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대도시 가운데서도 유독 산이 많다. 그 때문에 산이 도시 발전을 가로막는다고도 한다. 하지만 도시를 둘러싸고 가로지르는 산들은 삭막한 도심의 허파 역할을 톡톡히 한다. 여기에 더해 부산의 산들은 기막힌 조망의 명소가 된다. 산에서 내려다보면 그 산으로 구분돼 나뉜 부산의 시가지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그렇기에 부산 등줄기 이어 걷기는 곧 조망의 산행이다.
암남공원에서 시작해 대티고개로 이어진 첫 구간은 가까이는 송도와 영도, 몰운대, 멀리는 오륙도와 해운대까지 눈에 담을 수 있다. 두 번째 구간인 대티고개~개금 구간은 금정산 너머까지 이어지는 전체 구간 중에서 최고의 조망을 누릴 수 있다. 송도와 자갈치 오륙도 광안대교 달맞이고개 등 부산의 내로라하는 해안 명소를 발아래 두고 걷는다. 또 용두산공원과 대청공원 민주공원을 비롯해 낙동강 황령산 장산 금정산 등이 번갈아가며 시원하게 펼쳐진다. 그야말로 능선길을 따라가는 부산 시티투어라고 할만하다. 여기에 더해 시약산과 엄광산을 오르는 길에는 멀리 대마도의 모습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 송도에서 해운대까지 해안 명소 '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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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교산 취재팀이 대티고개에서 시약산 정상으로 오르던 중 바위전망대에서 대신동과 부산항을 조망하고 있다. 멀리 광안대교와 해운대 달맞이고개도 시야에 들어온다. |
이번 구간은 시약산(510m)과 구덕산(560m), 엄광산(505m) 세 개의 봉우리를 지난다. 해발 100m대의 대티고개를 출발해 500m대의 구덕산에 올랐다가 다시 200m대의 구덕고개 꽃마을로 내려선다. 이어 한 번 더 500m대의 엄광산에 올라서서는 다시 해발 100m가 채 되지 않는 개금으로 내려가는 널뛰기 코스다. 그런 만큼 따가운 햇볕이 비치는 계절에는 쉽게 여길 수 없는 코스이기도 하다.
이번 코스는 대티고개를 출발해 12번 산불초소~밀성박씨묘~시약산 정상·기상레이더~시약정~구덕산 정상~구덕고개~엄광산 정상석~삼거리~엄광산 정상(~다시 삼거리)~육각정자를 거쳐 인제대백병원 옆을 지나 도시철도 개금역에서 마무리한다. 전체 산행거리는 10㎞ 정도로 순수 산행시간은 4시간30분~5시간, 휴식을 포함하면 6시간 안팎 걸린다.
첫 코스를 마친 대티고개에서 두 번째 코스를 이어 시작한다. 남포동이나 서구청 쪽에서 올라오는 버스가 서는 대티고개 정류장에서 내려 50~60m 되돌아와서 '대티로 81번길' 표지가 있는 곳에서 계단을 올라가 바로 오른쪽 철난간을 따라간다. 끝에서 계단 오르막을 가면 곧 '대티로 81번길 10번지' 옆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오른다. 텃밭 사이를 지나 숲으로 들어서면 나무벤치 2개가 있는 지점이 사거리다. 정면 오르막으로 가서 '서구 그린웨이 안내도' 옆 '서구 12초소' 왼쪽으로 간다. 이정표(시약산 정상 2.1㎞)를 지나 오르막 초입에 다시 같은 내용의 이정표가 있다. 여기서부터는 가파른 오르막이다. 나무가 별로 없어 따가운 햇볕을 등에 받으며 올라가야 한다. 뒤돌아보면 천마산과 영도가 보이고 조금 더 올라가면 용두산공원과 부산항, 오륙도가 눈에 들어온다.
◇ 세 개 봉우리 넘나들어 예상밖 벅찬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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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덕산에서 내려온 뒤 구덕고개로 가는 편백숲 길. |
10여 분 올라가면 경사가 누그러졌다가 다시 오르막이다. 잠시 뒤 작은 봉우리에 올라선 뒤 완만한 길을 걸으면 밀성박씨묘가 나타나고 정면에 기상레이더가 바라보인다. 돌담 옆으로 올라가면 초소 뒤로 길이 이어진다.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지만 '솔잎채취금지' 안내문 왼쪽으로 능선길을 죽 올라가면 된다. '시약산 정상 1.2㎞' 이정표를 지나면 감천항과 두송반도, 몰운대가 나무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고 첫 코스 출발지인 암남공원도 보인다. 멀리 대마도가 길게 드러누워 있는 모습도 선명하다.
10분 정도 올라가면 길이 완만해지며 Y자 갈림길이다. 오른쪽으로 20~30m 가면 전망대다. 산과 바다, 시가지를 두루 조망한 뒤 갈림길로 돌아와 왼쪽 길로 50m가량 내려가면 이정표가 선 사거리다. 오른쪽은 시약산으로 둘러가는 길이고 왼쪽은 밀성박씨묘 위 초소에서 올라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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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심정에서 엄광산 정상 가는 길에 바라본 시가지와 백양산. |
여기서부터 시약산 정상까지는 잠시 내려선 뒤 내처 오르막이다. 20분 정도 올라가면 나무가 듬성듬성해지며 뒤로 시원한 조망이 열리고 이내 시약산 정상이다. 기상레이더 왼쪽 높은 지점이 정상이다. 정상이라도 별다른 표지는 없다. 거제도부터 해운대까지 조망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답사로는 되돌아 내려와 기상레이더 오른쪽 정문에서 도로 옆길로 내려간다. 시약정 가는 길은 차단봉 뒤 콘크리트 도로로 내려가도 되지만 10m 정도 나무 사이로 들어서면 산길이 숨어 있다. 내려서면 바로 시약정 입구다. 아찔한 바위 위에 세운 정자는 부산항 일대를 내려다보는 기막힌 전망대다. 다시 내려와 콘크리트 길 시작 지점 오른쪽으로 들어서면 곧 기상레이더에서 내려오는 도로다. 오른쪽으로 도로 따라 200m가량 가서 삼거리에서는 '구덕산' 이정표가 가리키는 오른쪽 길이다. 50m쯤 올라가 길이 왼쪽으로 휘어지는 지점에서 정면의 산길로 들어선다. 곧 구덕산 정상석이다. 실제 정상은 옆의 부산항공무선표지소가 들어선 봉우리다.
◇ 시약산·엄광산 정상에선 대마도 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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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도 봉래산 뒤로 대마도의 윤곽이 드러난다. |
구덕산에서는 되돌아와 콘크리트 길로 내려선 뒤 20m 아래 녹색 철망 담장 왼쪽으로 간다. 가파른 내리막을 10여 분 가면 삼거리다. 왼쪽으로 가도 구덕고개로 연결되지만 직진한다. 다시 10분 정도 내려가면 벤치 3개가 있는 쉼터 삼거리다. 대티고개에서 돌아오는 길이다. 왼쪽으로 간다. 시원하게 뻗은 편백 숲 오르막을 잠시 가면 이정표(구덕문화공원 300m) 삼거리다. 직진해서 다리를 건너면 사거리다. 여기서 오른쪽 완만한 길을 따라 죽 가면 교육역사관 아래 사거리를 지나 곧 구덕문화공원 입구다. 도로를 내려가서 구덕고개 사거리에서는 건널목을 건너 직진한다. 200m가량 오르면 정자가 있고 그 오른쪽 20m쯤에 올라가는 길이 나온다. 15분 정도 오르면 편백 숲 안부에서 이정표가 선 삼거리다.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대신동 방향이다. 답사로는 10시 방향 초소 옆 오르막이다.
이번 구간 중 가장 가파른 오르막을 20분 정도 오르면 무심정 정자와 엄광산 정상석이 나타난다. 직진해서 헬기장을 거쳐 계속 간다. 바위 봉우리를 지나 5분 정도 더 가면 삼거리다. 낙동정맥은 왼쪽으로 이어진다. 여기선 직진해서 엄광산 정상을 다녀온다. 1~2분 가면 삼각점이 있는 곳이 정상이다. 마지막으로 부산항과 바다 조망을 한 뒤 되돌아와 삼거리에서 낙동정맥 길로 들어선다. 곧 가파른 내리막이다. 5분가량 내려가면 삼거리다. 오른쪽 바위 사이로 가는 길이 낙동정맥 산길이다. 바위에 가려 갈라지는 길을 못 보고 왼쪽 내리막으로 갈 수 있으니 리본을 유심히 살펴야 한다.
20분 정도 내려가 임도를 만나면 벽산·고원아파트 방향으로 직진한다. 곧 육각정자가 나오고 답사로는 성곽 아래로 내려선다. 여기서 직진하지 말고 왼쪽으로 꺾어 내려간다. 10여 분 내려가 오거리에서는 직진한다. 잠시 뒤 길이 왼쪽으로 휘며 백병원 주차장 옆 나무계단 길로 내려선다. 오른쪽으로 내려가 블록 담장을 돌아가면 주택가로 들어선다. 여기서부터 낙동정맥을 따라가는 길은 주택으로 막혀 일직선으로 가기 어려우니 편한 길을 찾아 내려가면 된다. 벽산아파트 담장을 지나 계속 내려가면 개금1동주민센터를 지나 도시철도 개금역에서 마무리한다.
# 떠나기 전에
- 구덕산·엄광산, 제 위치 못찾은 정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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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약산 정상 오르는 길. 정상엔 기상청 기상레이더가 자리 잡고 있다. |
전국의 유명산과 달리 도심에 있는 산들은 정상에 시설물이 들어선 경우가 많다. 방송중계탑이나 군사시설이 그것인데 대구 팔공산이나 광주 무등산, 대전 계룡산이 대표적이다. 이 중에는 시설물 철거로 정상이 개방된 곳이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산의 유명세에 힘입은 바가 크다. 지역 주민이 즐겨 찾는 곳이지만 조망 외에 별다른 특징이 없는 봉우리에 시설이 들어선 곳은 여간해선 정상을 되찾기가 어렵다. 이런 곳은 부산에도 여럿 있다.
이번 코스의 봉우리 세 곳 가운데 두 곳은 정상에 시설물이 들어서 있다. 먼저 시약산 정상부엔 기상레이더가 있어 그 옆의 가장 높은 지점을 정상으로 여긴다. 또 구덕산 정상에는 부산항공무선표지소가 있어 출입이 자유롭지 못해 100여m 떨어진 봉우리 위에 정상석이 서 있다. 앞선 두 산과는 다르지만 엄광산 정상석도 제자리가 아닌 곳에 자리 잡고 있다. 구덕고개에서 출발해 올라서는 봉우리에 정자와 함께 정상석이 설치돼 있다. 하지만 실제 지형도상 정상은 그곳에서 동북동쪽으로 능선을 따라가면 나오는 삼각점이 설치된 봉우리다. 폐쇄된 정상을 개방하자는 운동도 좋지만 이처럼 엉뚱한 곳에 있는 정상석의 제자리를 찾아주는 것도 생각해볼 일이다.
# 교통편
- 대티고개까지 2, 96, 113번 버스 이용
출발지와 도착지 모두 대중교통을 이용해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출발지인 대티고개에는 2번 96번 113번 시내버스가 간다. 113번은 도시철도 남포역이나 자갈치역에서, 2번은 부산역이나 사하 대티 당리역에서 갈아타면 된다. 도착지인 개금에서는 도시철도와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문의=생활레저부 (051)500-5151 ,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