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렐루야~
저의 군대 경험을 이야길해볼까 합니다.
전반기 후반기 훈련을 다 마치고 자대에 배치를 받자마자 유격훈련에 차출되었습니다.
제가 근무한 부대는 비교적 고급의 행정부대였는데, 중대 모든 요원들이 행정병과라서
일년에 한 번 차출하여 서부전선에 있는 기율세기로 소문난 유격장에서 3박4일 유격을 받습니다.
제가 자대에 배치된지 1주일도 되지 않았는데, 어떤 뺀질이 고참이 자기는 빠지고 저를 끼워
넣었습니다.
훈련소에서 받은 군화는 엄청난 사이즈라서 그 안에서 발이 노는데, 아침마다 유격훈련장까지
4키로를 구보로 달려야 합니다. 그 길은 주먹만한 자갈을 일부러 깔아놓은 듯한 길이었습니다.
또 같은 소대 고참이 누구인지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식사때면 고참들의 식기까지 닦아야 했는데,
내가 왜 유격장에서까지 고참들 것 까지 씻어야 하는지도 모르고, 진짜 고참인지 가짜 고참인지도
모른채 주는 대로 닦고, 뛰고, 굴렀습니다. 요령을 피울만한 여지가 0.0001 퍼센트도 없었습니다.
조교들이 시키는 대로 피티체조를 죽어라 하고 외줄을 탔습니다. 그런데 제가 생각해도 신기
하리만치 제가 외줄을 잘 타는 것이었습니다. 자세 하나 흐트러지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건넜습니다.
고참들과 조교들이 저에게 '유격체질'이라고 놀림 반, 칭찬 반으로 소쿠리 비행기를 태웠습니다.
어쨌든 뭐가뭔지도 모르고 유격을 마친 다음 자대로 복귀하여 비로소 군화도 발에 맞는 새 것으로
바꾸고, 일개장 피복도 새로 받고 자대에 적응해 나갔습니다.
육군본부 시계 바늘도 돌고 돌아서 제대 말년이 되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유격 훈련 차출이 겹쳤
습니다. 저는 안심하고 있었는데, 3년 동안 유격을 한 번 밖에 안 다녀왔으니 가야 한다고 어거지로
유격조에 본부중대장이 끼워넣었습니다.
최고 고참이라서 그때는 텐트 감시조로 남아서 유격훈련 기간을 책을 보면서 지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초년병 시절 외줄 타기로 '칭찬이 자자했던' 명성이 슬슬 떠 올랐습니다.
3일차에 외줄 타기가 있었습니다. 바로 밑의 쫄병에게 텐트 감시 특권을 잠시 넘기고 어슬렁
어슬렁 외줄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워낙 고참이라서 유격조교도 "피티체조 없이 줄 타기는 쉽지 않을 텐데요?" 하는데도 자신 만만,
준비 운동 삼아서 몸을 '가비얍게' 풀고 자세를 잡고 외줄에 매달렸습니다.
2~3미터쯤 잘 나가는가 싶었는데, 뒤에서 누가 줄을 세게 잡아 흔드는 것이었습니다.
"야, 누가 그렇게 줄을 흔들어? 멈추지 못해!" 하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러면서 몸이 빙그르, 거꾸로 매달렸습니다. 꼼짝없이 양 손과 발을 꼬아 줄에 걸고 건너야 합니다.
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정상적인 자세를 유지하면서 외줄을 건너는 것보다 엄청 힘 듭니다.
철모도 벗어서 아래로 내던져 버렸습니다. 등에 대롱대롱 매달린 총까지 벗어 던지고 싶었지만,
두 손으로는 줄을 잡고 있어야 하니 어깨에 꿰어 맨 총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야, 임마, 줄 흔들지 마!"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가까스로 줄을 건넜습니다.
죽는 줄 알았습니다.
내려와서 들은 이야기인데, 제가 줄을 건널 때, 뒤에서 줄을 흔든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믿지 않았습니다. 몇몇 후임병들에게 확인을 했는데, 흔든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왜 줄이 그렇게 흔들렸을까?
나중에 알았습니다. 유격 피티 체조를 통해서 온 몸이 축 늘어지도록 훈련을 받은 다음에 줄을
타야 했던 것입니다. 그로키 상태에서 줄에 매달려 오로지 팔 힘만으로 줄을 타야 했던 겁니다.
피티체조와 앞 구르기, 뒤 구르기로 온 몸은 그저 축 늘어져 있어야 균형이 유지되어 롤링을 하지
않는 것이 유격 외줄 타기였는데, 그걸 모르고, 신병 때 들은 칭찬에 빠져 오만했던 것이지요.
그래서 유격장 군기가 그렇게 센 것입니다.
피티체조를 덜 하면 안전 사고가 납니다. 유격 조교들이 아무 이유없이 '악랄'한 것이 아니지요.
한 발짝 띌 힘조차 없다 싶을 때, 외 줄 위에서 자세를 잡으면 코알라처럼 줄과 혼연일체가 되어
건너는 것이 유격장 외줄입니다.
30년 전 경험입니다.
그 경험이 점점 생생해지고, 또렷해지는 이유가 있어요.
요즘 설교 준비를 하면서 느끼는 생각입니다.
주일 설교를 위해 일주일 내내 준비를 합니다.
토요일 밤 자정을 넘기면서까지 설교를 작성하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요즘 깨닫습니다.
나의 인간적인 생각, 세상적인 논리, 비 성경적인 사고와 세상 경험에서 나온 아집,
그리고 알량한 개똥철학까지, 이 모든 것이 깡그리 제거되지 않고는 한 편의 설교조차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하나님은 설교자의 모든 힘을 다 뺀 후에 말씀의 '레마'를 허락하십니다.
내 어깨에, 목에, 혹은 눈가에 들어가 있는 아주 작은 힘조차 용납치 않으십니다.
철저하게 '하나님의 사람'으로 만든 다음에라야 강대상에 오름을 허락하십니다.
특히 토요일 자정을 훨씬 넘기면서까지 설교 준비에 낑낑 대고나서 '왜 그렇게 힘들었을까?'
하고 뒤 돌아보면, 내 몸 어딘가에 남아있던 세상적인 안목, 지식, 경험들을 과단성있게 쳐 내지
못한 때문임을 알게 됩니다.
주님!
피티체조 좋아하는 병사 어딨습니까?
아시잖아요? 저도 싫어요.
그러니 좀 봐 주세요. 하나님.
살살 좀 해주세요, 주님~
제가 피티체조 안 받고 힘 빼면 되지 않겠습니까?
눈에도 힘 빼고, 목에도, 어깨에도, 힘 뺄 터이니
제발 하나님 살살 좀 해 주세요.
저 이러다가 줄에서 떨어지면 어떡해요?
하나님, 자비 베풀어 주심 안되요?
잘 할게요. 하나님.
미욱하지만, 열심히 하는 것은 할 수 있어요.
그러니 제발, 자비를 베풀어 주세요.
주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