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2월 4일 일요일 맑음
우뚝 솟은 호텔은 전망이 좋다. 사방이 다 내려다 볼 수 있다. 앞에는 교회를 중심으로 주택가가 내려다보인다. 뒤편에는 우뚝 솟은 석회암 봉우리와 이 보다 더 높아 보이는 굴뚝이 눈에 들어온다. 거기에 주택사이로 달리는 기차 길도 보인다. 그 아래 보이는 닌빈 호스텔 건물 옥상은 너덜너덜하다. 자세히 보니 여름에 더위를 식히기 위해 옥상에 물을 저장한다는 냉각 시스템이 눈에 들어온다. 호치민(사이공) 대통령궁 옥상에서 설명들은 시설이다. 날씨도 좋다.
아침 식사는 호텔에서 한다. 손님이 적어서인지 뷔페식이 아니고 주문식이다. 먹고 싶은 대로 주문한다. 쌀국수와 오믈렛, 빵과 버터 그리고 잼이다. 커피를 비롯한 음료수와 과일은 준비되어있다. 쌀국수를 주문했는데 영어로 얘기하다보니 라면 국수가 나왔다. 이것도 별미로 맛있게 먹었다. 친절하고 풍성한 식탁이었다.
체크아웃 전에 호텔 뒤편 강가에 자리 잡고 있는 공원을 둘러보고 시내를 산책하기 했다. 가벼운 차림으로 숙소를 나섰다. 먼저 공원으로 간다. 제법 넓다. 사람이 거의 없다. 우리 밖에 없다. 오래된 나무들이 제법 많아 그늘이 있고 편해보인다. 분재나무를 잔뜩 가구고 있는 집이 보인다. 대문도 분재로 꾸며져 있고 대문 앞길에도 아주 큰 분재나무들이 사열하듯이 서 있다. 대문을 들어서니 가꿔놓은 분재들이 마당 가득하다. 수석과 어우러진 분재도 보인다. 개인 공간인 것 같다. 조용한 분재원에 커다란 개가 있는데 짖지도 않고 사람을 반긴다. 개도 사람이 그리웠나보다.
더 걸어가니 오른편에 연못이 있고 그 안에 섬이 있고 섬에는 작은 사원이 만들어져 있다. 큰 길을 따라 끝까지 가보니 홍강의 지류인 다이 강이 흐르고 있다. 이 강이 남딘과 닌빈의 경계다. 강 건너편이 남딘이다. 기차가 다니는 철교가 눈에 들어온다. 한강 철교와 모양이 같다. 배가 몇 척 강가에 정박해 있다. 오른편에는 암석산이 강물을 버티고 서 있는데 그 기슭에는 절이 있다. 커다란 부처상이 세워져 있다. 남방 불교 사원이다. 용 형상도 눈에 들어온다. 사원 앞에는 커다란 감귤나무가 화분에 심겨져 있다.
사원을 둘러 본 후 나오니 암석산을 오르는 계단이 보인다. 올라가 보기로 했다. 경사는 급하지만 높지 않아 오르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정상에 오르니 사람은 아무도 없고 Luong Van Tuy(1914~1932)라는 흉상만이 우리를 반기고 있다. 이 인물이 누구인지 무엇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정상에는 목조로 만들어진 묵직한 정자가 있다. 나무 기둥이 참 견고해 보인다. 주변에는 나무들이 있고 대나무도 보인다. 강을 내려다보니 모래 운반선이 있고 강 건너에는 모래가 강가에 잔뜩 모아져 있다. 그 뒤로 자동차가 다니는 다리가 있다. 왼쪽 숲에는 러시아 국기모형이 달고 있는 오래된 요새가 있다.
다시 내려와 공원을 간다. 새로 지어지고 있는 절도 있다. 최근에 만든 것 같은 기념비가 빛나고 있다. 사각형의 인공 연못은 물이 다 빠져 있고, 밑기둥이 드러난 분수대가 중앙에 초라하게 서있다. 그리고 손님이 없는 빈 오리배가 구석을 차지하고 있다. 허름한 집 앞 오래된 나무 기둥에는 팔뚝만한 포탄이 매달려있다. 아마 학교의 종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시내에서 약간 떨어져서인지 찾는 이도 없다. 이제 다시 수리를 하는 인부 둘 만 보인다. 공원을 산책하는 우리를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본다.
원숭이와 조류가 보이는 울타리가 몇 개 이어져 있다.
갑자기 아주머니가 한 분 나오더니 이 동물원을 구경하려면 요금을 내야한단다. 볼 게 있어야 요금을 내지요. 방향을 바꾸어 걸어간다. 놀이 시설을 이제 막 정비해서 손님을 맞으려고 청소하는 사람이 보인다. 중앙에 커다란 수석을 원 안에 세워 두었다. 들어가던 길을 따라 공원을 나왔다.
공원에 붙어서 닌빈박물관(寧平寶藏)이 있다. 마당에는 오래되 날지 못하는 소련제 경비행기 한 대가 있다. 길을 건너 다리를 건너간다. 강폭은 좁다. 집들이 앞 옆에 길게 늘어서 있다. 이 강 이름은 반강이다. 다리를 건너니 오른편에 인공 호수가 있다. 우리가 걸어가고 있는 거리는 Lê Hồng Phong 거리다. 식당들과 상가가 있다. 여기에도 닌빈의 맛 집이 있다. 두 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현지인 맛집 포보24(Pho Bo 24). 베트남 현지인이 바글바글하다. 소고기 쌀국수가 전문이다. 현지인들은 쌀국수보다는 주로 껌가라는 요리를 주문한다. 껌가(Com Ga)는 닭다리를 튀겨 소스를 얹고 노란 볶음밥과 함께 나오는 요리다.
아침을 잘 먹은 터라 그냥 지나친다. 약간 시큼한 맛이 나는 베트남 김치 ‘즈어모이’를 소고기와 함께 볶은 음식이 생각난다. ‘먹자코너’라는 한국말 간판도 보인다. 로터리까지 왕서 우리 숙소 방향으로 걸어간다. 이 도로가 메인 도로인 것 같다. 꽃 가게도 있고 다양한 가게들이 여기에 다 모여 있다. 화려한 색상을 자랑하는 도자기들이 잘 전시된 가게가 눈에 들어온다. 계속 걸어 다리를 건너니 버스터미널이다.
숙소를 가는 골목길에 들어서니 교회 문이 열려있다. 주일이라 예배드리는지 알았는데 결혼식이 있나보다. 교회 정면 예수님 상 앞에서 신랑신부와 가족, 그리고 신부님 같이 보이는 백발의 노신사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교회의 문도 열려있다. 커다랗고 깨끗한 교회인데 안으로 들어가 보니 실내장식은 베트남 스타일이다. 정면 제단 위에는 예수님의 십자가상이 만들어져 있다. 결혼식을 위해 중앙 복도 쪽의 의자에는 흰색 장미들이 줄지어 치장되어있다. 몇 몇 꼬마들이 안팎을 뛰어다닌다. 문을 열어놓으니 시원해 보인다. 정문 옆 간판에는 닌빈 교회라고 적혀있다.
숙소로 돌아와 짐을 정리하고 체크아웃을 했다. 10시가 조금 넘었다. 투투 커피집이 보이는 골목길을 따라 걸어서 버스터미널로 왔다. 이제 버스를 타고 하롱 베이로 간다. 10시 40분에 셔틀 버스를 탄다. 몇 명의 손님과 함께 차는 달려간다. 거의 4시간을 달려가는데, 가다가 손님이 있으면 아무데나 세워서 손님을 태운다. 내려주는 것도 정해져 있지 않고 손님이 원하는데 내려주며 달려간다. 짐도 구분 없이 실고 간다. 강마른 차장은 바쁘다. 가끔 석회암 봉우리가 나타나지만 도시는 거의 평지다.
오후 3시가 다 되어서 우리는 하롱베이의 버스터미널 바이짜이(Bai Chay Bus Station)에 도착했다. 우리를 내려주더니 셔틀 버스는 쏜살같이 가버린다. 버스터미널로 들어갔다. 여기에서 시내버스 3번을 타면 예약해 둔 숙소 근처에서 내릴 수 있다. 막 들어서자 우리가 타야할 3번 버스가 나간다. 버스터미널 안에는 금호고속이라는 우리나라 버스가 몇 대 보인다. 하롱베이와 하노이를 오가는 버스란다. 여기서 우리의 다음 목적지 사파로 가는 버스가 있다고 해서 알아보았다. 저녁에가는 버스는 없었다. 사파로 가는 시간표는 오전 6시 45분과, 오전 11시, 그리고 오후에는 2시30분 버스가 전부였다. 요금은 370,000동(18,500원)이고 슬리핑 버스란다. 우리가 원하는 시간 저녁 10시경의 차가 없어 좀 고민이 되었다.
3번 버스를 타고 터미널을 나왔다. 10여분을 달리니 공원이 보인다. Hạ Long Park, Sun World Hạ Long이라는 글씨가 보여 내렸다. 엄청 넓은 놀이 공원이다. 개띠 해라 꽃으로 장식된 개 모형이 가득하다. 보라, 발강, 파랑, 노랑 하늘색 5가지 색상의 개 모형이다. 사람들도 엄청 많다. 숙소를 찾아가다가 여행사가 있어 들어가 하롱베이 1일 투어 가격을 물어보았다. 1,110,000동(55,500원)이다. 제법 비싸다. 골목길에 들어서니 우리가 예약한 숙소 ALEX 호텔이 나타난다. 잘 찾았다.
체크인을 했다. 여기도 손님이 별로 없나보다. 좀 썰렁하다. 짐을 풀고 식사도 할 겸 시내로 나왔다. 작고 큰 호텔들이 골목에 가득하다. 길을 다라 죽 걸어가니 끝에 재래시장이 나온다. 반가웠다. 밖에도 채소와 과일 등을 파는 보따리상들이 많고 안으로 들어가니 제법 풍성하고 큰 가게들이 주제별로 모여 있다. 과일 채소상을 지나 고기 집들이 있는 곳으로 가는데 오뎅을 만들어 파는 가게들이 나타난다. 생선 오뎅과 오징어 오뎅이 주류를 이룬다. 이제 막 만들어 튀겨낸 오징어 튀김과 생선 오뎅을 샀다. 먹어보니 정말 쫀득쫀득하니 맛있다. 끝없이 먹을 것 같다.
그 앞에 있는 튀김 만두집에 앉아서 큰 만두(반세오)를 두 개 사서 먹었다. 배가 든든하다. 과일 채소 가게에서 망고와 용과를 샀다. 깎아먹을 칼도 샀다. 과일 가게에는 신기하게 생긴 노란 과일이 눈에 들어온다. 처음 보는 과일이다. 손가락 모양 같기도 하고 잘 보면 꽃 모양 같기도 한 주먹 보다 큰 과일이다. 물어보니 먹지는 못하고 제사용이란다. 양손에 과일과 오뎅을 들고 나오니 기분이 좋다. 길가에는 군밤과 군고구마, 군 옥수수를 파는 이도 보인다. 정겨워 보였다. 시장 옆에는 터미널 같은 커다란 주차장이 있다.
내려오다가 식당이 있어서 들어가 쌀국수를 주문해서 저녁을 해결했다. 쌀국수는 언제 먹어도 속이 편하고 잘 넘어간다. 둘이 먹고 70,000동(3,500원)을 주고 나왔다. 참 저렴하다. 맛집이라고 메모해 온 우리가 찾던 식당은 문이 닫혀 있었다. 가다가 작은 여행사에 들어가 일일 투어를 물어 보았다. 점ㄹ은 아가씨가 친절하게 680,000동(34,000원)이란다. 여기가 제일 저렴했다. 우리 숙소에 와서 하롱베이 일일 투어를 물어보니 750,000동(37,500원)이다. 우리는 680,00동에 하자고 했다. 흔쾌히 동의 해 주었다. 내일 아침 8시에 숙소 앞에서 픽업하기로 했다.
공원으로 갔다. 밤 야경이 멋있다. 세계에서 제일 크다는 케이블카가 막 내려온다. 공원에는 드래곤 파크, 워터 파크 라는 주제별 놀이 공원이 함께 모여 있다. 분수에 꽃들이 조명을 받아 아주 아름답다. 결혼사진을 찍는 젊은 커플도 있다. 자유여신상도, 에펠 탑도 온통 꽃으로 장식되어있다. 공원을 둘러보다가 상가거리로 나오니 각종 음식을 파는 가게들이 줄지어있다. 견과류(캐슈넛) 450g을 샀다. 5달러다. 중국 관광객들이 생각보다 많다. 밤거리를 다니다가 숙소로 왔다. 피곤하다. 내일은 우리가 기대하던 하롱베이 투어를 한다.
2월 4일 경비— 3번버스 14,000, 일일투어 1,360,000, 오뎅 120,000, 과일 70,000,
만두2개 20,000, 칼 20,000, 쌀국수 70,000, 캐슈넛 5달러,
계1,794,00동*0.05=89,700원.
누계 22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