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화 새벽시장, 조찬회
“강윤재 팀장. [Line Stop, Worst 5. 대책]. 이 보고서 언제 쓴 거야! 아주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 했네. 작전명이 [새벽시장, 조찬회]라고?”
“네. 김 부장님. 최근 한 달간 생산 Line Stop, Worst. 분류 정리했습니다. 회사 자책 불량과 구매 업체 불량 두 가지로 나눠서, 개선대책을 추진하려 합니다.
회사 자책 불량 대책 추진은 지금처럼 하면 되고요. 문제는 구매 업체 불량 대책 추진입니다.”
김태웅 차량검사 부장이 강 팀장의 보고서를 읽으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단계적으로 구체적인 방안 제시가 마음에 들었다. 그래. 일단 실행해 보는 걸로 하자.
“강 팀장. 작전명이 [새벽시장, 조찬회]? 이 이름으로 명명한 이유는 뭔가?”
“네. 경영자들이 새벽에 조찬 모임 같은 거 하지 않습니까? 그걸 보고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업체 불량으로 라인 스톱 되는 것, 담당자 실무선에서 백날 이야기해 봐야 개선 진척이 잘 안 됩니다.
그 업체 책임자, 사장과 함께 아침 조찬모임을 가지며 관계를 돈독히 가지면 효과가 좋을 듯합니다.
그냥 아침 조찬만 하는 게 아니라, 불량업체 문제점을 간단히 언급하고. 추진 대응책 이야기 듣는 것을 앞에 넣었습니다.
생산 라인중단 불량부품 납품업체 다섯을 선정해. 업체당 10분 정도로 1시간 안에 끝내려합니다.“
김태웅 부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관심을 보였다. 다음을 이야기하라는 듯.
“[새벽시장, 조찬회]는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 새벽 6시에 시작해 8시에 끝납니다. 공장 상황실과 식당에서 딱 두 시간만 여는 새벽시장입니다.
1부, 1시간은 불량 문제점 대책 보고 시간입니다.
,2부, 1시간은 근사한 조찬 모임 시간입니다.”
강윤재 팀장의 대답에 김 부장은 흥이 솟아난다는 듯 후렴구를 넣었다.
“상징적 의미가 있는 거 구먼. 자기 회사 부품 불량으로 기룡자동차 생산 라인이 스톱 되고 있구나. 신경 좀 써야 되겠네 하는 마인드를 갖게 하기에는 딱 좋겠네.”
“부사장님이신 공장장님과 외주 업체 사장님들과 교류 시간도 자연스럽게 가지는 거지요.
윗선에서 품질 관리의 중요성을 공유해야 실무자들 애로사항도 경청해서 업무 효율도 올라갈 겁니다.”
윤재가 기획한 [새벽시장, 조찬회] 프로젝트는 바로 공장장선까지 보고를 올려 허락을 받았다. 공장장 결재 서류를 첨부해 관련 외주업체에 공문으로 보냈다
한 달간의 유예기간을 준 뒤, 바야흐로 첫 [새벽시장, 조찬회]를 열게 되었다.
올해부터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직급이 올라간 공장장님께서 참관하는 걸로 했다. 진행 주관은 차량 검사가 맡았다.
공장 관리동 건물 상황실에 이른 아침부터 외주업체 사장들이 들어왔다. 약간은 거북스런 표정이었다.
“생전 안 해 본 걸, 새벽부터 이렇게 한다니까 꽤 껄끄럽구먼. 안 그렇소?”
금강유리 사장이 성창기공 사장에게 불평 섞인 인사를 했다
“우리가 죄인도 아닌데. 외주업체는 생산하기도 바쁜데, 품질 불량이라고 이렇게 소환까지 하니, 원 참 기분이 꿀꿀하네요.”
그때, 이재선 부사장, 공장장님이 들어오면서 분위기는 확 바뀌었다. 모두 자세를 바로하고 예의를 갖췄다.
“이재선 부사장님. 영전을 늦게나마 축하드립니다. 찾아뵙지 못하다 이렇게라도 뵈어서 좋습니다.”
“성창 기공 사장님. 부품생산에 품질관리 진두지휘하느라 애쓰셨지요. 함께 잘 살아 봅시다.”
시간이 얼추 다 돼 차량검사 김태웅 부장이 회의 시작을 알렸다.
“예. 모두 자리에 앉아 주시지요. 오늘 [새벽시장, 조찬회]를 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부사장님께서 한 말씀 해주시겠습니다.”
“안녕들 하시지요. 다들 이른 새벽부터 먼 길 오느라 수고 많았어요. 오늘 [새벽시장, 조찬회] 회동은 여러분 얼굴도 보고, 맛있는 조찬을 하려고 연 겁니다.
그에 앞서 간단히 각 회사 부품 생산 및 품질관리 애로사항을 듣는 시간도 가지겠습니다.
부담스럽게 생각 마시고, 허심탄회하게 말씀해 주세요. 이런 기회에 얼굴도 보고 업체 어려운 사정도 알아야지요.
서로 돕고 함께 잘 살아야 하는 시대 아닙니까. 이제 회의 본 건 진행하세요.“
부사장님의 격려말씀이 끝나고, 김부장이 간단히 회의 목적과 진행 계획을 말했다.
“예. 공문에 보내 드린 대로 품질 향상을 위한 시간이라 보시면 됩니다. 오늘 다섯 업체에서 문제 되는 불량 대책을 간단히 말씀해 주십시오.
강윤재 팀장 대책 보고서 복사한 거 다 돌려주세요.”
강 팀장이 각 업체에서 제출한 대책 보고서 A4 한 장짜리를 참석자들에게 돌렸다. 김 부장이 한 업체씩 지명해 업체가 준비한 대책을 들었다.
“그럼 먼저 대한 화섬부터 발표 하시지요. 현상 문제점, 잠정 대책, 근본대책 이런 식으로 말씀해주세요.
공문으로 보내 드린 샘플 보고서, A4 한 장 분량으로 말씀하시면 충분합니다.“
“네. 대한합섬입니다. 루프쪽 인슐레이터 실링과 플로어 매트에 대한 불량대책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생산설비 노후화로 이런 불량이 발생 되었습니다.
낡은 설비를 보완하려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 우선 수작업으로 보완하겠습니다. 잠정 대책과 근본 대은 보고서 일정대로 추진하겠습니다.”
이어 두 번째 부산 타이어, 세 번째 금강유리, 네 번째 성창기공, 다섯 번째 서울 전기가 발표했다.
시간이 얼추 50여 분 지나갔다. 차량검사 김 부장이 짧게 코멘트를 달았다.
“수고하셨습니다. 현상 문제점은 인지하셨으니, 잠정 대책과 근본 대책을 잘 챙겨주십시오.”
부사장님이 마지막 마이크를 잡았다.
“오늘 첫날 새벽시장 수고들 많았어요. 대한 화섬. 설비 노후화와 대책엔 기룡자동차 생산기술부와 품질관리부에서 출장 가 함께 돕도록 하겠습니다.
부산 타이는 이번 일로 서울 타이어에 뒤지지 않게 품질 확보에 매진해 주셨으면 합니다. 타이어 패턴과 사이드월 그리고 휠의 품질은 안전운행에 소중한 기본사항입니다
금강 유리는 금형 지그 문제로 올해 만성 불량을 계속 내왔습니다. 이번에 단계적으로 교체하면서 대응 바랍니다.
기룡자동차에서도 외주업체 지원금을 받도록 중소기업진흥청에 자금지원요청 하겠습니다.
성창기공은 노사분규 문제로 품질이 불안정한 것 유감스레 생각합니다. 노사 함께 살아야 합니다. 꾸준한 인적 물적 관계만이 해결책입니다.
서울 전기는 최근 자동차 시스템 현대화에 따른 기술 개발에 애로가 많군요. 여기도 품질관리부에서 참여하여 함께 레벨업 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이재선 부사장이 각 업체 업무에 정확한 진단과 협조 지원까지 이야기하자 외주업체 사장들이 의아한 표정으로 부사장을 다시 바라봤다.
대기업과 불량대책 회의하면 의례히 깨지고 질책 받는 걸로 알고, 조금은 부담을 가졌는데 상당히 유연한 태도에 다소 마음을 놓았다. 예상과 완전히 달랐다.
새벽시장 전, 미리 강윤재 팀장이 업체 동향과 기룡자동차에서 지원할 사항까지 첨부한 보고서. 그것을 부사장이 참조해 유연하게 포인트를 잡아 제시한 덕분이었다.
부사장이 좌중을 둘러보며 말문을 열었다.
“어? 벌써 1시간 다 지나갔나. 바로 기룡자동차 조찬회장으로 갑시다.”
대형 식당 한쪽에는 산해진미 음식이 보기도 좋고 먹기도 좋게 즐비하게 차려있었다. 술만 없을 뿐이었다. 안심, 문어숙회, 생선회까지 다양하고 풍성했다
모두 큰 접시에 음식을 담아 담소를 나누며 조찬을 즐겼다. 부사장님이 5개업체 사장들과 돌아가면서 대화를 이어가며 웃음꽃을 피웠다.
부사장님이 강윤재 팀장에게도 다가와 손을 꼭 쥐어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강윤재 팀장. 수고했다. 이번 [새벽시장, 조찬회] 기획. 입사 연수 때, 불난 것 소화기로 끈 것 기억한다. 파리 다카르랠리 우승도.
153대 Bingo 몰고 북에 인도한 일도. 대통령 훈장 받은 것도. 자넨 우리 기룡의 숨은 보석이다. 고맙다. 자랑스럽고. 이대로 계속 잘 가자.”
6시 회의 시작, 7시 회의 끝. 8시 조찬 만찬 마무리까지 딱 2시간이 지났다. 2시간의 의미. 기룡자동차에 와서 외주업체 사장과 담당자들은 새로운 세상을 보는 듯 했다.
폭주하는 자동차 수요에, 품질이 보증된 대량 생산이 신기록을 수립하는 날, 기동 자동차와 외주업체가 축하의 만찬장에서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고대했다.
그때는 통돼지 구이 앞에서 축배의 잔도 들어 올릴 것이다. 분명 이런 구호도 함께 외칠 것이다. 나가자! 나라와 가정과 자신을 위하여! 건배! 나가자!!!
그때를 위하여 오늘 새벽시장은 밑거름이 될 것이다. 밤새 내려온 새벽 기온이 촉촉했다. 식당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이 싱그럽게 빛났다. *
58회 끝(4,081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