그리움의 대상이었던 원진이 부럽기만 합니다.
널리 불리우는 가곡 동심초의 노랫말도 이 시에서 따왔습니다.
춘망사(春望詞)는
엄격한 규정이 적용되는 근체시에 비해 비교적 자유로운 고체시로
다섯 글자로 이루어진 五言시는 2,3으로 끊어 읽습니다.
맺을 수 없는 사랑에 애타하는 여심속으로 한번 들어가 볼까요?
[1수]
花開不同賞 [화개불동상] 꽃이 피어도 함께 볼 수가 없고
花落不同悲 [화락불동비] 꽃이 져도 함께 슬퍼할 수 없네.
欲問相思處 [욕문상사처] 그리워하는 마음은 어디에 있나
花開花落時 [화개화락시] 꽃이 피고 꽃이 지는 때 있다네.
[2수]
攬草結同心 [남초결동심] 풀 뜯어 동심결로 매듭지어
將以遺知音 [장이유지음] 님에게 보내려고 마음먹다가
春愁正斷絶 [춘수정단절] 그리운 마음이 잦아지는데
春鳥復哀吟 [춘조부애음] 봄 새가 다시 와 애달피 우네.
[3수]
風花日將老 [풍화일장로] 바람에 꽃잎은 날로 시들고
佳期猶渺渺 [가기유묘묘] 아름다운 기약 아직 아득한데
不結同心人 [불결동심인] 그대와 한 마음 맺지 못하고
空結同心草 [공결동심초] 공연히 동심초만 맺고 있다네.
[4수]
那堪花滿枝 [나감화만지] 어쩌나 가지 가득 피어난 저 꽃
翻作兩相思 [번작량상사] 날리면 그리움으로 변하는 것을,
玉箸垂朝鏡 [옥저수조경] 아침 거울에 옥같은 두 줄기 눈물
春風知不知 [춘풍지불지] 봄 바람아 너는 아는지 모르는지
玉箸[옥저] 옥으로 된 젓가락을 말하는데요.
젓가락은 두개입니다.
드리울 수垂가 있으므로 두 줄기의 눈물로 표현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