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단은 이랬다.
사단장 공관에서 근무하는 사병이 화분을 가지러 왔다.
일방적으로 상태가 좋은 화분을 몇개 찍으며 사단장 공관으로 가져다 놓으란다.
한눈에 봐도 나보다 군생활을 적게 한 녀석인데 공관에서 근무한다고 반말을 하며 지시를 한다.
나는 꼴보기 싫어 이 온실은 우리 연대 관할이니 우리 연대장님 결재를 받아오라고 돌려 보냈다.
그 녀석은 씨근벌떡 성질을 내며 돌아갔다.
그로부터 며칠 후.
친구녀석은 외박을 나갔고 나 혼자 화단 정리를 하는데 사단 인사과장과 사단장이 온실로 왔다.
오자마자 온실을 페쇄하라고 소리를 친다.
사단 인사과장이 사단장에게 뭐라고 작은 소리로 이야기를 하니 그럼 한명만 남기란다.
사단 인사과장이 내 관등성명을 물어 나는 친구의 이름과 계급을 불러주었다.
사단 인사과장은 내 얼굴을 한 번 힐끗 쳐다보고는 사단장과 돌아갔다.
사단 인사과장은 나와 친구녀석을 잘 안다.
게다가 친구녀석은 사단 본부중대 소속이고, 아직 쫄병이다.
게다가 나는 운좋게 온실근무를 했지만 친구녀석은 빽이 있어서 온것이다.
나는 미련없이 내 짐을 꾸려 연병장을 건너 내 부대로 돌아왔다.
내무반에서는 대환영이다.
인력이 부족한 내무반에 덩치 큰 녀석이 다시 왔으니 얼마나 좋은가.
나중에 이야기를 들으신 연대장님은 씩 웃으며 "잘했어" 하신다.
돌아왔어도 내 할일은 무척 많았다.
"케일"의 잎을 수확하랴, 부대 경계를 돌며 피마자를 가꾸랴 마냥 바쁘기만 했다.
내가 있는 3대대는 대대라는 명칭이 무색하게 근무병력이 30~40명이 전부다.
거기에 상사, 중사, 장기하사를 빼면 일반병은 20명이 약간 안된다.
거기에서 고참이 고참행세를 할 수가 없는 곳이다.
제대하기 전날까지 불침번을 서야 하는 곳이였다.
특이한 것은 고참들이 그리 나쁜 사람이 없고 그런 환경을 수긍하며 지내는 것이다.
그러니 단체기합이나 빳다라는 말은 없는 내무반이다.
나 역시 병장계급을 달았지만 나보다 나이많고 군생활을 더 오래한 상병과 일병이 많았다.
그들에게 모두 존대를 하며 서로 도우며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