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9월 23일, 중국 항저우에서 개최되는 제19회 아시안 게임에 나서는 남자 축구 대표팀 사령탑 황선홍 감독이 지난 14일 서울시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아시안 게임에 나설 22명의 최종 명단을 발표했다.
기대를 모았던 이강인 (PSG)와 정우영(슈트투가르투)이 최종 명단에 포함되며 눈길을 끌었고 K리그에서 좋은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는 정호연(광주), 송민규(전북), 조영욱(김천), 고영준(포항)이 최종 명단에 승선한 모습을 보여줬다.
또한 황선홍 감독은 22명의 최종 명단 이외에 3명의 와일드카드(만 24세 초과)로 설영우(울산), 백승호, 박진섭(이상 전북)을 선택하며 와일드카드 포함 22명의 선수를 최종적으로 선택했다.
와일드카드 박진섭, 그는 누구인가?
아시안 게임 대표팀 와일드카드로 선발된 박진섭은 선수 생활을 거치면서 처음으로 국가대표에 선발되는 영예를 안았다.
1995년생인 박진섭의 선수 생활 시작은 쉽지 않았다. 학창 시절을 모두 전주에서 보낸 박진섭은 전주 공고 졸업 이후 대학 진학 위기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천신만고 끝에 디지털 서울 문화 예술 대학에 입학하며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이후 대학팀에서 주축 선수로 발돋움한 박진섭은 프로팀이 아닌 대전 코레일(현 K3)에 입단하며 본격적으로 선수로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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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산 그리너스 시절 박진섭 |
ⓒ 한국프로축구연맹 |
2017시즌 대전 코레일에 입단한 박진섭은 미드필더로 활약하며 주목받았고 공격과 수비에서 제 몫을 해내며 주축 선수로 발돋움했다. 이후 박진섭은 코레일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2018시즌 꿈에 그리던 프로 입단에 성공하게 된다. 이흥실 감독의 부름을 받아 안산 그리너스로 입단한 박진섭은 입단 직후 리그 26경기 2골을 올리며 빠르게 프로 무대에 적응했고 이듬해 더 발전된 모습을 보인 그는 리그 36경기 출전 5골 1도움을 올리며 안산에서 대체 불가 자원임을 스스로 입증했다.
프로 입단 당시 공격형 미드필더와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했던 박진섭은 안산에서 공격은 물론이며 공격과 수비를 연결하는 중원의 엔진 역할로도 최고의 모습을 보여줬다. 박진섭은 2020시즌을 앞두고 시민 구단에서 기업 구단으로 변모한 대전 하나 시티즌으로 이적을 선택하며 본격적으로 K리그 1과 2에서 주목받는 선수로 발돋움하게 된다.
대전 입단 직후 쟁쟁한 선수들과의 경쟁 속에서 살아남은 박진섭은 당시 대전 감독이었던 황선홍 감독의 신임을 받으며 경기에 나섰고 2020시즌 코로나19로 축소된 경기 속에서 리그 24경기 출전 3골 1도움을 올리며 대전에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이듬해 이민성 감독의 신뢰 속 대전 주장직을 역임한 그는 리그 35경기 출전 5골 3도움을 올리며 2021시즌 K리그 2 베스트 11에 선정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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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 하나 시티즌 시절, 주장직을 수행하던 박진섭 |
ⓒ 한국프로축구연맹 |
2021시즌 직후 박진섭은 대전을 떠나 K리그 1 도전에 나서게 된다. 바로 고향 팀이자 K리그 최고의 팀인 전북 현대로 이적을 선택한 박진섭은 전북 입단 직후 최고의 활약을 선보이며 전북에서도 본인의 능력을 입증하기 시작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가치를 입증받으며 전북으로 입단했던 박진섭이었으나 팀 사정상 수비형 미드필더보다는 중앙 수비수로 출전하는 상황이 더 많았고 전반기를 지나 후반기에는 중앙 수비수로 완벽 정착에 성공하게 된다.
중앙 수비수로 전북의 후방을 지킨 박진섭은 리그 1에서 최고 중앙 수비수로 활약하며 능력을 입증했다. 리그 33경기 출전 2골을 올리며 리그 베스트 11 수상까지 거머쥔 그는 이번 시즌 역시 전북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전북의 극심한 부진 속 김상식 감독이 사임하는 등 최악의 시즌 출발을 알렸던 상황 속에서도 중앙 수비수와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하며 제 몫을 해낸 박진섭은 김두현 감독 대행 체제와 페트레스쿠 감독 체제에서도 주전으로 활약하며 꿋꿋하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탄탄한 수비력과 멀티성, 아시안 게임에서 '박진섭'을 주목하라
아시안 게임과 같은 단기 토너먼트 대회는 선수의 멀티성이 매우 중요하다. 이틀 삼일 간격으로 치열한 경기가 지속되는 아시안 게임 특성상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황선홍 감독이 대표팀 경험이 전무한 박진섭을 뽑은 이유 중 하나 역시 이런 멀티성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와 중앙 수비수 자리를 유연하게 소화할 수 있는 박진섭은 상황에 따라서 공격형 미드필더까지 소화할 수 있는 전천후 멀티 플레이어로 볼 수 있다. 이미 그의 멀티성은 K리그 1과 2에서 베스트 11 수상으로 입증된 바가 있기에 황선홍 감독의 걱정을 덜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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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리그 최고 선수로 우뚝 선 전북 현대 박진섭 |
ⓒ 한국프로축구연맹 |
기본적으로 멀티성과 함께 기본기가 매우 훌륭한 박진섭은 양발에서 뽑아져 나오는 빌드업 능력이 우수하다. 양발을 가리지 않고 패스를 뿌려주는 것은 물론이며 좌우로 전환하는 로빙 패스 역시 일품이다. 또한 상대를 가리지 않는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보여주는 것과 더불어 수비 상황에서 탄탄한 대인 수비로 상대를 제압하는 능력은 박진섭의 최대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박진섭에게 있어 이번 아시안 게임은 매우 중요하다. 바로 군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종료 직후 상무 입대에 지원했던 박진섭은 리그 베스트 11 수비수의 명성에 걸맞지 않게 상무 입대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통보받았다. 지난 시즌이 상무 입대 마지노선 나이였던 그는 만으로 27세가 된 올해 더 이상 상무에 지원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익 근무 요원으로 프로 무대가 아닌 K4 리그에서 선수 생명을 이어 나가야 할 운명에 처했던 그에게 아시안 게임이라는 마지막 기회가 주어진 셈이다.
뛰어난 수비력과 멀티성으로 K리그를 지배하고 이제 아시안 게임 대표팀 와일드카드로서 생애 첫 국가대표 타이틀을 단 박진섭, 그의 활약을 아시안 게임에서 주목해보자.
< 출 처 : 오마이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