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쏙쏙! 수학
신라 귀족들이 썼던 신기한 주사위, '주령구
주사위는 모든 면이 합동인 정다면체… 각 면 나올 확률, 넓이에 비례하기 때문
육각형 면을 삼각형 모양과 닮게 만들어… 사각형·육각형 넓이 거의 같은 '주령구'
면마다 한자로 재미있는 벌칙 적혔어요
재덕이는 오늘도 스마트폰 게임에 빠져 정신이 없어요. 그 모습을 본 아빠께서 재덕이에게 한 가지 놀이를 제안하셨습니다.
"스마트폰 게임 대신 아빠랑 재미있는 주사위 놀이 할까?"
"에이~ 아빠, 요즘 누가 주사위 놀이를 해요? 그런 건 이제 재미없어요."
"그래? 아빠가 정말 신기한 주사위를 보여줄 건데?"
"신기한 주사위요? 그게 뭔데요?"
아빠께서는 방으로 들어가더니 나무로 만들어진, 주사위와 비슷하게 생긴 물건을 가지고 나오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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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이창우
"이건 '주령구(酒令具)'라는 이름의 옛날 주사위란다. 1975년에 경주 안압지(雁鴨池)에서 출토된 것이지. 통일신라 시대에 왕과 귀족들이 술자리에서 사용하던 놀이 도구였대."
"네? 통일신라 시대 사람들도 주사위 놀이를 했다고요?"
"그렇단다. 주사위의 역사는 우리 생각보다 훨씬 오래되었어. 통일신라 시대 이전에도 사람들이 주사위를 가지고 놀았다고 하니, 아주 오래된 놀이 중 하나인 셈이지. 그 당시에는 과일 씨나 동물 뼈, 조약돌, 진흙 등 다양한 재료로 주사위를 만들었대."
"아빠, 그런데 자세히 보니 주령구 모양이 다른 주사위와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지금까지 제가 본 주사위는 모든 면이 같은 도형으로만 되어 있는데, 주령구는 사각형 6개와 육각형 8개로 되어 있네요?"
"맞아. 오늘날 쓰는 주사위는 정다면체로 이루어졌어. 정다면체란 모든 면이 합동인 정다각형이고, 각 꼭짓점에 모인 면의 개수가 같은 입체도형을 말하지. 정사면체, 정육면체, 정팔면체, 정십이면체, 정이십면체 등 다섯 종류가 있단다."
"정다면체로만 주사위를 만드는 이유가 있어요?"
"주사위를 던져서 게임을 할 때는 모든 면이 나올 확률이 같아야 하는데, 이 확률은 대체로 면적에 비례한단다. 그래서 모든 면이 합동인 정다면체로 주사위를 만드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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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윤복, ‘쌍륙삼매(雙六三昧)’, 조선시대.
"그럼 주령구는 주사위로서 자격이 없는 거네요. 사각형이랑 육각형으로 만들어졌잖아요."
"과연 그럴까? 자세히 보면, 육각형이 삼각형 모양과 많이 닮았어. 이렇게 만든 이유는 육각형과 사각형 넓이를 최대한 같게 하기 위해서란다."
"정말요? 그럼 사각형과 육각형 넓이가 같아요?"
"그럼 사각형과 육각형 넓이를 각각 구해 볼까? 먼저 사각형은 두 변 길이가 모두 2.5㎝이므로, 넓이는 6.25㎠(2.5×2.5)야. 육각형 넓이는 사다리꼴 두 개로 나누어 계산해 보자. '[{(0.8+3.25)×2.1}+{(2.5+3.25)×0.7}]×1/2'을 계산하면, 6.265㎠가 나오네. 신기하게도 넓이가 거의 같지?"
"우아~ 정말 대단해요. 통일신라 시대에 각 면이 나올 확률까지 고려해서 주사위를 만들었다는 뜻이잖아요?"
"주령구의 특징은 또 있단다. 자세히 보면, 각 면에 '空詠詩過'(공영시과·시 한 수 읊기), '禁聲作舞'(금성작무·노래 없이 춤추기) 같은 한자가 적혔거든."
"하하하. 꼭 벌칙을 적어 놓은 것 같아요. TV 프로그램에서 막대나 종이를 뽑아서 하는 복불복 게임이랑 비슷하네요. 정육면체보다 면이 더 많아서 다양한 벌칙을 써 넣을 수 있었겠어요."
"그럼 더 재미있는 사실을 알려줄까? 지금 우리가 하는 주사위 놀이는 조선 시대에도 있었단다. 조선 시대 유명 화가였던 신윤복은 풍속화 '쌍륙삼매(雙六三昧)'에 주사위 놀이를 그렸거든. 쌍륙이란 주사위 2개를 굴려서 나온 눈의 수에 따라 판 위의 말(馬)을 옮기는 놀이라고 해. 오늘날 주사위 놀이와 크게 다르지 않지?"
"네. 주사위 놀이는 생각보다 역사가 기네요. 오늘은 스마트폰 게임 대신 재미있는 벌칙을 주사위에 붙여 놓고 우리 가족 다 같이 주사위 놀이를 해 봐요. 안마해 주기, 춤추기, 노래 부르기, 엉덩이로 이름 쓰기…. 제가 벌써 벌칙을 많이 생각했어요."
"하하하. 그래, 오늘은 우리 가족이 주령구 놀이로 신라 귀족이 되어 보자."
[함께 생각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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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그림은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정육면체 주사위예요. 보이지 않는 세 면의 수를 각각 구해 보세요.
해설: 정육면체 주사위는 서로 마주 보는 면에 있는 수의 합이 7이에요. 따라서 1과 마주 보는 면의 수는 6, 3과 마주 보는 면의 수는 4, 5와 마주 보는 면의 수는 2입니다.
[관련 교과] 5학년 1학기 '평면도형의 넓이' 6학년 1학기 '여러 가지 입체도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