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9월 19일 목요일. 22℃, 맑음 오후는 비.
새날이 밝았다. 타리파에서 세비야로 가는 날이다. 아침 식사는 빵과 치즈와 햄, 그리고 과일로 했다. 유럽에서의 최고 간편, 저렴한 식사다. 빵에 슬라이스된 재료들을 넣어서 먹는 것이다.
가격으로 치면 아마도 이천 원 정도 될 것 같다. 오전 7시 30분, 배낭을 메고 버스터미널로 걸어간다. 아침 공기가 깨끗하고 시원하다. 터미널 옆에 있는 주유소만 일어나 있다. 버스를 기다린다.
고속버스는 정확하게 오전 8시 30분에 출발했다. 직행이 아니고 완행버스다. 스페인 남부지방을 들렸다 간다. E5 도로를 잘 달리더니 국도로 들어가 Conil de la Frontera 버스 터미널로 들어간다.
여기서 손님을 내려주고 또 다시 달려간다. 세비야를 향해 가는 길 주변은 평야지대다. 끝도 없이 펼쳐지는 지평선이 넓은 스페인 땅을 자랑한다. 고속도로도 직진이다. 중국 북경에서 만리장성을 가는 길이 생각난다.
차는 12시 전에 세비야 버스터미널(Estación de autobuses Prado de San Sebastián)로 들어섰다. 생각한 것 보다 다른 버스터미널이다. 터미널은 노란색으로 장식된 오래된 터미널이다. 터미널 내에는 벽화가 눈에 들어온다. 긴 회랑을 통해 빠져나간다. 여기에서는 내일 가려고 하는 포르투갈 라고스(Lagos)를 가는 버스가 없다. 다른 터미널에서 알아봐야겠다.
배낭을 메고 큰 길로 나왔다. 분수대(Fuente de las Cuatro Estaciones)가 있는 커다란 로터리(plaza don juan de austria)가 나온다. 뒤에 교회(Brotherhood of Students) 건물과 어우러져 멋진 경관을 연출한다.
아름답고 아늑한 대학 예배당이다. 세비야 대학교를 등지고 있는 교회다. 이 예배당은 노동자들의 종교적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왕립 담배 공장 자리에 18세기에 지어졌다.
현재의 모습은 1956년에 담배 공장 건물에 대학교가 들어서면서 개조 공사 한 교회가 되었다. 대학생들의 종교적 용도를 위한 대학 총장의 예배당이며, 1926년에 교수와 학생들에 의해 설립된 "The Students"( 그리스도의 나사렛 형제단과 Angustia의 마리아 형제단)의 본부란다.
교회가 아주 아담하고 예쁘다. 관광객을 실은 마차도 분수대 앞을 지나간다. Moon 레스토랑이라는 한국 식당도 만나 반가웠다. 좀 더 걸어가 길을 건너 작은 광장을 품고 있는 상가 건물(Meeting point ANDALSUR)에 섰다.
여기서 이제 골목길로 들어가 숙소를 찾아야 한다. 작은 공원에 세워진 동상(Monumento a Don Juan Tenorio)을 만났다. Refinadores 광장에 있는 돈 후안(Don Juan)의 동상이다. 1974년에 제작되었다.
17세기 경 스페인 전설에서 화려한 여성 편력을 과시했던 ‘돈 후안 테노리오(Don Juan Tenorio)’는 오페라와 소설 속의 인물이다. 인물을 확인하고 좀 더 걸어가니 골목길 끝에 작은 삼각형 광장이 나온다.
광장은 십자가 3개가 지키고 있다. Tres Cruces다. 세비야의 매력적인 산타 크루즈 지역에 위치한 Tres Cruces는 역사적, 문화적 중요성이 가득한 곳이란다. 이름에서 알 수 있는 것과는 달리, 광장은 원래 Calle Ximénez de Enciso를 따라 있는 집의 정면에 박혀 있던 세 개의 나무 십자가에서 이름을 얻은 넓은 거리였다.
15세기에 세워진 이 십자가는 지역을 신성화함으로써 선술집 손님들의 공개 배뇨와 같은 불미스러운 일을 막기 위한 지역 주민들의 창의적인 해결책이었다. 덕분에 거리가 깨끗해 졌단다. 재미있다.
이 골목길에서 우리 숙소를 발견했다. 호텔 파티오 데 라스 크루세스(Hotel Patio de las Cruces), 작지만 아담하고 고급스럽게 생긴 호텔이다. 가운데 정원(타피오)이 있는 스페인 스타일 건물이다.
남미 페루 여행에서 만났던 호텔과 비슷하다. 느낌이 유태인이 주인인 것 같다. 체크인은 오후 2시 이후에 가능하단다. 배낭을 맡기고 세비야 구경을 나섰다.
목적지를 아르마스 버스 터미널(Estación de Autobuses Plaza de Armas)로 잡았다. 내일 가고자하는 포르투갈 라고스(Lagos)행 버스표를 예매하기 위해서다. 세비야 여행을 출발한다. 세비야(Sevilla)는 안달루시아 지방의 주도다. 세비야는 마드리드에서 남서쪽으로 574km, 코르도바에서 132k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서울과 동일 위도(북위 37도)에 있다.
스페인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로(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발렌시아) 안달루시아의 심장이라고도 한다. 고대 로마 시대부터 지방 중심지로 번창했던 세비야는 수세기를 걸쳐 수많은 민족들의 침입을 겪었는데, 이슬람의 지배를 받던 시기 알카사르, 히랄다의 탑 등이 세워졌다. 역사적인 전설이 많은 도시다.
15세기 말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면서 항구 도시였던 세비야는 무역의 기지로서 전성기를 누리게 됐다. 배를 타고 들어온 무역 인들이 집시들의 플라멩코에 관심을 보이면서 세비야는 화려한 플라멩코의 본고장이 되었다.
스페인의 대표 화가 ‘벨라스케스’, ‘무리요’를 배출해 내고, 프랑스 작가의 소설을 오페라로 재탄생시킨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와 비제의〈카르멘〉, 모차르트의 <돈 후안>의 배경이 될 정도로 세비야는 예술가들이 사랑하는 도시이기도 했다. 지금도 이 지방에는 카르멘이라는 이름을 가진 아가씨들이 많단다.
지리적으로 포르투갈과 인접해 있는 대도시이기 때문에 스페인의 교통의 중심지 중 하나이다. 대부분의 관광지는 산타 크루스 지구와 엘 아레날 지구에 모여 있다. 세비야와 그 주변의 가로수는 오렌지나무다. 나름 도시의 상징처럼 여겨질 정도로 유명하다.
오렌지가 익어갈 때쯤이면 거리 곳곳에서 나무에 달린 노란 오렌지로 미관도 좋아진다. 오렌지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는 2~3월경 세비야에서 스냅사진을 찍는 경우 오렌지나무를 배경 삼아 찍는 컷이 꽤 많다. 교통수단 중 하나가 말이 끄는 마차다. 그래서 곳곳에 말똥이 있다. 냄새는 심하지 않지만 파리가 꼬이는 게 문제다.
또한 이 도시에는 기마경찰이 있다. 가로수에 달린 오렌지 열매는 행인들이 따먹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이유는 먹지 못할 정도로 맛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스 아테네도 가로수가 오렌지 나무다. 길가에 떨어진 오렌지는 시내에서 마차를 끄는 말이 알아서 먹어준다고 한다. 우리는 커다란 공원(Murillo Gardens)길을 걷는다.
직선으로 뻗은 길이 산책하기에 좋다. 아름다운 조경의 도심 공원으로 포장된 산책로, 벤치, 그늘이 되어주는 나무, 역사적인 콜럼버스 기념비(Christopher Columbus Monument)도 보인다. 어린이 놀이터도 있다. 큰 도로 건너편에 한국식당이 있다. 예쁜 분수대(Fuente de Catalina de Ribera)도 만났다.
가난한 사람들을 돌봤던 카탈리나 데 리베라(Catalina de Ribera)를 기리기 위한 것이다. 복잡한 디자인과 아름다움이 울창한 숲과 잘 어울린다. 이 분수의 건축물은 세비야의 풍부한 무어 유산을 반영하며, 우아한 타일 작업과 세비야의 과거 이야기를 들려주는 매혹적인 조각품이다.
기념비 분수대는 건축가 Juan Talavera가 디자인했으며 1921년에 개장했다. 좀 더 걸어가니 조금 전에 만났던 세비야 대학건물이 나온다. 흰색 궁전이다. 원래 이름은 Royal Tobacco Factory of Seville다. 담배 공장이었던 신고전주의 양식 건물로 지금은 세비야 대학교의 사무용 건물로 사용 중이다.
옛 왕립 시가 공장(Royal Cigar Factory)의 상부 조각품과 주요 외관 건축물 모두 세비야 시의 관광 명소다.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장소며 건물 내부로 들어가실 수 있다. 도로 가운데에는 기마상(Glorieta del Cid Campeador)이 있다. 엘 시드의 기마상이다. 자신의 삶과 업적을 스페인과 연결시킨 역사적 인물이다.
총명하고 교양이 풍부하며 전술에 뛰어났단다. 그의 병사들에게는 존경을 받고, 그의 적들에게는 두려움과 존경을 받는 인물이다. 그의 검은 말도 전설적이다. 그의 유해는 아내의 유해와 함께 부르고스(스페인 북부) 대성당에 보존되어 있다. 그의 이야기는 전설처럼 보이지만 그의 행동은 실제였다고 한다.
이 엘 시드 기념비는 예전에 종교재판 당시 화전 터였던 장소에 있어 추억이 많은 유적지이기도 하다. 둥근 로터리를 중심으로 길 건너편에는 시 관공서 건물(Medio Ambiente Ayto Sevilla)과 문화센터(Casino de la Exposición) 건물이 궁전같이 화려하게 보인다.
백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극장(Teatro Lope de Vega)도 포함하고 있다. 포르투갈 국기가 펄럭이는 영사관(Consulate General of Portugal in Seville) 건물이다. 아담한 곡선 지붕을 갖고 있는 역사적인 건물이다. 외관과 입구는 포르투갈을 잘 표현하고 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