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자치연구소 청소년실천연구위원회는 올 해 3월부터 매월 '코로나19이후' 라는 대주제 아래 청소년과 관련된 주요 이슈를 중심으로 달달포럼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섯 번째 포럼의 소주제는 교육과 학교입니다. 다양한 이야기들의 소통을 위해 교육학계, 실천현장 분야, 유야교육 분야의 전문가들을 패널로 모셨습니다.
세 분은 각자의 영역에서 코로나19 이후, 대한민국 교육과 학교 현장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이에 대한 관련 대안들이 조금씩은 달랐지만, 지역사회가 놓치지 말아야할 본질과 가치들이 있다는 데에는 뜻을 함께 했습니다. 연대와 협력, 상생, 도전과 모험, 존재감, 관계, 자치와 참여, 부모와의 긴밀한 유대관계, 응원과 지지, 믿음과 신뢰 등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사실 이것은 어쩌면 코로나19가 아니었더라도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붙잡고 갔어야 할 그런 내용들이었습니다.
첫 번째 발제는 전주교육대학교의 천호성 교수님께서 해주셨습니다. 천교수님은 '코로나19 이후, 학교교육의 미래' 라는 주제로 코로나가 우리에게 알려준 것, 교육의 관점에서 본 코로나 사태, 한국사회의 교육 상황, 4차 산업혁명과 미래교육의 방향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코로나19가 우리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은 결코 부인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다른 사람이 안전해야 나도 안전할 수 있다는 연대와 협력의 사회적 가치를 알게 해주었으며, 국가의 공적 책임이 강화되고 환경과 사람을 중시하는 생태적 가치의 의미를 소환시키는 역할을 했다는 것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햇수로 약 2년 동안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있는 코로나19가 인간들이 제대로 살아가기 위한 교훈을 주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은 녹록치 않습니다. 천교수님은 이를 두고 '각자도생하는 한국사회'라고 표현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경쟁이 심한 나라이면서, 교육에 올인하여 엥겔지수(식료품비)와 엔젤지수(보육, 교육비)의 격차가 해가 지날수록 더욱 커짐에 따라 출생률의 감소로까지 이어진다는 게 교수님의 추론이었습니다.
과거에는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을 문맹자라고 했는데, 이제는 변화하는 미래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즉 변화하지 않는 사람)이 문맹자라고 표현한 천교수님은 미래라는 건 그냥 오는 게 아니라 우리들이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말씀하시면서 미래의 학교, 교육의 방향에 대해 역설하셨습니다.
4차 산업혁명과 불확실한 미래의 시대 속에서 '미래의 학교'는 세상 전체가 교실이고 학교라는 생각으로 전화해야하며, 교육과 공부라는 건 '살아가는 힘'을 기르는 것이라고 말씀하신 천교수님은 도전과 모험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미래교육 방향의 키워드로는 상생, 다양성 창의력, 문제해결력, 도전과 모험을 말씀하셨습니다.
이어진 두 번째 발제는 군산흥남초등학교의 김지만 선생님이었습니다. 김선생님은 '코로나19 이후, 학교 현장의 변화와 대안'이라는 주제로 코로나 이후 학교교육의 모습과 변화의 내용을 현장 활동 사례 중심으로 생생하게 전달해주셨습니다. 또한 코로나로 인해 드러난 교육의 논제와 함께 교육의 본질을 찾기 위한 대안을 설명하면서, 흥남초등학교의 실제적인 학생자치회 활동과 다모임 두레활동을 안내해주셨습니다.
김선생님은 코로나로 인해 달라진 학교의 일상을 사진으로 보여주면서, 당연히 누려야 할 것을 누리지 못하는 학생들을 진심으로 안타까워 하셨습니다. 급식실에서는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대화 금지, 신속한 식사 후 마스크 착용을 계속 이야기하는 본인의 모습도 아쉬워하셨고요.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수업, 줌, 메타버스와 관련된 내용과 기술들을 익히고 중점을 두느라 아이들과의 관계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라는 성찰을 하셨다는 선생님께서는 교육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드러난 논제로써 교실의 밀집도를 더 낮추고, 벌어진 학력 격차를 줄이는 데 학교가 더욱 노력해야한다는 말씀과 함께 선생님께서는 생태교육과 민주시민교육의 중요성을 언급합니다. 마스크로 인해 상실된 학생들의 존재감 회복과 만남과 연결을 통한 상호작용의 필요성도 덧붙입니다.
김선생님에게 교육의 목적은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찾아 즐거운 삶을 영위하며 공동체에 유익을 끼치는 건강한 주인으로서의 시민 만들기"였습니다. 즉 청소년들이 생태 감수성과 건강한 자존감을 가진 온정 있는 시민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게 바로 교육이라고 생각하신것입니다.
마지막 발제자인 최영숙 원장님은 유아교육의 전문가이면서 세 자녀를 둔 부모님입니다. 최원장님은 유아교육 전문가와 부모로서의 관점으로 코로나19이후 변화된 점, 어려움과 고민, 긍정적인 부분들에 대해 친절히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원장님은 먼저 유아교육적 관점에서의 고민점들을 풀어놓습니다. 코로나19 이후, 표정이 아니라 눈빛으로 소통하며 아이들을 키워야 하는 현실, 중국에서 만 1~2세가 마스크를 착용했다가 사망한 사례가 있어 국내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는 연령이 있지만, 나머지 아이들에게는 매일 마스크 착용을 강조해야하는 어려운 상황 등이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부모의 실직 등으로 가정이 어려워려지는 상황이 있고, 사회적 거리두기와 이동 제한으로 인해 보육 및 교육서비스 뿐 아니라 문화서비스 이용 등에도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가구소득이 적을수록 양육비용 부담 또한 가중되는 양상도 보입니다. 이런 과정 가운데 최원장님은 코로나19 전후 양육 비용 변화 고찰의 필요를 제안했습니다. 공적자금 지원(긴급 기본소득 지원)이나 정부의 긴급대출 지원 등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앞서 천교수님이 언급했던 국가의 공적 책임 강화와도 맞물리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부모교육이 온라인 등을 통해 더욱 강화된 모습도 보였다는 게 최원장님의 이야기입니다. 또한 부모로서 보면, 코로나19 이후 다양한 커뮤니티와 소통을 통한 정보 교류가 활발해졌다는 것입니다. 즉 학교나 교육의 정보를 부모님들끼리 주고 받으며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죠.
최원장님은 앞서 말한 내용들을 기반으로 코로나 19이후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몇 가지를 제안해 주셨습니다. 안전한 바깥놀이를 통한 학습의 극대화를 위해 국가나 지자체가 나서야 할 필요성과 언어발달 지연에 따른 사회서비스 체계의 필요 등이 바로 그런 내용입니다. 또한 아이들과 함께 저녁을 보내는 삶과 긍정적인 정서 교감을 꾸준하게 할 것을 강조해주셨습니다.
세 분의 열정적인 발제 이후 이어진 종합토론은 그것보다 몇 배는 더 뜨거웠습니다. 올 해 진행된 포럼에서 가장 많은 질문과 소감들이 댓글로 남겨졌고, 제한된 시간 안에 그 내용들을 모두 소화하기 위해 역동적이게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어쩌면 '교육과 학교'와 관련이 없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더욱 그럴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천호성 교수님께는 3가지의 질문이 들어왔습니다. 첫째는 대한민국 교육의 문제점과 해결방안, 둘째는 전북지역 인재 양성을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인 무엇인가?, 마지막으로 세번째는 학교를 넘어서서 지역사회 전체가 교육의 공간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런 사례나 활동 및 정책적 전략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천교수님께서는 대학의 서열화 구조를 깨야하며, 문제 맞히기식 교육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리고 전북형 인재 양성을 위해서 정치권과 국가의 노력을 촉구했습니다. 예컨대 전라북도 공무원의 상당한 일정 비율을 전라북도 출신으로만 뽑게하는 등의 제도 등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또한 교수님은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고교학점제 프로그램이 조금 더 지역사회 생활 밀착형으로 이루어져서 지역 전체가 교육의 공간이 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서 김지만 선생님께는 현재 학교의 경쟁적 상황에서 시민성 등을 기르기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변해야 하는 것과 코로나19이후 학부모들이 가지게 된 교사의 불신을 넘어서기 위해 학교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 들어옵니다.
이에 대해 김선생님은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자기 결정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어야 함을 강조했고, 학교가 학부모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주장했습니다. 서로 간 신뢰 회복을 위한 다양한 과정, 예컨대 간담회 같은 것들이 필요하겠다는 게 선생님의 이야기였습니다.
최영숙 원장님께는 코로나19로 마스크를 착용하며 눈으로 아이들과 의사소통하기가 어렵지 않냐는 질문이 들어왔고, 이에 대해 원장님은 믿음과 신뢰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갔습니다. 선생님이 날 응원하고 지지한다는 것을 아이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친밀감과 라포 형성만 잘되면 아이들과 눈빛만으로도 충분히 소통할 수 있다는 게 최원장님의 말입니다.
1차로 나온 질문들에 대한 답변이 이루어지는 동안 또 다른 질문들이 세 분에게 계속 이어졌습니다. 그 어느 포럼때보다 참여자들의 열의가 대단합니다. 교육과 학교에 대한 관심도를 반영하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질문에 대한 답변과 마무리 발언에서 천호성 교수님은 도전과 모험하는 교육을 강조하면서, 그 핵심은 사유에 있다고 말합니다. 또한 자치와 함께 책임감에 대한 내용들을 함께 언급하셨습니다. 김지만 선생님은 코로나19이후 학력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과 기술도 적용되어야겠지만, 무엇보다도 개인의 특성에 맞춘 교육 지원과 함께 관계성과 사회성 회복을 위한 대화의 시간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최영숙 원장님은 코로나 19시대가 아니어도 아이들의 사회성은 반드시 길러져야 하는 중요한 항목이라고 말하며, 부모와의 긴밀한 유대관계, 인성교육, 놀이의 중요성을 이야기 합니다.
오늘 포럼 발제자들의 발표와 시청취자들의 질문 및 그에 대한 답변, 토론의 과정을 통해 다시 한번 교육과 학교의 존재 이유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분명 코로나19는 우리들에게 다양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놓치지 않고 지켜야할 가치와 본질들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어쩌면 앞으로도 시대와 환경은 계속 변화할 것입니다. 과정 가운데 우리들도 계속 사유하고 토론하며, 지금보다 조금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노력과 실천이 무엇보다도 중요해보입니다. 정답보다는 함께 지혜를 모아 해답을 찾아가는 게 중요해보입니다.
* 제20회 달달포럼 방송
* 제20회 달달포럼 발제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