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가아발다라보경 제4권
52. 수기, 누가 불도에 이르는가
이때 대혜보살이 다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아라한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게 되리라고 수기하셨으며, 모든 보살 등과 차별이 없다고 하셨고, 모든 중생들의 법으로는 열반에 들지 못한다고 하셨으니, 누가 불도(佛道)에 이릅니까?
처음부터 부처가 되고부터 열반에 들기까지 그 중간에 한 마디도 말씀하지 않았고 또 대답한 것도 없다고 하셨으며, 여래는 항상 정(定)하기 때문에 또한 생각도 없고 살피는 것도 없다고 하셨으며, 화불(化佛)이 변화로 불사(佛事)를 하신다고 하셨습니다.
어찌하여 식(識)이 찰나에 전전하여 무너지는 모습을 말씀하시며, 금강역사(金剛力士)가 항상 따라 시위(侍衛)한다고 말씀하십니까?
어찌하여 본제(本際)를 시설하지 않으시고 마(魔)와 마업(魔業)과 악업(惡業)과 과보를 나타내시며, 전차마납(旃遮摩納:旃遮摩那)과 손다리녀(孫陀利女)의 빈 발우를 내보이시어 악한 업장을 나타내십니까?
어찌하여 여래께서는 일체종지(一切種智)를 얻으셨으면서도 모든 허물을 떠나지 않으십니까?”
부처님께서 대혜에게 말씀하셨다.
“자세히 들어라.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여라. 너희를 위해 말하겠다.”
대혜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거룩하신 세존이시여, 가르침을 받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대혜에게 말씀하셨다.
“이는 무여열반(無餘涅槃)을 위한 것이다. 이로써 보살행(菩薩行)으로 나아가도록 유인하기 위해서 설한 것이다. 이곳과 다른 세계에서 보살행을 닦는 사람들이 성문승의 열반을 좋아하므로 그들이 성문승을 떠나 대승으로 향하도록 하기 위해 화불(化佛)이 성문에게 수기를 한 것이니, 이는 법불(法佛)이 아니다.
대혜야, 이러한 까닭으로 모든 성문에게 수기를 하고 보살과 다름없다고 한 것이다.
대혜야, 다름이 없다는 것은, 성문이나 연각이나 모든 부처님 여래가 번뇌장(煩惱障)을 끊고 해탈한다는 점에서 똑같기 때문이니, 지혜의 장애[智障]를 끊었다는 것은 아니다.
대혜야, 지혜의 장애란 법무아(法無我)를 보고는 수승하고 청정하다 여기는 것이니, 번뇌장은 먼저 인무아(人無我)를 보는 것을 익혔기 때문에 끊어진다.
7식이 없어지고, 법의 장애[法障]에서 해탈하며, 식장(識藏)의 습기가 없어지고, 구경에 청정하며, 본주법(本住法)에 인하기 때문에 전후가 성품이 아니며, 끝없는 본원(本願) 때문에 여래는 생각도 없고 살핌도 없이 법을 연설한다.
바른 지혜의 교화를 받기 때문이며, 기억하여 잊지 않으므로 생각도 없고 살핌도 없다.
4주지(住地)와 무명주지(無明住地)의 습기가 끊어지므로 두 가지 번뇌가 끊어지고, 두 가지 죽음을 벗어나며, 인무아와 법무아를 깨닫고 두 가지 장애를 끊는다.
대혜야, 심(心)ㆍ의(意)ㆍ의식(意識)과 안식(眼識) 등, 일곱 가지 찰나습기(刹那習氣)의 인(因)을 벗어나고 선무루품(善無漏品)을 벗어나면 다시는 윤전(輪轉)하지 않는다.
대혜야, 여래장이란 열반의 법륜을 굴리는 것이니, 고락(苦樂)의 인(因)은 공연히 뜻을 어지럽힌다.
대혜야, 이는 어리석은 범부가 깨달을 수 없는 것이다.
대혜야, 금강역사의 호위를 받는 것은 화불이니, 진짜 여래가 아니다.
대혜야, 진짜 여래란 모든 근량(根量)을 벗어나는 것이니, 모든 범부와 성문과 연각과 외도의 근량이 다 없어지고 현법낙주(現法樂住)의 무간법지인(無間法智忍)을 얻었기에, 금강역사의 호위를 받지 않는다. 모든 화불은 업으로 생기지 않는다.
화불이란 부처도 아니고 부처를 벗어나지도 않으며, 도공(陶工)의 바퀴 등으로 만들어진 질그릇같이 중생의 짓는 일을 모습으로 설법할 뿐이며, 스스로 통달한 것에서 스스로 깨달은 경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또 대혜야, 어리석은 범부는 7식신(識身)이 없어진다는 것에 의지하여 단견(斷見)을 일으키고, 식장(識藏)을 깨닫지 못하므로 상견(常見)을 일으킨다.
자기의 망상 때문에 본제(本際)를 알지 못하고 자기의 망상인 지혜가 없어지는 까닭에 해탈한다.
4주지와 무명주지의 습기를 끊으므로 모든 허물이 끊어진다.”
이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고자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3승(乘) 또한 승(乘)이 아니고
여래는 마멸(磨滅)하지 않는다.
모든 부처님께서 하신 말씀
모든 허물과 악을 벗어나라는 것.
모든 무간지(無間智)와
무여열반(無餘涅槃)을 위해서
열등한 모든 사람을 유인해 나아가게 하니
그러므로 숨기고 덮어 말한다.
모든 부처가 일으킨 지혜로
분별해서 도(道)를 말하니
모든 승(乘)은 승이 아니며
그것은 열반이 아니다.
욕계(欲界)와 색계(色界)와 그에 따른 소견(所見)
이것을 4주지(住地)라고 말하니
의식이 일어난 곳이며
식(識)의 집이고, 의(意)가 사는 곳이다.
의(意)와 안식(眼識) 등이
끊어져 없어지는 것을 무상(無常)이라 말하고
혹 열반이라는 견해를 지어
항상 머문다고들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