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성백제의 산성 몽촌토성이다.
몽촌이란 「곰말」에서 유래한다.
삼한시대부터 오늘날 몽촌토성 일대를 「곰말」이라고 했다.
그 곰말은 원래 큰 마을을 의미하는데 한자음으로 고쳐서 몽촌이 되었다고 한다.
「곰」의 음이 「꿈」으로 전화되고 다시 한자로 옮겨질 때에
꿈을 의미하는 「몽」으로 쓰여졌다는 것이다.
또한 몽촌은 몽촌토성이 있는 관계로 고문헌에는 고원강촌이라고 표기하고도 있다.
몽촌 즉 「곰말」의 곰은 고어로 큰 것을 뜻하므로 큰 마을이란 뜻이 되고,
또 큰 마을이란 으뜸되는 마을이란 뜻도 되므로
고원(古垣)이란 한자이름도 뜻으로 새기면 「옛 울」이란 뜻이다.

몽촌 일대는 예로부터 높고 낮은 언덕과 산이 있고 앞에 한강이 펼쳐져 있어 그 풍치가 뛰어났다.
많은 시인들이 이 곳을 찾아와서 시흥(詩興)을 돋구곤 하였다.
이곳 지형을 하늘에서 보면 마치 거위 발가락 모양의 5개의 산이 모여 있어 주민들은 이를 5봉산(五峰山)이라고 불렀다.
5봉산 중에는 망월봉(望月峰)이 있다. 이 산에는 조선 초 좌찬성을 지낸 서거정(徐居正)의 정자 오정(梧亭)이 있었다.
때때로 서거정은 이 곳에 술을 들고 올라가 달이 뜨기를 기다리면서 시를 지었는데 이 시가 오늘날까지 남아있다.
그의 호는 사가정(四佳亭)으로 양촌 권근의 외손자다.
1444년(세종 26) 식년문과에 급제하고 1451년(문종 1) 사가독서 후 집현전박사 등을 거쳐
1457년(세조 3) 문신정시(文臣庭試)에 장원, 공조참의 등을 지냈다.
1460년 사은사로 명나라에 다녀와서 대사헌에 올랐으며 1464년 조선 최초로 양관대제학이 되었다.
6조의 판서를 두루 지내고 1470년(성종 1) 좌찬성(左贊成)에 이르렀으며 이듬해 좌리공신이 되고 달성군에 책봉되었다.
조선 전기의 대표적인 지식인으로 45년간 세종·문종·단종·세조·예종·성종의 여섯 임금을 모셨으며
신흥왕조의 기틀을 잡고 문풍(文風)을 일으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원만한 성품의 소유자로 단종 폐위와 사육신의 희생 등의 어지러운 현실 속에서도 왕을 섬기고
자신의 직책을 지키는 것을 직분으로 삼아 조정을 떠나지 않았다.
그는 성격이 편협하고 융통성이 없다는 평을 받기도 했으나 매우 낙천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술과 농담 · 해학을 즐겨 매월당(梅月堂) 김시습(金時習) 등과 친분을 나누기도 했다.
그는 사패지로 하사 받은 몽촌(夢村 : 현재의 송파구 방이동 몽촌토성 일대)과 광진(廣津 : 현재의 광진구 광장동)에서
말년을 살다가 돌아갔다.당시 서울의 여러 곳을 다니며 곳곳의 풍경을 읊은 시를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남기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의 신답사거리에서 전농동 · 장안동과 중랑구 면목동을 동북으로 뻗어
용마산길과 접하는 길을 ‘사가정길’이라 부른다. 이는 서거정의 호를 인용하여 붙인 길이름으로,
그가 아차산에서 가까운 한강 건너에 살았던 것을 기념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송파구 방이근린공원에는 2001년 6월 송파구에서 세운 서거정의 시비가 있다.
이 시비는 폭 3m, 높이 2m 규모로 화강석 마천석 오석으로
구름을 형상화 한 받침대 위에 보름달 형태로 둥근 원형의 돌을 깍아 세웠다.
시비 전면에는 서거정이 이곳 몽촌에서 말년을 보내며 지은 ‘회고시’를 예서체로,
뒷면에는 ‘삼전도 도중’이란 시를 한글과 한문의 해서체로 음각해 새겨놓았다.

서거정이 몽촌일대 가을 풍경에 한껏 취해 삼밭나루를 노래한 시 '삼밭나루로 가는 길에'를 뒷면에 담았다.

몽촌에는 상여막 부근에 '무문비(無文碑)'가 세워져 있었다. 여기에는 애처로운 사연이 전해온다.
옛날 이 마을에 신혼부부가 살았다. 어느 날 신랑이 먼 곳으로 사업을 하기 위해 떠난 후 오래도록 소식이 없었다.
이에 새댁은 날마다 동구밖에 나가 '오늘은 행여 돌아오시겠지' 하면서 기다린 것이 몇 년이 흘러갔다.
이처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단념하지 않고 신랑을 기다리던 그녀는 기어코 이곳에서 지쳐 쓰러져 숨을 거두고 말았다.
새댁을 측은하고 갸륵하게 생각한 마을 사람들은 장례를 정성껏 치러주고 다시 새댁의 정절을 오래도록 기리기 위해
이 곳에 비석을 세워 놓기로 하였다. 그러나 오랫동안 비바람에 씻겨 비문이 보이지 않아 '무문비'라고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