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나서는 순간, 나는 직감적으로 알았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차가운 공기가 얼굴을 때렸다. 영하로 떨어진 기온, 얼어붙은 숨결, 발밑에서 올라오는 냉기. 모든 것이 평범한 겨울 아침의 풍경이었다. 하지만 15년간 형사로 일하며 갈고닦은 본능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뭔가 이상했다.
나는 천천히 걸으며 주변을 살폈다. 아파트 앞 작은 공원.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풍경. 하지만 세부가 말을 걸어왔다. 벤치 위의 눈. 고르게 쌓여 있어야 할 그 눈이 한쪽만 녹아 있었다. 누군가 그곳에 앉아 있었다는 뜻이다. 얼마나 오래? 체온으로 눈을 녹일 만큼 오래.
발자국.
인도 위에 희미하게 남은 발자국들을 따라갔다. 새벽 4시경 내린 눈 위에 찍힌 흔적. 그 시간에 누가 이곳을 걸었을까? 발자국은 공원을 지나 골목 안쪽으로 이어졌다. 규칙적인 간격. 서두르지 않은 걸음. 하지만 중간에 한 번, 발자국이 흐트러진 지점이 있었다.
무언가를 주웠거나, 떨어뜨렸거나.
나는 그 지점에 무릎을 꿇었다. 차가운 공기가 폐를 찔렀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추위는 오히려 정신을 맑게 했다. 눈 사이로 무언가 반짝였다. 작은 금속 조각. 단추였다. 고급 코트에서나 볼 법한 은색 단추.
그 순간, 머릿속에서 퍼즐 조각들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어젯밤 접수된 실종 신고. 40대 남성, 회색 캐시미어 코트 착용. 새벽 3시 집을 나선 후 연락 두절. CCTV에는 이 공원 방향으로 걸어가는 모습이 마지막으로 찍혔다.
벤치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렸다. 얼마나 오래? 눈을 녹일 만큼. 그리고 골목 안쪽으로 함께 걸어갔다. 아니, 걸어가다가 뭔가 일어났다. 단추가 떨어질 만큼 격렬한 무언가가.
나는 골목 끝을 바라봤다. 발자국은 거기서 끊겼다. 차량이 주차되어 있던 흔적. 타이어 자국이 눈 위에 선명했다.
핸드폰을 꺼내 본부에 연락했다.
"골목 끝 CCTV 확인 부탁합니다. 새벽 4시에서 5시 사이, 이 지역을 벗어난 차량 전부요."
통화를 끊고 다시 한 번 주변을 둘러봤다. 겨울 아침은 고요하게 빛났다. 차갑게 맑아진 공기 속에서 모든 증거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범인은 추위가 흔적을 지워줄 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틀렸다.
추위는 오히려 모든 것을 보존했다. 발자국을, 단추를, 그리고 진실을.
나는 차가운 아침 공기를 깊이 들이마셨다. 사건은 이제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