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은 두 번을 갔지만 제대로 구경은 하지 못했다.
첫번째 여행은 72년 가을에 강릉에서 울진을 지나 영주로 가면서 성류굴(聖留窟)에 들어가 봤지만
당시 그곳의 사진사들의 횡포로 스트로보를 발광시키지 못해 사진을 제대로 찍지도 못하고
구경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하지만 당시 비포장도로인 불영계곡을 버스로 올라가며 봤던 기억은 잊을 수가 없다.
두번째 여행때는 불영계곡의 불영사(佛影寺)를 갔었는데 카메라가 안가지고 가 사진 한 장없어 기억도 잘 안난다.
추석 연휴인 9월 30일 아침 일찍 길을 떠났지만 원주까지는 고속도로가 완전 거북이 걸음이다.
이번 여행은 생각지도 않은 여행이다.
두째 딸래미 시댁이 영천인데 연휴가 길으니 동해안으로 돌아온다고 집사람을 오라 한 것이다.
울진에서 만나기로 해 불영계곡을 먼저 들렀다가 가려하다가 생각해보니 모두 불영계곡을 안 가 본듯했다.
그래서 성류굴 주차장에서 만나기로 하고 길을 떠난 것이다.
원주가기 전에 영주로 내려가는 길이 새로 생겼다.
치악으로 가기는 마찬가지인데 JC를 따로 만들었나?
어찌됐던 영주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무척 한산했다.
풍기에서 고속도로를 내려 지방도로로 가지만 자동차 전용도로라 신호등도 없고 가는 차도 별로 없다.
내가 궁굼했던 것은 풍기에서 울진가는 도로가 새로 생긴 후 가 본적이 없어 새로난 길을 가고 싶었다.
새로 난 길은 거의 직선으로 평지가듯 가는데 양쪽에 벽을 쌓아 경치를 볼 수가 없다.
나중에 불영계곡을 가느라 옛길로 가면서 보니 까마득히 높게 외기둥에 길을 만들었다.
12시 30분이 되서야 성류굴 주차장에 도착했다.
성류굴 입구 왕피천.
성류굴로 가려면 왕피천을 끼고 조금 걸어가야 한다.
성류굴 입구 맞은 편에 길위로 정자를 지어 입장료를 받는다.
어른은 5000원이고, 청소년은 3000원, 65세 이상은 1000원을 받는다.
대신 어른은 5000원을 내고 2000원짜리 지역상품권을 받아 근처에서 사용할 수 있다.
성류굴 팜프렛에 안내지도가 있지만 저것을 하나 하나 살펴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붉은 색을 칠한 끝부분은 볼 수가 없는 곳이다.
어느 동굴이든지 모든 곳을 다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설명문도 그렇다.
동굴에 들어와서 생물을 관찰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다만 이곳은 일부 지하수에서 물고기를 볼 수있는데 왕피천에서 들어 온 물고기라고 한다.
동굴에 들어가려면 입구에서 안전 헬멧을 씌워준다.
키가 큰 사람은 특히 꼭 착용해야 머리를 안 다친다.
동굴 입구부터 높은 습도와 위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에 바닥이 미끄러운 곳도 있다.
종유석을 구경하다가 미끄러지거나 계단에 발을 헛디디는 실수를 하면 심각한 부상을 입을 수도 있다.
하나 하나 찬찬히 구경하면 좋겠지만 좁은 통로에 계속 밀려오는 인파에 빨리 빨리보며 가야 했다.
저 물속의 석주(石柱)는 아마도 물이 없을 때 형성되었을 것이다.
그후에 어떠한 이유로 이곳에 물이 고였을 것이다.
물속의 석주는 꽤 큰편이다.
72년 가을에 이곳에 왔을 때는 부러진 석순도 많고, 부러진 자리가 무척 날카로았는데,
근 50여년만에 조금 자랐는제 끝부분이 많이 부드러워졌다.
당시에는 입구 근처 가게에서 석순을 판매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모두 불법이라 흔적도 없다.
이 종유석들이 젖빛으로 빚난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상상을 해 본다.
모양이 있는 종유석에 이름을 붙이는 것도 좋지만 각자 상상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조금 안타까운 것은 동굴을 공개했을 때 조명의 문제로 "녹색오염"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즉 종유석에 녹색으로 이끼가 끼어 지울 수없는 오염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72년도에 왔을 때는 검은 색이 많았다.
옛날에는 횃불을 가지고 들어왔기 때문에 종유석에 끄름이 붙어서 검게 된 것이다.
게다가 종유석을 잡고 기야 하는 곳도 있어 손때가 뭍어 검게 된 곳도 있다.
이곳에서는 "흑색오염"이라고 부른다.
이는 동굴을 개방했을 때 어쩔 수 없는 오염이라고 하지만 오염을 막을 방법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빨리 원상이 회복되도록 연구를 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이끼가 자라고 있는 종유석도 많다.
조명등을 이끼 방지하는 것으로 교체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것은 보지못하고 지나쳐 버렸다.
아마도 근래에 잘라진듯하다.
석주가 부러졌지만 무너지지않고 그대로 있으며 세월이 가면 회복이 될것이다.
관람을 끝내고 나오니 온몸이 땀으로 후줄근 하다.
왕피천이 은어로 유명하니 "은어튀김"을 안먹어 볼 수는 없지 않은가.
값은 조금 비싼듯 하지만 기념으로 먹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