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바라흡마보라국(婆羅吸摩補羅國)
바라흡마보라국58)의 둘레는 4천여 리이며 4방으로 산이 에워싸고 있다. 나라의 큰 도성59)의 둘레는 20여 리이며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번창하고 집들은 부유하다. 토지는 비옥하고 농사는 시기에 맞추어서 파종한다. 유석과 수정이 나며 기후는 조금 춥고 풍속은 강건하고 용맹스럽다. 학예를 배우는 자는 적고, 많은 이들이 이윤을 따른다. 사람들의 성품은 사납고 급하며 삿된 것과 바른 가르침을 뒤섞어서 믿 고 있다. 가람은 다섯 곳 있으며 승도는 매우 적다. 천사는 10여 곳 있으며 이교도들이 뒤섞여 살고 있다.
국경의 북쪽에 있는 대설산(大雪山) 안에는 소벌라나구달라국(蘇伐剌拏瞿呾羅國)60)[당나라 말로는 금지(金氏)라고 한다]이 있다. 질이 좋은 황금이 나기 때문에 이렇게 이름 붙여졌다. 동서로 길고 남북으로 좁은데 또는 동녀국(東女國)61)이라고도 부른다. 대대로 여인이 나라를 다스렸으며, 남자들도 왕이 되지만 정치를 알지 못하였다. 대장부들은 오직 정벌하러 나가거나 농사를 지을 뿐이었다. 토지는 보리가 자라기 좋고 양과 말을 많이 기르고 있다. 기후는 몹시 추우며 사람의 성품도 조급하고 난폭하다.
동쪽으로는 토번국(吐蕃國)62)에 접해 있고 북쪽으로는 우전국(于闐國)63)에 접해 있고 서쪽은 삼파가국(三波訶國)을 접해 있다. 말저보라로부터 동남쪽으로 4백여 리 가다 보면 구비상나국(瞿毘霜那國)[중인도의 경계]에 이른다.
각주
58) 범어로는 brahmapura이다. 앞서 현장이 '북쪽으로 간다'는 말을 '동북쪽으로 간다'고 정정하여, 지금의 Alakananda강 유역 지방인 Ga w l로 추정된다. 이 지방에는 오래된 쟈이나교의 건조물이 있다.
59) 지금의 스리나가르(Harwar의 동북쪽 70킬로미터 지점)로 추정된다.
60) 범어로는 suvar a-gotra이며 그대로 옮기면 금지(金氏)이다. 히말라야산 중에 있는 나라인데, 옛날에는 전설 속의 나라로 알려졌지만 다음의 각주에 소개될 『당서(唐書)』의 기사를 통해 보면 실제로 있었던 나라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현장이 직접 방문하였던 나라는 아니다.
61) 나라 이름의 유래에 관해서는 현장이 기록한 바와 같이 여자가 정치를 하는 까닭인데 '동'이라는 방위를 사용하고 있는 것은 본서 제11권에 등장하게 될 '서녀국(西女國)'에 상대하기 때문이다. 『당서(唐書)』 권221상 「동녀전(東女傳)」에는 "동녀(東女)는 또한 소벌라나구달라(蘇伐剌拏瞿呾羅)라고 한다. 강(羌)의 별종(別種)이다. 서해(西海)에도 또한 여인들이 스스로 왕위에 올라있으므로 이곳을 동(東)이라 일컬어서 구분하고 있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 나라의 위치를 일부에서는 Hunza-Nagar와 일치한다고 보는 설도 있지만 다른 의견도 많다.
62) 중국인이 티벳을 7∼10세기에 걸쳐서 토번(吐蕃)이라고 부르는 것은 지역적 명칭으로서 존속하였던 것이다. 티벳인 자신은 스스로를 8세기 이래 Bod라고 부르고 있었다.
63) 서역 남도(南道)의 Khotan을 말한다. 권12에 자세하게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