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산, 동문에서 고당봉까지
1.
비가 온다고 했다.
사람들이 비 때문에 가지 않겠다고도 하고 가지 않는 게 좋다고도 했다.
나는 가겠다고 한 사람들에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갑니다."라는 문자를 보내고는
그날 아침을 기다렸다.
비는 오지 않았다.
하산할 때 무사귀환을 축하라도 하듯 살짝 뿌린 것 외에는......
산성마을에 주차하고 동문으로 향했다.
동문에서 북문으로 가는 길은 능선을 타는 길이라 걷기에 나쁘지 않다.
적당히 써늘한 날씨와 바람은 되려 걷기에 편안했다.
원효봉을 타고 김유신바위를 지날 때는 바람이 거셌고,
멀리 보이는 풍경에 물기가 촉촉했다.
북문을 지나 고당봉을 오르다가 먼저 금샘을 찾았다.
비 온 뒤라서 그런지 금생에는 물이 가득했고 넘치기까지 했다.
밧줄 타고 온 곳인데 싶었다.
몇 장의 사진을 찍고 고당봉으로 향했다.
고당봉 정상은 매서운 바람 탓에 가만히 서 있기가 힘들 정도였다.
멀리 낙동강과 김해평야, 그리고 강을 따라 흐르는 수많은 산들이 보였다.
문득 호연지기가 느껴져 두 팔 벌리고 하늘을 향해 섰다.
내 인생은 지금부터 다시 시작이라고......
기다리는 이가 있어 미륵사를 포기하고 바로 하산했다.
2.
참말로 맛 있는 대구뽈찜집에서 바운스님과 숨쉬는유리님을 만났다.
다른 것 없이 양파와 해산물로 만든 소스만으로 맛을 낸 대구뽈찜은 별미였다.
막걸리로 입가심하고 소주를 마셨다.
분위기가 무르익었고, 우리는 곱창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야기가 즐거웠다.
글과 그림과 문화와 사랑이야기......
지하철 동래역 근처는 예전 내가 살던 곳과 가까운 곳이어서 그런지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아쉬움으로 헤어졌다.
바운스님의 부인을 오래만에 만났다.
그새 더 미인이 되어 있었다.
음 역시 부인 복 있는 사람은 다르구만.....^^
바운스님은 부인과 함께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숨쉬는유리님은 지하철을 타고 떠나시고,
우리는 귀향님의 애마를 타고 울산으로 향했다.
왼종일 운전하시고, 저녁까지 사신 귀향님과
오래 기다리셔서(ㅜㅜ) 곱창과 소주가 어우러지 자리를 마련해주신 쉼쉬는 유리님,
그리고 바쁜 와중에도 좋은 장소 소개해주고 끝까지 함께 해준 바운스님
모두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이다.
첫댓글 그새 며칠이 지났네요
기다려 주는 마음 또 기다리는 이들이 있어
빨리 가야지 하는 마음이 지금도 찡 합니다
기다려 주신 바운스님 유리님 정말 고맙습니다
귀향님 운전 하신다고 수고하셨습니다
비가오나 바람이 불어도 고고하는 해천님
주관이 무엇보다 믿음직스럽습니다
길동무 만나다 보면 많이 또는 적게
만날 수도 있지요
그런날이 바로 그날인것 같네요
회원은 적었지만 뒷풀이까지 멋진
하루였다고 생각합니다
꼼꼼히 적은 후기글은 더 아름다운 추억으로
다져지는 느낌이 듭니다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속닥하게 잘 댕겨오셨네요.
길상화님, 귀향님, 해천님 !하이고 뒷풀이가 무척 땡기네요 유리님도 보고지고! 바운스님도 궁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