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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뭣고 다리'
1.
2년전인가 대학로에서 ‘이뭐꼬’라는 연극을 우연히 본적이 있다.
불교연극이었기에 불교에 무지한 나로서는 호기심 어린 심정으로 보게 되었다.
“나는 누구입니까.
지금 내가 나에게 묻고 있는 이 마음도 내가 아닙니다.
내 마음 속에 잠재돼 있는 무의식도 내가 아닙니다.
이 모든 것이 내가 아닙니다.
지금 내가 아니라고 부정하는 이 마음도 내가 아닙니다.
나는 누구입니까.
나는 누구입니까.
나는 누구입니까.”
강태기라는 배우의 명연기는 찬사가 모자랄 정도였다.
뿐만 아니라 ‘나는 누구인가’라는 화두가 연극이 끝난 다음에도 오랫동안 귓전을 맴돌았다.
그래서 그걸 ‘이뭐꼬’라는 화두로 쓰는게 아닌가 추측이 되기도 했다.
어쨌든 연극 덕분에 스스로 ‘이뭣꼬’라는 말을 더 자주 던져보자고 생각했다.
2.
속리산 법주사에서 문장대 방향으로 산을 오르다 보면 ‘이뭣고다리’가 나온다.
이 다리를 지나 조릿대가 울창한 숲길을 걸어 올라가면 복천암에 이른다.
복천암은 세조와 신미대사의 일화가 숨어있는 곳이다.
공민왕의 친필인 무량수라는 편액도 걸려 있는 역사가 꽤나된 곳이다.
암자 지척에 있는 ‘이뭣고다리’ 주변의 풍광은 어떤이는 금강산 마하연, 지리산 칠불암과 더불어 구한말 3대 선방의 하나로 이름을 얻은 이유를 상상할 수 있을 만큼 아름답다고 극찬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이곳을 찾는 이들이 갈수록 느는 것같다.
마음이 답답하거나 울적할 때 이곳을 찾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세조대왕은 평소에 지병을 가지고 있었다.
어린조카인 단종을 제거하고 왕위에 올랐으니 마음이 개운할 리가 없었을 터.
뿐만 아니라 그에게는 마음의 병만큼이나 피부병이 심했다고 한다.
그런데 마음의 병과 피부병을 모두 이곳에서 치료할수 있었으니 얼마나 다행이었을까.
세조는 이곳 복천암에서 삼일을 기도하고, 신미대사로 부터 삼일을 설법을 들은 후 복천암의 샘물을 마시고 마음의 병을 모두 치료할수 있었다고 전한다.
헌데 세조대왕의 피부병은 생각보다 정도가 심했던 것 같다.
복천암에 오르기전 개울물에서 목욕을 하고 나니 증세가 호전되기도 했다고 해서 계곡의 담에 ‘목욕소’란 이름을 붙이기도 한 곳이 있을 정도이다.
여하튼 피부병이 낫지를 않자 신미대사는 세조를 모시고 오대산 월정사로 간다.
그러나 당시 오대산 월정사는 생각보다 허술하기 짝이 없는 사찰정도에 불과했다.
비가새는건 물론 불사를 드리기에 도저히 여력히 미치지 못해 신미대사는 고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 소식을 들은 세조는 월정사로 행차를 한다.
세조는 몸에 부스럼 때문에 이를 감추려고 두꺼운 옷을 입고 행차에 나섰다.
당연히 몸에 땀이 많이 났을 것이다.
그래서 계곡에 병풍을 치고 한 밤중에 목욕을 하는데 등을 밀어줄 사람이 필요했다.
하지만 임금님 몸에 평민이 감히 손을 댈수 없었기에 지나가던 동자승을 발견하고,
세조의 등을 밀어줄 것을 청한다.
세조는 동자에게 "동자야, 절대 임금의 등을 밀어주었다는 말을 하지 말아라"라고 당부를 한다.
동자 역시, "임금님께서도 절대로 오대산 계곡에서 문수동자를 보았다는 말을 하지 말아 달라"고 한다.
깜짝놀라 잠에서 깨어난 세조가 문수보살을 찾으려 두리번 거리다 문득 자신의 부스럼 많던 피부를 보니 부스럼이 다 떨어져 나갔다고 한다.
세조와 신미대사의 이야기를 곱씹어보면서 법주사에서 복천암까지 숲길을 걷다보면 기분좋은 숲 향기가 어느새 온몸에 배여 상쾌하기 이를데 없다.
이제 곧 한글날이 닥아온다.
올해는 특히 다시 공휴일로 지정된 한글날이니 만큼 한글 창제를 도운 신미대사가 걷던 길을 걸어보는 것도 나름 의미있는 일일 것 같다.
우리 말과 글에 얽힌 역사와 문화의 의미를 다시금 새길 수 있다면,
우리 가슴에 물들게 될 단풍 숲 역시 우리가 던진 ‘이뭣꼬’의 화두로 더욱 화려한 색감으로 물들리라 기대해 본다.
첫댓글 이뭣꼬님이 부족한 '이뭣고다리'에 대한 추가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이 글을 읽고 이뭣고 다리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한 길'님 감사합니다.
연극도 자주 보시고, 답사도 다니시고, 불교에도 관심이 많으신 분으로 추측됩니다.
머지 않아 와우리에 좋은 세상이 오면 한번 만나서 식사라도 같이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