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콘도작전(Recondo Team)
파월 맹호 혜산진부대(26연대)에 보직 받아 송카우 군청 옆 2km 지점에 위치한 독립중대장(153고지) 으로 근무한지 1개월이 채 안 되었던 때 매복작전중인 1소대 지역에 불상사가 발생했다는 무전연락을 받았다.
“1소대장 P 중위! 무슨 일이야. 나 중대장인데 보고해봐”
“중대장님! 죄송합니다. 모든걸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중대장인 나로서는 우선 정확한 상황파악이 중요했으므로 진상을 물었으나 시종일관,
“무조건 제가 잘못해서 벌어진 사고이니 제가 책임지겠습니다”로 일관하려는 소대장에게 언성을 높일 수밖에 없었다.
“이 사람아! 책임은 중대장인 내가 질 테니 아무 걱정 말고 정확히 상황을 보고하란 말야!”
이윽고 파악된 내용은,
매복진지 전방에 자동크레모어를 설치토록 지시 받은 5명의 병사중 단 한 명도 설치요령을 알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대장에게 묻지못하고 자기들끼리 시행착오를 범하려던 발상이 크게 잘못되어 빚어진 어처구니없는 불상사였던 것이다.
“야! 김 0연 상병! 너는 3대독자라니 죽으면 안돼. 저만치에서 베트콩이 접근하는지 엎드려서 망이나 보구있어” 라기에 고참이 시키는 대로 멀찌감치 이동하여 엎드리자마자,
‘쾅’하는 굉음과 함께 후폭풍이 휘몰아치기에 혼비백산하여 달려가 보니 방금전 그 자리에 있었던 4명의 전우가 공중 분해되어 온데 간데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추어(사라져) 버렸다는 것이었다.
나는 가까스로 지원된 헬기를 타고 날아가 현지수습을 마친 후 상급부대에 대강 상황보고를 끝내고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고 앉아있노라니 연대장이 헬기로 중대기지에 곧 도착할 테니 중대병력을 한데 모으라는 전갈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중대기지에 연대장이 들이닥치는 것이었다.
“연대장님! 죄송합니다. 면목없습니다. 반드시 복수하겠습니다. 모든 것은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라 했더니 의외로 하시는 말씀,
“윤 대위! 승패는 병가지상사야! 전사한 부하들의 명복을 비네. 허지만 지휘관인 중대장이 의기소침 하지 말고 반드시 명예회복을 해 주게. 내 곧 기회를 주겠네”라시던 연대장께서는,
곧이어 “여러분의 중대장 윤 대위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능하고 용감한 육사출신 중대장이다. 이번 작전에 실패했다하여 절대로 사기저하 되지 말고 베트콩과 더욱 용감하게 싸워서 반드시 이겨야한다! 그 길만이 먼저 간 전우들의 명복을 비는 길이요 자랑스러운 맹호 혜산진 부대 5중대의 명예를 회복하는 길이다”라고 중대원들을 격려하는 것이었고,
이틀후 아니나 다를까 추상같은 연대 작전명령이 하달되었다. 우리중대 기지로부터 무려 18km나 떨어진 지역(맹호, 백마 부대로부터 화력지원이 못 미치는 완충(?)지대), 베트콩들의 소굴이요 무법천지라 할 수 있는 완전 적지역에 1/13의 병력(장교 1명, 사병 13명)으로 구성된 장거리 수색정찰조(Recondo Team)를 출동시키라는 내용이었다.
게다가 주월 한국군 파월 이래 최초로 실시(모험)되는 장거리 수색정찰팀 운용 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나는 우선 매복작전중 자동크레모어 오발로 희생된 부하의 원혼을 달래며 실추된 명예회복을 위한 절호의 찬스라 생각되긴 했으나 유사시 아군의 포병 화력지원이 불가한 지역이라서 어쩔 수 없는 두려움에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누구를 팀장으로 보낼 것인가 고심 끝에 작전경험이 많고 차분한 성격의 고참 중위 유 0근 부중대장을 선정하기로 하고 연대장께 출동인원수를 나에게 위임해줄 것을 건의한 후,
20명의 병사를 엄선하여 개인의 기본화기 외에 M72 로켙포(대전차화기)를 별도로 개별 무장케 한 후,
“주목! 여러분은 우리 맹호 혜산진부대 5중대의 명예 뿐만 아니라 파월 한국군(맹호, 백마, 청룡, 비둘기, 십자성부대 등) 전체의 명예를 양어깨에 걸고 주월 한국군 최초로 장거리 수색정찰작전에 임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한 후,
아군의 포병 화력지원이 불가한 베트콩의 완전 무법지대이니 유사시 죽을 각오로 작전에 임해줄 것을 당부하면서 눈물의 악수로써 병력을 출동시켰다.
나중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뜻밖에도 그 지역은 수백 여명 베트콩들의 본부지역이었던지 전혀 경계심도 없었고 닭들이 요란스럽게 울고 개들이 컹컹대며 짖어대는 반면,
이곳저곳에서 깔깔대며 요란법석을 떨어대는 사람들 소리는 물론 여기저기에 무질서하게 흩어진 채 방치된 박격포, 기관총(다량의 실탄이 장전된 채)을 비롯한 공용화기등이 즐비하게 놓여져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간담이 서늘케 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한다.
자칫 온 전신이 마비될것같은 두려움과 공포 속에서 은밀히 전진하여 예상된 목표지점에 은밀히 침투하는데는 성공했으나 갑자기 지근거리에서 적과 조우되어 교전이 벌어졌는데,
아군의 선제 기습사격에 놀라 달아나기는커녕 졸지에 여기저기 주변 사방에서 “따이한! 라이 라이!” 우레와같은 함성과 함께 벌떼처럼 달려드는 베트콩들의 총격에 당황한 정찰 팀은 중과부적으로 완전 포위되어 퇴로를 차단 당하고 자칫 전멸의 위기에 직면할 뻔했으나,
작전팀장 유 중위의 침착한 지휘와 개별적으로 휴대했던 M72 로켙포의 굉음과 위력으로 기선을 제압하고 대처했던 덕분에, 혼비백산한 베트콩들의 우왕좌왕하는 틈을 타서 다량의 장비와 문서를 노획후 아군피해 전혀 없이 성공적으로 철수하여 작전을 종료할 수 있었다.
우리 작전 팀이 노획한 문서, 장비를 분석해본 결과 한국군 파월 이래 단 한번도 식별 해내지 못했던 월맹 정규군 K9대대 예하 DK-11중대 및 C-46중대 등의 단대호가 밝혀지는 등의 획기적인 전과를 거두었으며 정확한 적정확인으로 차후 주월 한국군 작전에 커다란 도움이 될 수 있었음을 전해듣고 흐뭇했다.
주월사 야전 부사령관 강 0채 장군과 맹호 사단장 이 0성 장군 등 작전성과를 격려하고 축하해 주기 위한 수많은 분들의 격려방문을 받고 독립중대였던 나의 5중대 장병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 충천하였는데,
자동크레모어 오발로 인한 와신상담, 절치부심 만회를 노려왔던 나의 명예회복을 위한 자부심을 한결 가볍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그 작전에서 아군피해 한 명 없이 무사히 복귀했던 1/20명의 장병이 얼마나 고맙고 사랑스러웠던지, 하마터면 적지에서 죽을 뻔했던 위기를 극복하고 살아 돌아와 준 전우들이 하도 고마워“유 중위! 수고했어. 여러분 잘 싸웠어. 참으로 용감하고 장한 용사들이야!”했더니,
유 중위가 하는 말“중대장님! 그 그 그게 말입니다. 주 주 중대장님께서 말입니다. 무겁더라도 반드시 개별휴대 하도록 지시하셨던 에 에 엠칠십이(M72) 로켓포 덕분이었습니다 그 그게 말입니다.” 평소 다소 더듬더니만 극도로 흥분하니까 더 더듬는 모습에서 반갑고 고마운 마음이 뒤엉킨채 한참을 웃었다.
“이봐 윤 대위! 내가 뭐랬어. 승패는 병가지상사라 했잖아. 수고했어 축하해. 참으로 잘했어 장한 일이야. 정말 훌륭했어”연대장 김 0동 대령의 칭찬이 끊이질 않았고 나역시 다시 한번 머리를 조아린 채 몸둘 바를 몰랐다.
그때 노획한 AK소총에 부착되었던 대검 한 개를 내게 선물로 넘겨준 유 중위의 하는 말,
“주 주 중대장님 이다음에 귀국후 지휘관이 되시면 말입니다 필요하실 테니 지휘봉을 만들어 가지고 부대 지휘하십시오”
동굴에서 노획했다던 사슴뿔은 고교 친구인 인성한의원 원장(인 0식) 에게 기념으로 선물했고 월남전을 생각할 때면 가끔 AK 대검지휘봉을 꺼내어 매만지며 옛추억에 잠기곤 한다.
참으로 자랑스럽고 진정으로 용감하고 충성스러웠던 송카우 전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