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은 늘 캄캄한 것만은 아니었다고, 도리질해 댄다. 그믐밤에도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고 밝은 곳에서는 모든 형체가 잘 보이지만 어둠 속에서는 안 보이던 사랑마저 훤히 보인다고
눈썹 아래로 흘러내리는 석양은 햇살 부지깽이로 쏜살같은 해지개 불 싸지르고 홍시가 된 오늘을 꿀꺽 삼키고 말았다
깨어나는 밤이면 하품하는 빛 구름산 거북이처럼 햇무리 지으며 물보라를 휘날리며 출렁이는 윤슬 속에서 창칼 같은 햇귀는 우듬지 인양 하늘을 찔러대고 싶어 미쳐 날뛰고 빛의 옷으로 갈아입는 초아 아저씨는 지새운 태양 위로 희나리 툭툭 터뜨려 댄다
저 푸른 바다를 춤추며 뛰어다니는 아리아의 발소리에 놀란 어둠은 빛을, 밝음은 캄캄함을 밀고 떠밀려 다니면서도 손 놓을 수가 없었던 중력과 밀도는 곁의 운명
온 누리에 존엄으로 살아가는 인류의 신비와 무엇이 다를까 빛과 그림자 밝음과 캄캄함도 함께할 때만 가치가 있는 것을 홀로는 존재하지 못해 그랬다 내 최애의 동반자와 알천 같은 자식은 살아야 할 이유였다 그 어떤 것도 참을 수 있었고 모든 것은 운명의 실타래에 이미 감겨 있었나 보다 풀었다 감았다 했을 뿐 조상의 볕뉘가 한몫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