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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임리스 트랑고타워 (eternal flame)등반기록
1. 등반 동기
대학산악부를 91년도인 4학년때 들어와서 이제 막 산에 재미를 붙이고 있는데, 93년에 지금은 고인이 된 김창호가 그레이트 트랑고타워란 데를 갔다 와서 산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 때는 막연히 부럽다고 생각하고 95년도에 삼성에 입사를 했다. 입사 후 이메일아이디를 만들어야 하는데 마땅히 할 것이 없는데 생각나는 외국이름이 trango였다. 이후 이메일 아이디를 trango로 하고 현재까지 28년간을 사용하고 있다. 이후 크랙등반이 재미있어졌고, 지금으로부터 7년 전쯤 트랑고타워를 가고 싶어졌다. 이후 파트너를 구했는데 가기로 한 사람들이 모두 고사를 해서 반 포기를 하고 있었다.
2022년에 대학산악부와 같이 등반할 기회가 많았고, 그 중에 고대산악부인 이제아가 트랑고에 관심이 있어 같이 가기로 했다. 또 원정이 무산될까봐 일단 비행기표부터 예매했다. 이후 어찌어찌 준비가 되고 원정길에 오를 수 있었다.
2. 날짜별 등반기
1일차(7.7.) 서울-태국경유- 이슬라마바드
서울에서 10:20 비행기로 출발
공항에 routefinders의 김진덕 기자님이 나오셔서 인터뷰하고, 사진도 찍어 신문에 내주셨다.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하니 에이전트인 hussain hamid가 마중을 나와주었다. hamid 집에 가서 짜파티를 곁들인 식사를 간단히 하였다. 거실에는 특이하게 앵무새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2일차~3일차(7.8.~7.9.) 이슬라마바드-스카르두
아침 9시경 스카르두 가는 비행기를 예약했는데 스카르두에 비가 많이 와서 비행기가 취소되었다. 다음날 다시 비행기예약도 잘 안되어 24시간 걸리는 버스로 이동하기로 했다. 에이전트사에서 버스표를 예약해주었는데 버스가 만원이었다. 오후 6시쯤 카라코람하이웨이를 지나는 버스에 몸을 싣고 출발했다. 길은 전날 비가 와서인지 엉망이었고, 하염없이 밤새도록 길을 달린다. 중간중간 휴게소 비슷한데서 쉬는데 파는 음식은 짜파티가 전부다.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스카르두 근처에 왔는데 산사태가 나서 길이 막혔다고 버스가 멈춘다. 약 3시간쯤 지나서 길이 복구되고 다시 버스가 달린다. 스카르두에 도착하니 iqbal(익발)이 마중나왔다. 익발집에 여장을 풀고 간단한 식사를 하였다. 집은 hamid가 멋지게 잘 꾸며놓았다.
4일차(7. 10.) 스카르두 시장
스타르두 시장에서 필요한 것을 구입하기로 했다. 김치를 담그기 위해 우리나라 열무와 비슷한 배추를 사서 미리 가져간 양념을 버무려서 김치를 담갔다. 이후 김치는 나만 먹었고, 인기가 없어서 절반정도는 버렸다.
그 외 식량을 보충하고, 익발이 epi가스가 있다해서 구입하기로 했다. 한국에서 수입해온건데 1개에 10$라 한다. 10개를 구입하니 100$다. 한국의 5배 가격에 해당하나 한국에거 가져올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다. 시장에서 고기종류를 좀 사려 했는데 흔한 spam이나 참치캔이 없다. 결국 계란 20개를 사는 것으로 만족했다.
하이포터를 고용하려고 하니 가이드를 보조해야 한다고 해서 600$을 주기로 했다.
5일차(7. 11. ) 스카르두~아스콜리
짚차를 미리 빌려서 아스콜리까지 이동하기로 했다. 짐은 우리것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가이드와 하이포터가 쓸 텐트는 보통 베이스의 식량텐트이다. 가이드의 식량, 식탁, 석유버너와 우리짐을 다 실으니 짚차가 꽉찬다.
우리 포함 총 7명이 타고 110km떨어진 아스콜리까지 아슬아슬한 길을 통해서 6시간 가량을 이동했다. 가는 내내 경치는 참 좋았다. 아스콜리에 1시쯤 도착해서 미역국을 끓여 점심을 먹고 오후내내 쉬었다. 쉬는 중 달리기를 하고 싶었는데 해발 3000m되는 곳에서 달리기는 쉽지 않았다. 호흡이 잘 안되고 쉽게 지쳐 20분 정도만 하고 쉬었다.
짚차로 이동중 산사태로 길이 막혀 인부들이 해결하고 있는 모습
6일차(7. 12. ) 아스콜리~졸라캠프
아침에 포터들과 당나귀 1마리가 오고 짐을 싸서 6시쯤 졸라캠프로 출발했다. 졸라까지 차로 가기도 한다는데 지금은 비아호 빙하를 지나는 다리가 끊겨서 차는 못간다고 한다. 20km정도를 6시간 걸려서 졸라캠프로 갔다. 졸라캠프는 길에서 20분정도 들어갔다 다음 날 다시 나와야 해서 졸라캠프는 패스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7일차(7. 13.) 졸라캠프~빠유캠프
아침6시에 짐을 챙겨서 빠류캠프로 이동했다. 날씨는 매우 더웠고, 7시간 정도 이동한 후 1시쯤에 빠유캠프에 도착했다. 빠유캠프에서는 오후에 포터들과 트레킹하는 외국인들이 섞여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즐겁게 놀고 있었다. 오늘이 내 생일인데 누구에게 말도 못했다.
8일차(7.14.) 빠유~트랑고 베이스캠프
빠유를 출발해 가다보니 발토르 빙하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야 비로서 히말라야에 온 것이 실감났다. 발토르 빙하는 이름만큼이나 크고 거대했다. 빙하를 가다보니 트랑고 빙하 입구가 나타났다. 이리저리 길 흔적을 찾으며 트랑고 빙하를 횡단하니 트랑고타워가 보이기 시작했다. 와 이걸 보려고 그 동안 노심초사했나 보다. 진짜 꿈에서만 보던 멋진 트랑고타워가 우리를 반기는 듯 했다. 트랑고입구에서 한참을 바라보다 베이스캠프로 들어갔다. 베이스에는 이태리팀, 중국팀, 미국팀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 우리도 가이드 알리와 하이포터 샤킬이 바닥을 다지고 텐트칠 자리를 정리하고 자리를 잡았다. 나는 오는 내내 힘들었는지 베이스에 도착 한 후 오후내내 비몽사몽 실신하듯이 잠을 잤다.
9일차(7. 15. ) 트랑고 베이스 휴식일
서울에서 트랑고 베이스까지 긴 거리를 쉬지 않고 이동해서 몸이 많이 힘들었다. 오늘은 쉬기로 하고 세수도 하고 빨래도 하면서 여유롭게 보냈다.
10일차(7. 16. ) 트랑고 베이스~트랑고 ABC
오후에는 트랑고 ABC가는 길에 낙석이 심하다고 해서 일찍 움직이기로 했다. 가이드인 알 리가 동행해 주기로 했고, 짐은 알리와 샤킬이 주로 날랐고, 제아와 나는 비교적 가벼운 배낭을 매고 이동하기로 했다. 새벽 3시에 일어나서 짜파티를 먹고 4시부터 이동하기 시작했다. abc까지 5시간정도 걸린다고 해서 부지런히 올라갔다. 오전 11시쯤 abc에 도착했는데 그 곳에는 이태리 팀과 중국팀이 이미 5동의 텐트를 쳐서 자리가 없었고, 우리는 자리를 새로 만들어서 2인용 텐트를 설치했다. 알리와 샤킬은 텐트를 설치하고 바로 내려갔다. 1시쯤에 비가 와서 텐트안에 있었는데 2시쯤 비가 멈추니 이태리팀 2명이 위로 올라간다고 했다. 우리도 가보기로 하고 등반장비를 챙겨 올라갔다. 제아가 너무 느려 내가 앞서가다 시간이 늦어 중간에 배낭을 놔 두고, 내려가기로 했다. 제아에게도 배낭을 그냥 두라고 하고, 텐트로 내려갔다. 저녁에는 처음으로 알파미를 먹었는데, 배고프니 맛있었다.
11일차(7. 17. )
오늘 sun terrace까지 가기로 했다. 내가 홀백에 침낭, 식량, 버너등을 메고가다 어제 놔둔 짐까지 옮기기로 하고, 제아는 어제 짐 놔둔 곳까지 빈 몸으로 가서 그 짐을 지고 가기로 했다. 제아는 텐트에서 딱 2걸음 가더니 멈춘다. 힘이 없다고 한다. 좀 기다리니 다시 10m쯤 움직이다 다시 멈춘다. 천천히 오라고 하고 일단 나 먼저 올라갔다. 2시간반 정도 걸려 등반시작점까지 가서 보니 제아는 올기미가 없다. 아직 1/3도 안 왔다. 나는 나머지 짐까지 옮기고, 3시까지 기다리다 다시 기다렸다. 이미 늦어 등반은 무리라고 보고 내려가기로 했다. 침낭만 챙겨 내려가다 제아를 만났는데 제아는 내려오는 것도 힘겨워 한다. 텐트에 내려오니 6시가 되었다. 대충 알파미 한 개씩 먹고 잠을 잤다.
12일차(7. 18. ) ABC~sun terrace
어제 짐나르느라 힘들어서 하루 쉬기로 했다. 제아는 베이스로 내려간다고 한다. 쉬느니 움직이기로 하고 9시쯤 침낭, 식량을 챙겨 다시 올라갔다. 12시쯤 등반시작점에 도착했다. 미리 올려놓은 짐과 챙겨갈 짐을 정리하고, 선등장비만 챙겨서 올라가기로했다. 미국팀이 sun terrace까지 고정로프를 설치해서 그걸 이용해서 유마로 올라가기로 했다. 배낭이 너무 무거워 2피치에 배낭을 두고 빈몸으로 유마를 했다. sun terrace까지 2시간이 걸렸다. 제아가 오기는 무리라고 보여졌다. 19피치에서는 이태리팀 2명이 등반을 하고 있었다. 로프솔로로 혼자 해볼까 생각을 했는데 홀링이 번잡해서 무리인것 같았다. 결국 마음속으로 등반을 포기했다. 제아에게 한번 더 기회를 주기로 했는데 쉽지 않아 보인다. 다시 하강하는데 중간에 중국팀이 올라오고 있었다. 1시간쯤 걸려 하강을 하고, 5시쯤 출발점에 와서 다시 짐 정리를 하고, abc로 내려갔다. 도착하니 6시쯤 되었는데 몸이 매우 힘들었다. 알파미 1개를 먹고 잠을 잤다. 이 때 장염이 극심했는데 계속 설사가 나온다. 새벽에 자는 중에 변이 나와 침낭을 적신다. 이젠 아무렇지도 않다.
13일차 (7. 19.) abc~베이스
아침에 늦게 일어나서 12시쯤 알파미 한 개를 먹고 베이스로 내려가기로 했다. 1시간 반 걸려 내려갔다. 옥수수캔 한 개 먹고 휴식을 취했다. 옆 이태리팀의 가이드인 삽델과 대화를 했다. 삽델은 한국 등반가들을 많이 알고 한국 요리도 잘 알고 있었다. 이태리팀은 이미 정상을 갔고, 내일 내려온다고 한다. 좀 부럽다.
오늘도 장염으로 화장실을 100번은 간 것 같다. 저녁에 잠 잘 때 제아에게 생리대를 빌려달라고 해서 기저귀처럼 차고 자기로 했다.
14일차(7. 20. ) 베이스
베이스에서 하루종일 휴식을 취했다. 매일 짜파티만 먹다 점심에 압력밥솥에 밥을 해서 미역국에 먹으니 기분이 좋아졌다. 누룽지까지 해서 먹으니 천당이 따로 없다. 내일부터 비가 온다고 해서, 중국팀 이태리팀 모두 하산을 했다.
15일차(7. 21. )
서울 떠나온지 2주가 되었는데 아직 바위는 잡아보질 못했다. 아침에 간단히 차를 마시고 있는데 중국팀이 염소를 잡는다고 해서 구경을 갔다. 염소는 칼에 닿은지 5분만에 사망했다. 내가 생간을 먹고 싶다고 하니 기꺼이 내어준다. 생간먹는 것을 처음 보는지 모두 신기하게 바라본다. 이어서 익힌 고기가 나오고, 나중에는 피자, 샐러드, 스페인식 감자요리가 계속 나온다. 여기서 이런 고급요리가 나오다니!! 실컷 즐기고 텐트로 돌아오니 이태리팀 염소도 사망했다. 오늘은 서로 파티하는 날인가 보다. 트랑고 빙하입구로 가서 집에 전화를 하려고 했는데 날씨가 안좋아 연결이 안된다고 한다. 다음을 기약하고 다시 텐트로 돌아왔다.
16일차(7. 22.) 베이스
제아는 고소적응을 한다고 ABC로 올라기로 했다. 새벽에 비가 왔고, 9시쯤 비가 그쳐 제아는 위로 올라갔다. 나는 내일 올라가기로 했다. 하루종일 시간 보내는게 지루했다. 이태리팀 텐트에 가서 요리하는 거 보다 차도 얻어마셨다. 비는 하루종일 오락가락 한다.
17일차(7. 23. ) 베이스
어제부터 파티스탄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우선 알파벳을 익히기 시작했다. 하루종일 비가 오락가락하고, 안개가 끼어 abc는 보이지 않았다. 다들 제아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나보고 왜 올려보냈냐고 난리다. 3시쯤 알 리가 제아를 데리러갔다. 장대비가 쏟아지는데 샤킬이 우산도 안 가지고 갔다. 괜히 미안해진다. 제아가 6시쯤 무사히 내려왔고, 알이는 저녁준비를 한다. 저녁 준비만 3시간을 한다. 참 여유있는 사람들이다.
18일차(7. 24. ) 베이스
이태리, 중국팀이 등반을 준비한다고 한다. 우리도 11시쯤 올라가기로 했는데 또 다시 장대비가 쏟아진다. 집에 갈 시간이 다가오는데 자꾸 비만 오고 있다. 12시쯤 전화를 하러 다 같이 트랑고빙하입구로 갔다. 인터넷이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간신히 와이프와 카톡으로 연락하는데 성공했다. 돌아오는 길에 또 장대비가 온다. 5시쯤 텐트에 와서 김, 황태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19일차(7. 25.) 베이스~ABC
오늘은 비가 안 와서 위로 가기로 했다. 7:30 abc로 출발했다. 나는 2시간 40분이 걸리고 제아는 3시간 50분이 걸렸다. 제아에게 자일을 갖고 등반시작점으로 가라고 했다. 나는 제아가 중간지점까지 가면 출발하기로 했다. 3시간이 지났는데 아직 제아는 1/3도 못갔다. 결국 제아를 내려오라고 하고, 휴식을 취했다.
20일차(7. 26. )
4시에 일어나서 제아에게 밥을 먹이는데 또 비가 온다. 다시 좀 자다 6시에 일어나서 제아를 출발시켰다. 제아는 10분쯤 걸어가다 다시 돌아온다. 힘들어서 못가겠다고 한다. 더 이상 하는 것 무리인것 같다. 등반은 여기서 접고 철수하기로 했다. 제아는 내려가라고 하고, 나는 10시쯤 등반시작점에 있는 짐을 가지러 혼자서 올라갔다. 1시간 반이 걸린다. 미국팀이 1피치를 자유등반으로 오르고 있었다. 나도 등반하고 싶다. 짐을 ABC까지 내리니 3시가 되었다. 대충 간식을 먹고 시간을 보냈다. 담배피우고 싶은데 담배가 없다. 내일 아침에 알 리가 오기로 해서 아침까지 기다려야 한다.
21일차(7. 27.)
알리와 샤킬이 5:20에 ABC로 왔다. 짐을 모두 싸서 1시간이 걸려 베이스로 내려갔다. 담배를 피고 있으니 중국팀이 우리 텐트에 왔다. 중국팀 리더 river가 같이 등반하자고 한다. ‘아이 좋아라’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대충 필요한 것을 맞추고 저녁을 같이 먹기로 했다. 5시에 중국텐트에 가니 염소고기, 밥, 짜파티를 내어준다. 고기가 맛있다. 내일 또 염소를 잡는다고 한다. 알리와 파키스탄어를 배우고 9:30에 잠자리에 들었다.
22일차(7. 28. )
아침을 먹고 쉬고 있으니 중국팀이 염소를 잡는다고 오라고 한다. 다시 생간을 먹었다. 맛있는데 아무도 관심이 없다. 점심으로 익힌 간, 밥을 푸짐하게 먹었다. 서울보다 더 잘 먹는 것 같다.
23일차(7. 29.)
어제밤에 비가 많이 온것 같다. 내가 자는 텐트에 물이 흥건하다. 하루 종일 비가 와서 젖은 옷을 말리지 못했다. 드디어 내일 중국팀과 벽으로 올라간다. 중국팀은 참 잘 먹는다. 염소고기, 스파게티. 집에 갈 시간도 가까워 오고 있다.
24일차(7. 30.)
4:30 기상. 등반에 필요한 개인짐을 챙기니 15kg이다. 그나마 중국팀이 4kg짜리 자일을 들어주어 다행이다. 아침에 짜파티와 누룽지를 먹고 5:30쯤 abc로 출발했다. 8:30 abc에 도착해서 좀 쉬고 9:30 등반시작점으로 출발했다. 12시에 도착해서 sun terrace로 유마를 시작했다. 짐을 메고 하는 유마가 너무 힘들다. 숨도 잘 쉬어진다. 다시는 히말라야에 못 올 것 같다. 3시에 sun terrace에 도착했다. 좀 쉬고 4:30 알파미를 먹고 각자 텐트로 해산했다. sun terrace에는 11명에 텐트가 6개가 쳐졌다.
25일차(7. 31.)
7시에 일어났는데 눈이 오고 있다. 9시에 해가 비추어서 모두 출동한다. 나는 중국팀 홀백 홀링을 보조하면서 내 짐을 지고 올라간다. 등반 못하는게 아쉽지만 이것도 등반일부라고 자위해 본다. 15피치에서 다시 눈이 오기 시작한다. 1시간 정도 추위에 떨고 있는데 다시 해가 나와서 계속 올라간다. 7:30 어두워질 무렵 snow ledge에 도착했다. snow ledge에 텐트2개를 치고, 포타렛지 한 개를 설치했다. 나는 중국팀 대원 griff와 같이 자기로 했다. 너무 추워서 우모복을 입고 침낭에 들어가니 그나마 잠이 온다. 보통 snow ledge에서는 텐트를 설치못해 고생하는데 중국팀에게는 호텔이나 다름없다.
26일차(8. 1.)
벌써 8월이다. 아침부터 눈이 내린다. 10시쯤 눈이 멎었고, 중국팀 river가 25,26피치 등반을 시작한다. 등반속도가 느려 보는 것이 지루했다. 중국팀 3명만 등반에 참여하고, 나 포함하여 나머지는 하루종일 snow ledge에 머물렀다. 오후 5시쯤 이태리팀 2명도 snow ledge에 올라왔다. 여기서 8명이 자야 할 것 같다. 중국팀은 오후 6시쯤 내려왔다. 나중에 들으니 31피치까지 갔다 왔다고 한다. 7시쯤 알파미 하나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날이 추워 우모복을 입고 침낭에 들어갔는데 그래도 춥다.
27일차(8. 2.)
아침 5:30 griff가 깨운다. 밖을 보니 오랜만에 날씨가 좋다. 아침으로 알파미를 하나 먹고 모두가 유마로 벽을 오르기 시작했다. 8:30 내 차례가 되어 나도 유마를 시작했다. 26피치 난이도가 5.12b 로 되어 있는데 핸드재밍이 되는 크랙이고 오버가 아니어서 그 정도는 안 되는 것 같다. 27피치는 슬랩성 페이스인데 손, 발 홀드가 좋은 편이다. 28피치는 5.13a로 표시되었는데 경사는 80도쯤 되고, 핑거째밍이 되고 발홀드도 있어 13a까지는 안 되는 것 같다. 29피치 5.12b 인데 쌍크랙이고, 난이도가 11b쯤 되어 보인다. 실제 등반을 안 해서 정확히는 모르겠다. 어찌어찌 정상에 가니 1:30 이다. 10분정도 머무르며 사진을 찍고 하강을 시작했다. 4시쯤 snow ledge까지 내려왔다. 여기서 자려는데 이태리팀이 sun terrace까지 내려간다 해서 나도 같이 내려가기로 했다. 4kg 자일과 침낭등 짐을 지니 배낭이 너무 무겁다. 나중에 베이스에서 재어보니 22kg이 나간다. 너무 힘들어. 6시쯤 sun terrace에 도착해서 간식과 알파미를 먹고 중국팀이 두고간 포타렛지에서 잠자리에 들었다. 전쟁 같은 긴 하루가 끝났다.
28일차 (8. 3.)
밤새 추워서 잠을 잘 못 잤고, 아침에 보니 포타렛지에 눈이 쌓였다. 6시에 일어났는데 내려가기가 싫다. 언제 베이스까지 가나 걱정이다. 짐을 다시 싸서 내려가기 시작했다. 10피치에 내 자일이 있어, 걷어가야 하는데 그것을 걷어가기에는 너무 힘들고 안전이 위협받을 것 같아 포기하기로 했다. 이태리팀이 먼저 가고 나는 20분쯤 후에 내려가기 시작했다. 1시간쯤 걸려 벽 밑까지 내려갔다. 다시 abc까지 가야 하는데 짐이 너무 무거웠다. 눈과 얼음을 헤치고 어찌어찌 1시간가량 걸려 abc까지 내려갔다. abc에서 10분쯤 쉬고 다시 1시간가량 걸려 베이스까지 내려갔다. 베이스 근처에서 알 리가 마중와서 짐을 받아 주는데 너무나 고맙다. 내려오니 모두가 정상등정을 축하해 준다. 알리는 꽃다발을 만들어 주고, 축하푸딩을 만들어주고, 담배도 주며 텐트안에서 피울 수 있도록 해준다. 참 고맙다. 개인적으로는 등반도 못하고 유마만 죽어라 해서 아쉬움이 큰데 정상등정이 좋기는 하다. 중국팀 보조자인 blue는 내가 운이 좋아 정상에 갔고, 최고령 트랑고 등정자라고 자신감을 가지라고 위로도 해준다. 모두 고맙다. 샤킬과는 스카르두에서 낚시를 하기로 약속했다. 8. 5. 아침에 베이스를 철수하기로 했다. 집에 갈 시간이 점점 다가온다. 집에 있는 와이프와 애완견 곰탱이가 너무 보고 싶다.
29일차(8. 4.) 베이스
내일 철수를 위해 하루종일 짐 정리를 했다. 점심쯤에 이태리팀원인 미르코이 생일파티를 한다고 모두를 초대했다. 기본음식에 감자튀김, 염소고기, 새일케일을 준비했다. 거하게 먹고 텐트로 돌아왔다.
30일차(8. 5.) 트랑고베이스~빠유~먼캠
철수하는 날이다. 4시에 일어나 짜파티를 먹고 짐을 쌌다. 오늘 빠유캠프를 지나 졸라캠프전에 있는 먼캠이라는 야영장까지 가기로 했다. 트랑고빙하와 발토르빙하를 벗어나는데 시간이 3시간쯤으로 많이 걸린다. 오른쪽 무릎이 천천히 아파온다. 어제 트랑고내려오고 하루밖에 쉬지 않아 피로가 누적되어 아픈것 같다. 파유에서 우리 알파미와 이태리팀이 준 식량을 먹고 다시 길을 나선다. 먼캠이 머이리 먼지 무릎통증과 더불어 너무 힘들다. 캠프에 도착하니 다시 비가 온다. 이제는 비에 별 관심이 없어졌다. 가이드가 만든 엉망진창 파스타를 먹고 잠들었다.
30일차(8. 6.) 먼캠~아스꼴리
새벽3시쯤 화장실을 가기 위해 일어났다. 대충 자리잡고 볼일을 보는데 배가 너무 아프다. 또 장염인것 같다. 다시 잠들고 5시에 일어났는데 여전히 배가 아프다. 다시 화장실 갔다 와서 식사를 위해 앉았는데 도저히 못먹겠다. 대충 누워있으니 제아가 누룽지물을 만들어 주었다. 대충 물을 마시고 오늘 아스꼴리까지 가기로 한 길을 나섰다. 이번에는 힘이 없어 걷기가 힘들다. 10분 걷다 쉬다를 반복하다 3시간쯤 지나니 배아픈게 진정이 된다. 아스꼴리 가서 집에 전화하고 닭잡기로 한 것이 자극이 되는지 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졸라캠프를 지나고 11:30쯤 비아호빙하 입구에서 점심을 먹었다. 진흙탕물인 비아호 빙하물에 라면을 끓이고 차를 끓여 마셨다. 배가 고픈지 다 맛있다. 다시 길을 나서 비아호 빙하를 가로지른 다리를 건너니 알 리가 차를 탈수 있다고 한다. 우리돈 25,000원에 아스꼴리까지 단숨에 왔다.
아스꼴리에서 방을 잡고 오랜만에 편안한 휴식을 취했다. 이제 등반은 정식으로 종료되었다.
31일차(8. 7. ) 아스꼴리~스카르두
아침5시에 일어나서 짜파티먹고 짚차로 스카르두로 이동했다. 점심으로 치킨카레를 먹고 오후에는 스카르두 시내구경을 했다. 내일 이슬라바마드로 이동하기 위해 비행기표를 열심히 수소문했다. 저녁에는 하미드가 마련해준 닭바베큐를 맛있게 먹었다. 제아는 터키에 있는 친구를 만나러 가야 한다고 해서, 나 혼자 한국으로 가기로 했다.
32일차(8. 8.) 스카르두 ~이슬라바마드
스카르두 공항에 10시쯤 도착해서 알 리가 준 살구를 맛있게 먹었다. 비행기를 타니 1시간만에 이슬라바마드에 도착한다. 버스로 25시간걸린 길이 1시간만에 오다니 너무 좋다. 공항에 도착해서 한국가는 비행기표를 변경하려니 시스템이 엉망이다. 타이항공직원이 점심시간이 끝나고 2시간이 지났는데도 안 온다. 어찌어찌 만나서 물어보니 시내에 있는 타이항공사무실을 직접가야 한다고 한다. 일단 시내에 있는 ‘쏭’이라는 한국식당으로 가서 도움을 청하기로 하고 택시를 타고 갔다. 식당의 도움으로 타이항공사무실에 가서 비행기를 변경한다고 하니 35만원을 내라고 한다. 어쩔수 없이 비용을 지불하고 내일 한국으로 가기로 했다.
다시 식당으로 왔는데 주인이 계속 돈 얘기만 한다. 타이항공 이동비 10$, 하루밤 방값100$, 어쩌고 저쩌고.. 짐이 많아 움직이기가 힘들어 그냥 여기서 머물기로 했다. 밤에 잠을 자려는데 배가 너무 아프다.
33일차(8. 9.)
밤새 복통에 시달리다 아침쯤에 간신히 잠을 자고 11시쯤 일어났다. 직원에게 양고기 바비큐 하는데를 소개해달라고 하고, 택시를 타고 식당으로 갔다.
식당주인이 철수라는 한국이름을 사용하고 있었고, 반갑게 맞아준다. 망고쥬스도 마시게 해주고 친절하다. 좀 있으니 양고기가 나온다. 우리돈 15,000원에 양도 많아 가성비가 좋다. 서울에서 가게를 해도 잘 될것 같다. 너무 먹어 소화가 잘 안 된다. 거리를 좀 걷다 밤 비행기를 타러 공항으로 갔다.
비행기표를 받고 짐 무게를 재는데 짐이 무거워 추가 비용을 1000$정도 내야 한다 고한다. 다시 밖으로 나가서 자일 2개, 옷, 남은 식량을 모두 지나가는 행인에게 주고 무게를 낮추어서 다시 돌아왔다.
어찌어찌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향했다. 길고 긴 여행이었다.
3. 비용
트랑고에 가기 위해 가장 힘든 부분이 돈 문제였다. 1차 견적서는 19,000$를 받았는데 비용이 너무 쎄서 필요없는 호텔비, 쿡 고용, 텐트설치비를 모두 제하니 6,200$이 나왔다. 비행기표는 각자 구입했고, 나중에 이슬라바마드 현지 체류비는 2,000$정도 사용했다. 총 비용은 1,500만원 정도 든 것 같다.
박계상 형님, 문리대 이도원선배님, 박두순형님, 대학산악부 친구들 원정에 비용을 보태줘서 너무 고맙습니다.
4. 식량
현지 사정을 몰라 식량 준비가 어려웠다. 일단 알파미 35개를 구입하고, 현지에서 중국쌀 20kg을 샀다. 한국에서 미역, 황태, 된장, 고추장을 약간씩 가져갔다. 결국 거의 모든 베이스에서의 식사는 가이드가 해주는 짜파티, 카레를 먹었다. 우리 쌀을 대부분 버렸다. 김치도 현지에서 담궜는데 나만 조금 먹었다. 알파미는 일본 onisi 사의 제품을 쿠팡에서 샀는데 생각보다 맛있었다. 짐이 많아 한국에서 햄 등을 가져오지 못했는데, 비행기화물에 여유가 있으면 가져가면 좋겠다. 파키스탄 현지에서는 통조림에 든 고기류가 없다. 중국팀이 염소를 100$에 사서 먹었는데 이것을 고려해 보면 좋겠다. 또 파키스탄은 술 마시는게 불법이라고 하고, 술을 살 수가 없다. 술을 마시고 싶으면 반드시 한국에서 가져가야 한다.
5. 총평
일단 목표인 트랑고베이스에 가서 1차 목표는 달성했다. 등반은 제아의 몸 상태가 안 좋아 포기하고 있는데 중국팀의 도움으로 어찌어찌 정상을 갔다. 내가 직접 등반을 못해 아쉽지만 그래도 정상을 가서 다행이다. 일단 고소에서 움직임이 힘들고, 나이가 있어서 다시 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 힘든데를 10년동안 열심히 다닌 창호가 다시 한번 대단해 보이고, 창호에게 경의를 표한다.
2023. 9. 21.
첫댓글 박변.
생생한 등반기 멋있습니다.
고생했으니 더욱 기억에 남겠지요.
다시 한 번 등정 축하합니다.
박변....고생 많이 했지만 축하해 ...정상은 아무나 가나 ? ^^
옛날에 트랑고타워 원정에서 돌아오는 승철과 형진 상조형을 공항으로 마중 나갔던 기억이 난다.
고맙습니다
등반도 작성된 기록도 넘 멋지십니다!^^
진정 알피니스트... 존경합니다.
등반기 감명 깊게 잘읽었습니다 저두 곧 나가야 하는데 파트너가 없어서 희망 이 없네요 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