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변공섭 장로가 어려운 길을 기차타고 버스타고 보성 녹차밭에서 이 곳 지리산산골 수락펜션 내가 있는 곳으로 그것도 얼굴만 보고 되돌아 가시기도 바쁜 일정으로 말이다. 이것도 모자라 몇 달 동안 자생한 더벅머리가 된 내 머리카락도 잘라 주시겠단다.
번개불에 콩띄겨 먹기 식이다. 다행히 펜션 주인 따님이 날 찾아 오시는 친구분인데 차없이 오시기는 먼길이라며 아우디 차를 손수 운전해서 모시고 오겠다니 반갑긴해도 여기도 빅시즌 준비로 정신없이 바쁠터인더도 배려해 준 덕분에 구례역으로 함께 마중나갔다.
일시적이지만 여기 지리산에 짐을 풀고 지내는 동안 외부 지인으로는 처음으로 오시는 변 장로가 먼 길을 마다하지 않으시고 여기까지 발걸음을 내 딛는다는게 내 역시 쉬운 일 아닐찐데 그는 이 일을 실천하고 있다는 사실에 나는 주목한다.
차안에서, 구례군 도서관에서, 맛집 올갱이 수재비 집에서, 이곳 수락폭포 낙차 소리를 들으면서, 내방에 와서 선물로 가져오신 햇 차를 다려 낸 차로 다담을 나누면서 무슨 얘기가 그리 많은지 둘이서 돌아갈 시간도 아량곳 하지않고 한없이 인생사 60 하고도 반이 지난 세월의 파노라마는 멈추지 않았다.
아뿔사!, 이발도구를 가지고 오셔서는 3000번 째 이발 손님을 깜박하고 그냥 싸들고 가실 뻔 했다. 되돌아 가실 시간이 없는데도 꾸적꾸적 연장을 꺼내시고 한옥 대청 마루에 날 앉히고는 날렵한 가워 손을 바쁘게 놀리신다. 짤린 긴 머리카락이 뜨락으로 꽃 빝으로 내 머리통 속박에서 자유를 누리며군집을 이루며 날아 뒹군다.
출발 5분전인데도 계속 가위손을 든 노안의 늙은이 이발사는 머리 고르기가 마음에 안드시는지 가위질과 빗질을 계속해덴다. 마침 펜션 마님께서 구례 가신다는 분을 차를 멈춰서게 한지 10분이 되어가고, 구례역 도착 시간이 빠듯해 진데도 못 내 아쉬위 하시여 주섬 주섬 이발도구를 챙기시는 그 손길이 눈물이 날 지경이다.
마나님의 베스트 드라이브 덕분에 무사히 도착했다고 전화가 왔다. 서울행 기차안에서도, 서울 도착하고나서도 또 전화 주시네. 그리고 겨울에 따스한 보성 녹차밭 그 집에서 묵고 가라시네 그동안 맥놓고 빈둥 빈둥 지내다가 변 사또 출동이요 하는 벼락천둥 난리치고 가신 그 날 밤 수락폭포 음달 계단길이 간밤에 내린 비와 떨어진 낙엽에 미끌해서인지 목발짚고 다니기에 신경 쓰고, 또 다소 걷는 시간이 과했는지 온 몸이 쑤시고 아파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지만 마음 한 구석은 인간관계가 머리로, 마음으로 하는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마침 죽마고우가 보내 준 글과 맞아 떨어진다.
자전거로 제주 여행을 같이 다닌 정 장로, 병원 입원해 홀로 있을 때 홀연히 혼자 찾아오셔서 기도와 큰 물질로 날 위로해 주신 그 이도 어제 따라 안부 전화를 주셨다. 이 또한 혼자 지내는 요즘 따스한 아침 햇살같이 나를 포근하게 해준다.
까톡에서 소통하는 글과 사진으로 서로의 안부요 마음 문을 열고 내 생각 내 형편을 꺼집어 내 놓고 네 생각과 네 형편을 알아 가며 남은 날을 그런대로 유의미있게 살아 가는 것도 인간관계의 한 방법이다. 아무튼 날 찿아주신 변 장로님, 정 장로님. 우리 정회장님과 함께 와 주신 박집사님과 회원님, 조권사와 함께 간식과 함께 여러 번 병문안 해 주신 김집사, 비전성가대장 신 집사, 언제나 과묵하신 김희형 집사, 그리고 전화로 기도로 격려와 도음을 주신 우리 4선교 회원 한 분 한 분의 멋진 얼굴들을 기억하며 혼자 드리는 가정예배 시간 잠시 짬내어 이 글을 씁니다.
글의 순서나 어법이 문제가 아니라 내 머리에 떠 오르는 생각들을 옮기기에 급급해서 그러하오니내 마음을 헤아려 이해 바라며 오늘도 멋진 노년으로서의 맑고 밝고 환한 새 날 건강한 새 아침이 님들 가정에 넘치시길 지리산 기슭 새소리 개울물 흐르는 소리와 함께 담아 보내 드립니다. 할렐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