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소영자
세월은 달리고 달려 9월까지 왔네
들녘에는 어느덧 벼들이 활짝 피어
두 손 모아 하늘을 쳐다보며 감사의 기도 드린다
고개를 푹 숙이고 겸손까지 하다
금년에도, 어김없이 황금 들녘이 찾아왔다
가을 바람 산들산들
협주곡에 맞추어 물결 따라 바람 따라 춤을 춘다
손에 손잡고 험한 줄렁 넘어 성공의 환호소리다
감사할 줄 모르는 위정자들 권력에 눈이 어두워
당파 싸움으로 귀한 세월 얼룩진다
큰일에 도모하지 않고 사사로운 감정에 귀한 세월 버리며
국민들에게 부끄럽지 않은가
답답하고 한스럽다
배가 산으로 갈 것인가
바다로 가서 다 몰살 할 것인가
용장산성
소영자
정기어린 유서깊은 용장산성
우리 진도 역사에 길이 빛날 몽고항쟁
거룩한 충절 찬란한 유산
천여척의 돛단배를 노를 저어 강화도에서 진도까지
배중손 장군 몽고항쟁 고려왕국 군병들
세월은 끊임없이 흘러 진도 용장산성에 왕궁을
건립했다는 것을 우리나라 사람 얼마나 될까?
진도사람 나도 모르고 있었는데
세계 속에 청청지역 서해안
선택받은 섬 진도에 궁지를 드높은 기상으로
이순신 장군 녹진대교 울돌목 13척의 배로
외병 백여척을 격파한 곳 울돌해역
외적을 막기 위해 남도 석산
바다를 가르는 모세의 기적
회동 송군에 있는 쏠비치호텔
앵무리 처녀 송가인 전국 어디서나 중 노년 다 좋아하는
트로트 가수 진도의 궁지를 드높은 기상
우리 서로 아끼고 슬기 모아
화합된 힘과 개척의 의지로 위대한 진도
영광된 새역사
우리모두 소명삼아 이루어 나가자
사 랑
소영자
꽃처럼 향기 나는
아름다운 꽃이 되고 싶습니다
날개를 활짝 펴고 창공을 향해
힘차게 날고 싶습니다
자연의 인내와 순리를 배우고 싶습니다
겸손과 나눔과 희생과 사랑을 ~
꺾어진 날개를 퍼덕퍼덕 거리며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그렇게 인내로 견디고 싶습니다
폭염, 태풍
소 영 자
북풍한설 몰아치는
긴 긴 겨울에도
햇살 하나로 견딘 너의 모습,
봄바람에 살랑살랑 가슴을 활짝 펴고
잎사귀를 늘리며 열매가 주주렁주렁.
2018년 8월 23일.
죽림 앞 바다에 태풍 솔릭이 서성거렸다.
새벽부터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감나무를 무심코 바라보았다.
좌우로 빙빙 돌다, 세차게 흔들리기를 반복했다.
유리창으로 빗물이 들어왔다.
이불 수건으로 막았다.
새날이 밝아왔다.
감나무부터 살폈다. 잎사귀가 다 떨어졌다.
산모가 심한 진통을 반복하다가
분만한 아기를 잃어버리고
허탈한 모습으로 멀거나 서있는 것 같다.
애타게 기다리던 단비가 내리고
극심한 폭염도 사라졌다.
산천초목이 활기를 되찾고 기뻐하는 모습이다.
집 근처에 있는 벼들이 누렇게 영글고 있다
감나무
소영자
우리 집 앞마당
감나무 깊은 잠이 들었다
봄바람이 살랑 살랑
코끝을 건드렸나
잠 깨어 가지에
연두색 속살
방긋 웃으며
잎새를 보인다
가지에 앉은 새들은
짹짹 랄랄라 노래 부르고
강아지는 덩달아
꼬리로 지휘하고
고양이는 펄쩍뛰며
데굴데굴 구른다
개구리 노랫소리 귀청이 따갑다
올해에도 풍년이 오려나 보다
민들레
소영자
일편단심 민들레
봐 주는 이 없어도
솜털 속에 감춘 홀씨 날리고 있다
멀리 퍼진 홀씨의 비밀은
봄날
다시 돌아와
꽃 색깔
알 수 없는
잎을 키워
꽃을 피워낸다
홀씨의 비밀을
사랑하는
그 마음 어디에
부드러운 봄바람이 홀씨를 가득 품고 다가온다
내 사랑이 여기 있다
하조도에 살고파라
소영자
우리가 가보지 못한
금강산 일만이천 봉이 있다면
남쪽 끝자락 바다에
옹기종기 머리 맞대고 있는
새들의 섬이 있다
하조도 상조도 풍광 사진으로 남기고자
사진교실 수업이 조도에서 있었다.
상조도 전망대와 해수욕장을 둘러보고
하조도 등대를 감상하게 되었다
바다에 떠 있는 뭉게구름 하얀 솜이
섬들을 감싸고 있는 모습이
내 마음을 황홀하게 했다
한반도 아름다운 동산
솜 속에는 하늘에 있는
분재를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바다에 수놓은 것 같다
다시 태어난다면
하조도 등대지기가 되고 싶다
퍼즐
소영자
내 인생 삶의 조각들이 퍼즐이 되었습니다
갈기갈기 찢어진 나를 지치게 하고 고단하게 합니다
이미 짜여진 인생인데 길도 끝도 보이지 않습니다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르고 주님만이 아십니다
한 조각도 빠뜨리지 않아서 미완성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오늘도 나는 퍼즐에 서 있습니다
삶의 조각들이 다 제자리를 찾기까지
한 발 두 발 조심스럽게 간절한 마음으로 올려놓습니다
백설 왕국 초가집
소영자
지난 세월 늦가을 황금 옷으로 갈아입고
옹기종기 맞대고 있는 초가집 굴뚝엔
모락모락 꽃을 피우며 올라가는 그 연기
따끈한 아랫목 솜이불
어린 발들이 모여 장단 맞추고
자매들은 손에 손 잡고 놀던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아빠는 새끼 멍석, 짚신
각종 생활용품 만들기에 분주하며
엄마는 물레질하며 실을 연실 뽑아 감기에 바쁩니다
형제들은 고구마, 동치미 먹으면서 놀던 그 시절
겨울엔 흰 눈이 둥근 지붕 위에 소복이 쌓이고
눈부신 햇살이 반사된 보석의 왕국
아이들은 공주 왕자 왁자지껄
썰매를 타고 큰길로 질주합니다
처마 끝에 고드름 못내 아쉬워
뚝뚝 콩알만 한 눈물 흘리며 녹아내립니다
언제 그런 시절을 내 평생에 또 만나 볼까나
다 지나간 옛 꿈
안개 속으로 사라진 세월이 그립습니다
다시 오는 봄
소영자
북풍한설 몰아쳐도 까닭 없이 햇빛 하나로 견디어낸 너!
2019년 3월 27일 한반도에 봄이 왔다.
새들은 짹짹짹 노래하며 이 가지 저 가지로 옮겨 다니며 열심히 노래 부른
다.
바람 그리고 미세먼지 안개가 뒤엉켜 밤인지 낮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북풍이 한반도로 몰아치면 중국에서 미세먼지가 한반도로 심각할 정도로
뒤덮인다.
그러나 햇빛이 나면 너무나 감사하고 기쁘다.
우리 집 앞마당에 동백나무에 꽃망울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
언제 피었는지 동백꽃이 빨갛게 피어 수줍은 듯 환하게 웃고 있다.
버스를 타려고 큰길로 갔는데 도로가에 서 있는 벚꽃 망울이 곧 터질 것만
같다.
복지관이용 버스를 배정받았는데 진도 전체에서 반 바퀴를 돌아야 집에 온다
고 한다.
버스에서 봄의 향기를 마음껏 감상하게 되었다.
그런데 길가에 개나리꽃이 황금 옷으로 갈아입고 내 마음을 유혹했다.
목련꽃 큰 언니가 옷을 갈아입고 서 있는 모습이 아름다움과 고귀함을
느끼게 했다.
산중턱을 바라보니 아기 진달래가 넝쿨에 뒤덮여 '나 여기 있어!' 하고
외친다.
나는 '우리 강산 토종 진달래!'야 하면서 방긋 웃는다.
도는 도중 모세의 기적 회동을 바라보게 된다.
파란 쪽빛 바다에 통통배가 정박해 있는데 마치 백조가 운동 경기를 하기 위해
질서정연하게 정착하고 서 있는 것 같았다.
아름다운 강산이여 미세먼지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지만 해와 달과
별을 멈추게 한 능력의 그분 이름으로 명하노니
미세먼지는 공중에서 분해될지어다.
물러가라 물러가라 외쳐본다.
五月은 푸르다
소영자
봄 여름 가을 겨울 또 봄. 이렇게 또, 숨 바쁘게 달리고 달려
어느덧 초 여름까지 왔네
소녀시절 五月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귀에 쟁쟁 五月 장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도도하다
용인 에버랜드 꽃단지 각색 장미가 눈이 눈이 부시다
남녀 청춘들 찰칵 찰칵 사진찍기 바쁘다
그러니까 코티 분 생각이 나네요.
오월은 가정의 날이기도 합니다
五月 18日 민주화 항쟁 광주. 많은 사람들이 원인도 모른채
무자비하게 총칼에 쓰러진 가장 슬픔의 달.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의 달이기도 하구요 눈물이 나네요
五月 끝 자락에 우리나라 회사원들 단체로 헝가리 크루즈 여행 갔지요
유람선 여행.
아주 큰 유람선이 느닷없이 들이받아 인명 피해가 났습니다
五月은 슬픔의 달
안개 저편이 흐리다
소영자
비 오는 날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사천리 길 양쪽으로 담장이 된 동백나무 숲길
눈 오는 날 더욱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어깨를 기대며 발자국을 만들며 걸었던 그 사람이 생각난다
눈부신 초록 잎 속에 꼭꼭 숨어서 부끄러운 모습으로
빨강 입술을 내밀던 동백꽃이 툭 떨어진다
흰 눈 위에 툭 떨어진 빨강 핏빛에서 그리움의 탄성이 들려온다
마음속에 피멍이 들도록 그리운 사람
천만번 생각나고 또 생각나는 그 사람
그냥 가슴 한쪽에 그리움으로 꽁꽁 묶어 묻었다
보고 싶다
오늘도
안개 저편이 흐리다
그의 모습이 점점 멀어진다
찬 서리
소영자
찬 서리가 내리면
할아버지 수염처럼
추위를 예고하고 있다
찬 서리가 내리면 식물들이 고개를 푹 숙이고
상감마마 죽여 주십시오 납작 엎드린다
찬 서리가 내리면
파란 하늘 두둥실 철새들은 창공을 힘차게 날아
자연의 순리에 따라 먹거리를 찾아 강남으로 간다
찬 서리가 내리면
북한 동포 굶주림에 떨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안타깝다
찬 서리가 내리면
진한 국화 향기가
우리 마음 싱그럽게 한다
어머니 품속
소영자
밤새 눈이 내렸다
온 세상이 동화 속 왕국 같다
파 배추 보리밭이 하얀 솜이불을 덮고 있다
금빛 태양이 뭉게구름을 거느리고 나타나서
눈밭에 보석을 뿌린다
눈이 부셔 눈을 바라 볼 수 없다
바람 한 점 없는 포근함이 어머니 품속 같다
12월 끝자락에
이렇게 천국 같은 날을 선물로 받다니
아무나 붙들고 감사하고 싶다
복지관에 다녀오는 길
바닷가 소나무 사이사이 배들이 정박해 있는데
눈 이불을 덮고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백조들이 춤을 추고 있는 것 같았다
황홀하다
눈부신 쪽빛 바다 위 백조들의 춤에 빠져든다
이대로 잠들고 싶다
초생달
소영자
날씨가 또 흐리더니,
어두움이 짙어지고
마당에 나와 하늘을 쳐다본다
사방에 어두움은 짙은데
그런데 서쪽 하늘에 반달과 별 셋,
얼마 만인가?
금년에 태풍이 세 번씩이나
감나무는 앙상한 가지만 이리저리 엉켜있는 사이로
별과 달,
조금 있다 하늘을 쳐다보니
칠흑 같은 어둠이 짙어지고
불안하고, 초조하다
이 자연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오늘따라 내 모습이 너무너무
작아 보인다
마음을 비우고
소영자
아침에 눈을 뜨면 내가 살아 있구나 하고 느껴진다
일 년이 365일
살아온 나날들이 둘하고도 열이다
나는 무엇을 심었고
무엇을 거두었고
무엇을 가졌고
무엇을 버렸을까?
개미는 더듬이로 방향 감각으로
양식을 (찾으려고)위해 이리저리 헤매인다
꿀단지를 발견하고 전심전력을 다 하여
뚜껑도 아랑곳없이 꿀단지에 들어와(달려들어)
순서대로 빠져 죽는다
그들은 뒤돌아볼 줄 모르고 앞만 보고 전진한다
우리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기 때문에 뒤를 돌아보고
가지 말아야 할 때와 가야 할 때를 구분할 줄 알아야
성숙한 인간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