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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6. 25(토) 날씨: 비내리다 잠시그침. 하늘잔뜩흐림. 태풍(메아리)주의보발령.
경북 예천군 " 회룡포..."
이 단어 하나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였던 키워드 였다..
우리나라 여행 작가들의 가장많은 추천을 받은 여행지로 유명하다.
이미 "1박2일" 촬영지로서 잘알려 지기도 했지만 그보다 훨씬전에(10 여년전)
KBS 드라마 "가을동화" 초기배경으로도 명성이 자자하다...
설령.. "1박2일" 예능프로나 드라마를 보지 못했다하더라도
텔레비전에서 애국가 배경화면에 단골로 등장하는 터라 사진만 보더라도
금새 친숙해진다...
그렇지만 평소 칼날같은 작심을 하지 않는다면 스스로 시간을 내여 가기에 쉽지않은
여행지는 분명하다...
그러니 떠나기 일주일 전부터 가슴이 부풀어 올라있던 것이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함께 있다는 이 사자성어가 어찌 그리 딱맞아 떨어지는지...
날짜가 임박해지더니 장마소식이 들려오고....
연일 비바람이 몰아친다....
하루전날 태풍 "메아리" 마저 극성스럽게 달려드니
가족들의 만류도 점점 극에달해오고.... 근심이 설상가상이다..
다소 중심이 흔들린다.
그런데 포기 할 생각이 들지 않는이유는 왜일까.....
아마 지금쯤 임원님들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 갈게다..
이미 대여해 놓은 전세버스... 맞추어 놓은 음식.... 여기저기 벌여놓은 예약들....
거의 1년동안 쫒아 다니면서 임원님들의 활동모습을 지켜보며 터득한 지식들이다.
이 사정들을 손바닥 처럼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나라도 가서 자리를 채워야 하지 않겠는가....
이럴때 나라도 나서서 준비한 음식을 먹어주고 거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솔직히 산에 오르지 못하면 어떠한가...
오늘 못오르면 내일 오르면 또 어떠한가...
멀리서 회룡포를 건너다보고 바라보면서 막걸리 한잔 걸치고
돌아오는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일 아니겠는가.....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날씨에 아랑곳하지 않고 더더욱 산행에 참여하기로 결심을 굳힌것이다..
새삼스레 지난 여름 군자산 산행 떠나던 날의 기억이 전광석화처럼 뇌리를 스쳐간다...
전 날밤 밤새 내리는 비 때문에 얼마나 고뇌하고 갈등에 시달려 밤잠을 설쳐 대었는지..
아침에 비가 그친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산행을 나섰던 기억이 생생하다...
아마도 그날 밤새 고민때문에 수명이 10년은 단축된 듯 싶다..ㅋㅋ
반면 이번에는 일찌감치 결심을 굳히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
드디어 총무님으로 부터 문자가 날아 들었다...
"산행을 포기 하실분"... 빨리 통보를 해달라는 문자다...
임원단에서도 다급해진 듯 특단의 대책을 세우는 듯 하다...
궁금증이 발동하여 카페에 들어가보니 예상한대로 줄줄이 산행취소의 글이 올라온다...
비는 계속해서 내리고 오후가 되어도 그칠줄을 모른다..
오후로 접어들자 T.V 앵커들은 태풍"메아리"소식을 경쟁적으로 쏟아낸다..
가족들의 불안은 커져가고 나 또한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사실은 "우중산행"이 내키지 않는것이 솔직한 내심정이다...
등산 전문가도 아닌 내가 태풍이 몰고온 폭우속에 등산을 한다는 것이.....
흠뻑젖은 옷을 입은채 산속을 헤매고 다닌다는것이....
젖은 옷을 갈아입지도 못한채 버스에 올라 돌아오는 내내 떨어야 한다는것이...
상상만해도 그자체가 공포였다...
이때부터 밤늦게까지 카페를 들락 거렸다...
행여 산행일정이 공식적으로 취소되기를 바라는 의도가 내마음 한켠에
남아 있었슴을 이제야 고백하고 싶다...
그러나 밤새도록 부슬부슬 내리는 빗소리만이 바람을 동반해 더욱 기승을 부린다...
그런데 아침에 기적이 일어났다....
눈을 떠 밖을 내다보니 비가 그쳐있고 아스팔트 도로가 깨끗이 말라있다....
이 얼마나 다행인가....
출발할 때만이라도 마음이 한결 가벼울 듯 하다..
그렇게 밤새도록 산행을 만류하던 아내도 아무말없이 배낭을 꾸려 갖고온다....
막걸리 한병을 검은 비닐에 싸서 배낭옆구리에 찔러 넣는것도 잊지 않은 모양이다...
그리고는 문밖에 따라나오면서 "조심해서 다녀 오라"고 신신 당부를 한다...
그러면서 한마디 더 등뒤에 대고 덧붙인다.....
" 차안에서 시루떡 나누어 주면 다 먹지말고 남겨오란다..."
"거기서 나누어 주는 시루떡이 유난히 맛있단다...ㅎㅎ"
내 입가에 웃음이 터져나왔다...
내가 그동안 시루떡을 엄청 좋아하긴 하는데 술꾼들이 그렇듯이 많이 먹지는 못한다....
그래서 1/3정도 배낭에 남겨갖고 오곤했는데 그걸 맛있게 먹곤 했었나 보다...
전혀 의외였다...
오늘은 절반 정도는 남겨갈 생각이다...ㅋㅋ
그나저나 앉아서 시루떡을 기다리는게 습관이 되는듯 해서
염치없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젠 내 아내까지 가세를 하니 뻔뻔함이 두배로 더 해간다. 이를 어쩌겠는가...
내 의지대로 되지 않는것을....
"문예회관" 앞에 당도하니 버스가 한 대 뿐이다...
나중에 알고보니 산행포기한 회원들이 많아서 한 대를 취소했다고 한다...
참으로 현명한 선택 아닌가....
이러한 판단을 하기까지 임원님들의 마음고생이 참으로 심했을 것이다...
이런 일을 체험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 고충을 이해 하지 못할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버스는 순조롭게 출발했다...
그러나 마음 한편에 남아있는 걱정이 완전히 가신것은 아니다...
비가 그쳤다고는 하나...
태풍이 올라온다고 하니 아무래도 그곳에는 폭우가 내리고 있을 것이라는 불안감에서다.
태풍이 올라오면 도망을 간다고해도 비웃음을 살터인데....
아예 마중을 나가는 형국이니.....어찌 마음이 편할 리가 있겠는가....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들어 다소 마음이 심란한데 오늘도 그 기다리던 시루떡이
내손에 들려진다....
어찌나 뜨겁던지 맨손으로는 손을 댈수가 없다...
얼른 장갑을 꺼내어 시루떡을 두손으로 받쳐들고 비닐을 풀어헤쳐 한입 베어 물으니....
걱정, 근심이 한순간에 눈 녹듯이 사라진다....
마음이 편하니 졸음이 쏟아지는건 인지상정이다..
잠시 눈을 붙여 꿈나라 여행길을 걷는데 주변이 소란스럽다...
눈을 떠보니 버스가 휴게소에 정차해 있고 이곳에서 아침식사를 한다고 하차 하란다...
버스에서 내리니 빗방울이 한 두방울 떨어진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금새라도 쏟아질듯 어둡다....
"도대체 이런 날씨에 여기서 어떻게 식사를 한다는 것일까...."
"그러다 비라도 쏟아지면 어쩌려고~~ "
의구심을 가득 지닌채 급한 마음에 화장실로 먼저 직행했다....
한참후에~ 화장실을 나서서 돌아와 보니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채 다급하게 버스를 찾으니 다행히 버스는 그 자리에 있었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어디로 갔단 말인가....
주변을 서성이다 식당안을 삐끔히 들여다 보았다...
이런... 이곳에서 기상천외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식당 한가운데에서 가져온 음식을 풀어헤치고 한순희 상무님. 총무님. 옹달샘님...
세분께서 배식준비를 하고 계시고 우리회원들은 줄을 길게 늘어서 차례를 기다린다...
그 줄이 어찌나 길었던지 매점 카운타 앞을 지나 출입문까지 이어졌다...
이건 무슨... 시츄에이션인가....
남의 식당에서...? 가져온 음식을....? 한두명도 아닌 떼거지로.....?
온통 남의 식당을 점령해버리다 시피하면서...?
의구심에 의구심은 꼬리를 이어갔다...
연실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나 또한 그 줄 맨 끝에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드디어 내차례가 되었다...
음식을 받아드는 내 마음은 어색하고 초조한데....
배식을 하시는 세분께서는 분주하게 움직일뿐... 어쩌면 저리도 태연하고 당당하신지.....
음식을 받아들고 테이블로 다가서는데....
이미 테이블도 우리일행들이 그 넓은 식당 거의 반정도를 점령해 버렸다....
식사를 하는 내내 도시락 들고와서 남의 식당에 풀어놓고 먹는 기분이다....
맑고 뽀얀 국물의 된장국.... 시큼하게 잘익은 김치.....
맛이 일품이다.... 그 맛에 취해 식당의 어색했던 분위기는 이미 망각에 묻혀버린지 오래다...
그 양도 넉넉하여 남기고 싶었으나 마음만 그럴뿐... 어느새 한그릇을 뚝딱 비우고 일어섰다...
그러고는 다시 버스에 올라 자리에 앉았다....
머릿속에 만감이 교차한다....
물론 사전에 휴게소 주인한테 양해를 구하고 협조를 얻어 냈을것이다..
별도의 비용이 지불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렇다 해도 선뜻 이제안을 받아들일 휴게소 주인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이런 기발한 아이디어는 누구의 두뇌에서 기획되었을까....
그리고 이 뻔뻔스런 섭외는 누가 나서서 총대를 메었을까....
참으로 신협의 임원단은 지혜도 번뜩이고 배짱도 두둑하다....
참으로 감탄이 절로 나오고 존경 스럽지 않을수가 없다....
이 모두가 신협산악회원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간절하기에 얻어낸 결과 아니던가...
만사에 간절함과 집념이 없다면 아무리 두뇌가 명석한들 길이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오늘 아침은 임원단의 열정 덕분에 편안한 자리에서 맛난 식사를 할 수 있었슴 이다.
고속도로와 일반국도를 교차하며 두어 시간을 더 달려 회룡포에 다다랐다....
그 토록 우려했던 비는 내리지 않는다...
버스에서 내려보니 회룡포를 휘감아 돌아 흐르는 내성천이 범람하여 주변 농경지가
침수되고....
강호동과 이승기가 장난을 치던 뽕뽕다리는 물에 잠겨 아예 그 흔적조차 없을뿐 아니라
진입로 자체가 시뻘건 흙물에 잠겨 접근조차 불가능 하다.
사태가 심각한건 사실이지만 다행스럽게 비가 그쳐 내성천 수위는 조금씩 내려가고 있었고
비룡산을 오르는 등산길은 개방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그렇게 우려하고 조바심을 냈던 비가 내리지 않는다는 것이 우선 나를
안도하게 만들었다.....
"천우신조" 라는 말은 이럴때 쓰기에 안성맞춤 인듯 싶다.
들머리 입구에서 단체 기념촬영을 마치고 일제히 등산로를 향해 올랐다.
오르는 동안에는 수풀이 우거져 회룡포 마을도 내성천도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다...
등산길은 편안하게 잘 다듬어져 있으며 깔닥고개도 여느산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산의 높이와 능선과 산길.. 우거진 수풀의 분위기까지 평택의 고성산과 매우 유사하다...
깔닥고개를 단숨에 올라 산마루 하나를 넘으니 장안사라는 사찰이 나타나고
그 입구에 정각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그 정각에 걸터 앉으니 내성천과 회룡포가 시야에 들어오는데
나뭇가지와 수풀에 가려 조망이 성에 차지는 않지만 여기에서 잠시 숨을 가다듬었다...
다시 계단을 걸어올라 걸음을 옮기니 봉수대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옛날 전투에서 봉화를 올려 적의 침범을 알리는 통신수단으로 이용되었다는 봉수대가
우거진 수풀과 잡초에 묻혀 그 기능과 의미가 퇴색되어 버린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 보니 현대식 축조방식을 도입한 것으로 보아 근래에 다시 축조된듯 보인다.
그런데 어찌 주변환경이 관리되지 않은채 단순한 조각물로 전락 되도록 방치했을까...
아쉬움이 묻어난다..
<우거진 수풀속에 묻혀있는 봉수대.. 건출물의 형태로 보아 근래에 다시 축조된듯 보입니다...>
봉수대를 지나 아래쪽으로 한참을 걸어 내려오니....
사진으로만 수없이 봐오던 그 유명한 회룡대가 바로 눈앞에 나타난다...
회룡대에 올라서니 육지속의 섬이라는 동화속 그림같은 회룡포가 카메라 앵글
하나에 고스란히 들어온다....
정말 바다위에 떠있는 섬이었다...
그 환상적인 섬의 자태가 혼을 빼내어 갈만큼 아름답다...
섬을 감돌아 에워싸고 흐르는 내성천과 회룡포마을과 비룡산의 조화가 신비롭다..
동화속 주인공들이 살아가는 가옥은 10가구가 채 안되어 보이는데....
아기자기 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것이 마냥 평화롭고 단란하게만 다가온다...
평소에는 방랑객 누구나 쉽게 드나들수 있는 그저 보통의 마을일지 몰라도...
오늘만큼은 이방인을 허락하지 않는 호수위의 동화속마을...
이런 또다른 아름다운 동화속 마을풍경은 한세기동안 몇번이나 볼수있는 기회가 있을까...
그래서 오늘은 정말 소중한 나들이가 된셈이다...
다만 한편으로 내성천의 범람으로 뽕뽕다리와 명사십리는 온데간데 없고...
회룡포 기슭 일부 농경지마저 침수되는 고난을 피해가지는 못한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육지속의 섬이라던 회룡포는 섬이라기 보다는 시뻘건 흙탕물 바다에 위태롭게 떠있는
나룻배 같아보여 애처로움을 더 한다...
<회룡대에서 내려다본 동화속 섬나라같은 회룡포... 물에잠긴 농경지가 안타깝습니다..>
회룡대 정각에 걸터앉아 넋이 나간채 회룡포를 내려다보다가...
꽤 많은 시간이 흘러서야 자리에서 일어나 원산성으로 향해 나갔다...
원산성으로 향하는 길은 고성산 어느길보다 편하고 아늑하다...
야트막한 소나무 숲이 이어지는 오솔길이다...
인적이 드믈고 한적하여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는 이보다 더 좋은곳이 없을듯하다...
한참을 걸어 원산성에 당도하니....
원산성을 알리는 표지판만 있을뿐 성은 흔적도 없이 수풀만 우거져있다...
마한시대의 성이라고 하니 삼국시대 보다 훨씬그 이전 아닌가....
성의 원형이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추측했던 나의 어리석음이 부끄러울따름이다..
그런데 내가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남아있다...
성의 둘레가 고작 1km도 채 안되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성의 직경이 단순계산으로 해보아도 고작 318m 정도 일텐데...
이 작은 성에 군사가 대체 몇 명 정도나 있었을까....
전투가 벌어지면 성은 으레히 포위되기 마련이고....
성을 수성하는 쪽에서는 성문을 굳게 닫아걸고 짧게는 석달...
길게는 3년이 넘는 전투가 벌어지는 전투가 있기 마련인데...
그렇다면 성안에서 식량이 자급자족 될수있는 농경지도 있어야하고...
무기창고...군량창고....군사들의 숙영지....백성들의 가옥....등등
이 좁은 성안에서 이것이 가능했을까....
문헌을 찾아보면 그 작은 마한국가 안에서도 50여개가 넘는 부족국가가 있었다고 하니...
백성의 숫자가 5백이 채안되는 나라도 있었을 것이라고 개인적인 추측을 해볼뿐이다..
<원산성 가는길은 고성산 그 어느길보다 편하고 아늑합니다..>
<성은 흔적도 없고 덩그라니 이표지판 하나가 원산성이 있었슴을 알려줍니다..>
원산성을 내려오는데..
그 우려했던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드디어 태풍이 접근했나보다.....소스라치게 놀라 우산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발걸음을 재촉해서 삼강앞봉을 향해 질주를 시작했다..
삼강앞봉에 오르기도 전에 빗줄기가 굵어졌다...
배낭을 열어 우의를 꺼내입고 또 우산을 받쳐들고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했다...
우여곡절 끝에 삼강앞봉에 오르니 또하나의 장관이 펼쳐졌다...
이 봉우리 앞에서 길게 펼쳐진 세가닥의 강물이 모여들고 있었다..
여기에서 낙동강,내성천,금천이 합류한다 하여 삼강앞봉으로 이름이 붙여진듯하다.
강너머 희미하게 삼강마을도 눈에 들어오고 그 가운데 유명한 삼강주막이 있을법하다.
잠시 강물줄기를 바라보고 있는데....
다른쪽 방향에서 올라온 한상무님 일행을 만났다...
잠시후에...
내 뒤쪽을 따라오던 부회장님 일행과도 합류하게 되었다....
그 일행중 부슬부슬 내리는 빗속에서 우산도, 우의도 걸치지 않은채 흠뻑 젖은 맨몸으로
쏟아지는 빗줄기 한가운데 고고한 자태로 서서 계시는 여인 한분이 계셨다...
촉촉하게 젖은채 단정하게 흘러내린 단발머리....
빗물에 화장이 씻겨 나가서 뽀얗게 드러난 생얼굴...
애처로워 보이기 보다는 사춘기 소녀처럼 순수해 보이고 낭만의 여유가 있어뵈는 것이 인상적 이었다......
여기서 진로를 놓고 잠시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사림봉을 향해 최종목표 지점까지 가야한다는 사람들...
비가 얼마나 내릴지 모르니 지름길로 하산하자는 사람들....
부슬부슬 내리는 빗속에 의외로 토론이 길어진다..
토론이 이어지는 동안 난 홀로서 먼저 하산길로 접어 들었다...
태풍이 몰고 다니는 빗속에서 더 이상 산을 오를 자신감이 솔직히 내게는 없었다...
내가 하산길로 걸음을 옮기면 아마도 토론의 방향도 하산으로 기울어지지 않을까...하는
얄팍한 속마음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점심때도 훌쩍 지났다...그렇다고 쏟아지는 빗속에서 어디 펼쳐놓고 먹을장소도 마땅치않다.
그저 빨리 내려가 막걸리 한잔 걸치고 싶은 생각에 마음이 앞서기도 한다...
그러나 나의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그 빗속에서 모두들 사림봉을 향해 등산을 계속해 나갔다..
우산도,우의도 걸치지 않았던 흠뻑젖은 그 아름다운 여인도
그대열에 끼어 사림봉을 향해 올라간다..
참으로 대단 하신분 들이다...
지금도 그 용기 하나만은 칭찬을 아끼고 싶지않다.
그것이 산꾼들의 산에 대한 미련이고 집념이고 사랑인가 보다...
홀로 하산하는 길은 외롭고 스산하고 공포스럽기 까지 하다...
숲이 우거진 산길은 비에 젖은 나뭇가지가 축축 늘어져 앞길을 방해하고
하늘은 컴컴하고 어둡기만 하다...
혼신의 힘을 다해 제2전망대 쪽을 향해 질주를 계속해 나갔다....
제2전망대가 가까울 무렵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 돌아보니...
그 중 한분이 허겁지겁 내 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이제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분이 반가웠다...
언제나 얼룩무늬 카키복을 입고 등장하시는 낮익은 얼굴....
내고향 홍천에서 군대생활을 하셨다는 이유에서 또 반가웠다...
이런저런 동병상련의 이유에서 우리는 금새 친숙해졌다.
적막한 산길에서 그렇게 만나 이런저런 애기를 나누며 제2전망대에 잠시 머물다가
회룡대를 다시 지나 장안사 앞 정각에 도달했다...
정각에 들어서니 빗줄기는 다시 굵어졌다.
자리를 찾아 걸터앉으니 안도감이 찾아들어
그제서야 주룩주룩 내리는 빗줄기가 시원하고 감미롭다..
산을 오르던 그정각에 다시 걸터 앉아 배낭을 풀어 헤쳐 막걸리 한 병을 찾아냈다...
태풍의 공포도 망각 한 채 보슬비 내리는 정각 한가운데 자리를 틀고 앉아
주고받는 막걸리 한잔의 감미로움을 그 누가 알 수 있으랴....
어찌 말로 설명이 가능하겠는가....
날궂이 한번 제대로 품위있게 하게되니 이보다 더한 신선이 어디 있으랴..
아쉬움이 남는건 빈대떡 한조각이 덤으로 얹혀 진다면 이보다 금상첨화가 어디 있겠는가...
30여분을 넘게 지체한후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분은 다른 일행을 기다린다고 했다... 내리던 빗줄기가 잠시 주춤한다..
산을 내려오다 간이의자를 꺼내앉아 나뭇가지 사이로 힘겹게 시야로 들어오는
회룡포를 넋놓고 응시하며 내려다 보았다..
비가 그치고 시간의 여유도 있어서 이기도 하지만 흙탕물에 둘러싸인 애처로운 회룡포를...
눈으로... 머리로... 가슴으로... 한가득 담아가고 싶어서이다..
회룡포 지도를 꺼내 펼쳐들었다...
사실 그동안 우리는 회룡포의 아름다운 비경에만 집착해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걸었던 비룡산과 그아래 들판이...
내성천에 둘러싸인 그 형태가 우리나라 남한지도를 쏘옥 빼어 닮았다는 사실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다...
다시한번 이지도를 옆으로 돌려 보아라~~~
이 또한 얼마나 신비하고 사랑스런 내조국의 땅인가....
<지도를 옆에서 보세요.. 대한민국 남한땅과 신기하게 닮았습니다..>
하산하여 기다리고 있던 버스에 들어서니 나보다 먼저 내려오신분이 열명이 채 안되어 보인다.
버스는 1시간 정도를 더 기다려 삼강주막으로 출발했다...
삼강주막에는 비오는 주말임에도 비교적 많은 관광객이 들어차있었다...
2년여전.. 1박2일 촬영전에는 주막이 대여섯채가 고작이었는데...
어느새 새로지은 주막이 10여채를 훌쩍 넘은듯하고 널찍한 마당과 아담한 조경...
그리고 마당건너편에 콘서트가 가능한 무대까지 설치되어 있었고 그 너머로 현대식 주차장 시설까지 들어서있고
이미 모든 것이 현대화 되어있었다...
가히 T.V 예능프로의 위력을 실감할수 있었다..
이 주막은 역사적으로도 유래가 깊다고한다.
본류인 낙동강과 지류인 금천, 내성천이 합류하는 뱃길의 요충지로서
전성기에는 소금을 실어나르는 소금선, 쌀과 곡식을 수송하는 미곡선..
소같은 가축이나 나뭇짐을 수송하는 화물선...
한양에 과거를 보러가는 선비나 장보러 나오는 백성을 실어나르는 여객선등...
하루에 30여척이 넘는 나룻배가 종일 드나들었다고 한다..
따라서 이 주막에는 사공과 상인들이 묵는 전용숙소가 별도로 두채가 있었다고 한다..
이곳의 마지막 주모로 알려진 "유옥현" 할머니는 인심이 넉넉하고 성품이 좋았다고 한다.
글이나 숫자는 몰랐으나 머리가 좋아 기억력이 비상했다고 한다...
그래서 외상을 줄때면 부엌 흙벽에 칼로 금을 그어서 표시를 하고,
세로 짧은줄은 막걸리한잔..긴줄은 막걸리 한되,...
외상값을 다 갚으면 가로로 긴줄을 그어 지웠다는 일화는
지금도 입에서 입으로 전래되는 유명한 이야기다..
그러던것이 도로가 생기고 교량이 놓이면서 주막은 쇠락의 길을 걷기시작했고....
2005년 마지막 유모인 유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문을 닫게되자 주민들이 힘을모아 운영하고
지금은 경북도에서 민속문화재로 지정해 온전히 복원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이 마을 부녀회에서 운영한다고 하는데 서빙은 완전 셀프서비스다..
한상에 12000원 주고 사서 들고오면 아무 주막이나 들고 들어가서 자리를 편다...
우리일행들은 주막한채를 통째로 차지했고 거기서 한상잔치가 펼쳐졌다..
비내리는 주막에서 막걸리에 도토리묵. 손두부.. 배추전...순대..
어우러지는 안주가 갖추어져 있으니 분위기가 절로 살아 날수밖에 없으리라...
사실 손두부와 도토리묵은 별다른 맛을 느끼지 못했다...
손두부와 도토리묵은 오봉산에서 먹었던 성동신협표가 으뜸이다.
감히 누가 흉내조차 낼수없을 만큼......
배추전 또한 커다란 통배추를 듬성듬성 썰어 밀가루 물반죽에 슬쩍 담갔다 꺼내어
후라이팬에 얹어 지져 낸다....
그도 한입에 넣기 힘들정도로 큼지막하게 듬성듬성 쓸어 담았는데...
그 맛은 배추맛도... 전맛도 아닌 것이 이지역 향토 음식라고 한다...
그런데 그 씹는 맛이 묘하다...
부추전이든 김치전이든 원래 전이라는 것이 주재료가 밀가루 아니던가..
그래서 밀가루 씹히는 맛이 먼저이고 나중에 가서야 핵심재료의 맛이 입맛을 돋구어 내는데....
이 배추전은 생배추를 자연 그대로 씹는 맛이다...
그러다가 끝맛에 이르러서야 고소한 밀가루 맛이 감돈다...
<삼강주막입니다.. 콘서트무대가 고풍스런 멋을 반감 시키는건 아닐지...>
<이시대 마지막 주모였던 유할머니가 남긴 부엌벽에 새겨진 유일한 외상장부라고 하네요..>
<그맛이 오묘했던 배추전입니다...>
그 맛이 어떠하든...
비내리는 주막....어우러진 막걸리.. 지역의 향토음식 정취에 취해 일어설줄 모르니
자리가 길어진다..
아니 일어서 봐야 사방에 비가 내리니 딱히 나갈곳도 마땅치 않다....
당연히 길어지는 자리만큼 취기도 더해가고,
취기가 더해지는 만큼 행복지수가 상승하나 보다.. 한결같이 행복하고 밝은 표정이다....
행복지수가 절정에 이르러서야 자리를 끝내고 주막을 나섰다...
상기된 얼굴로 버스에 오르니 행복지수가 절정인데 어찌 여흥이 없겠는가...
평택까지 돌아오는 내내 신협스타들의 노래와 어깨춤이 이어졌다...
회룡포 우중산행은....
그렇게 즐겁게... 행복하게.... 정겹게 마감되었다....
오늘도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게 감사드립니다...
특히 휴게소에서 편안한 아침식사를 준비해주신 한상무님, 그리고 임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 귀한 아침식사는 내 평생 잊지 못할것입니다...
다시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꾸 벅~~ ^^
2011. 6. 25.
성공나라.
* 뽕뽕다리 자료사진입니다(3주전...)
<다리에 구멍이 뽕뽕 뚫어져있어서 마을사람들이 "뽕뽕다리" 라고 불렀답니다.. 그런데 어느 언론사 기자가 뿅뿅다리라고
언론에 소개한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은 "뿅뿅다리" 라고도 부른답니다.. 그래서 주민들이 화가많이나서 바로잡겠다고 나섰지만 언론의 영향력이 워낙 막강해서 찾아오는 사람들마다 뿅뿅다리가 어디냐고 묻는다는데....그래서 속상하다고 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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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산행후 성공나라님의 산행후기를 읽으면서 그날의 일을 하나하나 기억하면서 행복합니다입니다
때로는 지나쳐버린 것도 다시한번 생각할수있는 여유를 주시고요
성공나라님 6월 정기산행후기 잘보고 갑니다 오늘도 행복한하루
출근도 하시기전에 읽어주셨네요.. 요즘 바쁘시던데요.. 그렇다고 대충읽은건 아니죠..? ㅋㅋ
성공나라님꼐서 우리임원진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꽤뚫어보사는군요,,,,,그게 다 성동신협산악회를 사랑하며 관심이있으신거겠죠.....감사합니다....항상 산행후기 주옥같은글 많이 올려주시니 운영진은 정말이지 힘이납니다.....앞으로도 운영진은 여러산우님들을위해서 발벗고 뛰겠습니다.
제가 동문회 임원활동을 해봐서 조금알아요... 행사할때 인원파악이 제일중요하다는거.. 그리고 젤힘들죠..
인원파악이 정확히 되어야 예산이나 일정에 차질이 안생기니까요.. 인원파악이 제대로 안되면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죠.. 짜증도 많이나고... 그래서 이번에 임원들께서 마음고생 많이 하신거 알아요...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이번에는 사진까지 첨부하여 더욱더 머찌고 생생한 현장감이 느껴지네요^^
참으로 훌룡하신 글제주를 가지고 계시네요^^
부럽습니다^^
사신은 청계산 산행후기때 부터 첨부했는데요.. 다른 후기는 안읽어 보셨나보네요..ㅋㅋ
암튼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글구 이번에 봉고차 운전하시느라 고생하셨다는 애기 들었습니다.. 스키벙개할때도 그랬고..
궂은일에 몸아기지않고 직접나서주시니감사합니다...수고 많으셨습니다..
아그날들이 생생이그려지는 글이네요우리 성공나라님
멋진사진과함께 후기쓰시느라 몇시간걸리셨겠네요
감사 감사드려요
옹달샘님두 비쏟아지는데 사림봉으로 끝까지 올라가시던데... 존경스럽습니다..
글구 대문사진에 젤예쁘게 사진이 나왔네요... 축하드립니다...ㅋㅋ
늘기다리려지는산행후기입니다이번에도 저의기대를저버리지않으셨네요하루일과를 끝마치고 맨 마지막에하는게 카페방문해서 산행후기글 올라왔나 열어보는게 일과였는데 오늘 저의 퇴근시간을 붙잡아 놓은셨네요제가하도궁금해서 산행하시면서 메모를하시는건가 유심히 옆에서 흘끔흘끔 지켜보았지만 메모는 커녕 산행하는일행과 똑같이 옆사람과 얘기도나누시고 산행하는내내 이라든가 펜을꺼내시는건 본적이없네요분명 비가와서가 아니겠죠참으로 대단하시다는 생각을 다시금합니다글 잘읽고갑니다
등산후 후기가 기다려져 자주 드나들었는데 바쁘다 보니 이제서야 글을 읽게 되었네요
재작년인가 회룡포엘 다녀왔었답니다
오르는길에 매달려있던 작은 시들을 하나하나 소중히 읽으며 올랐더랬읍니다
깊은 인상을 받았더랬읍니다
사진과 함께 보면서 다시금 그때의 감동을 고스란히 받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우선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후기가 기다려진다고 하시는분들이 늘어가니 보람을 느끼기도 하지만 부담스럽기도 하네요..
아..그래서 이번산행에는 안오셨나보네요.. 막걸리 사가지고 오시겠다고 하시더니 안뵈시는거 같던데요..ㅋㅋ
죄송합니다.
사실 갔던곳이라도 가려고 했었어요.
헌데..우중 산행은 처음이다보니 좀 겁이 나더군요
비가 오는데도 산행을 강행 한다고 해서 좀 의아했읍니다
하지만
다음 기회엔 용기를 내서 폭풍이 온다해도 가볼 요량입니다
모든 회원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네요
그대들이야말로 진정한 산사람들이라고...^^
잘하셨네요.. 저도 우중산행은 내키지않습니다. 무리할 필요는 없구요..등산은 즐기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