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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최우수상 입상작
<시인들의 샘터문학 창간호>
[시] 마음에 새긴 문신 / 이기은
고샅길은 언제나 소리의 농도가 짙다
오고 가는 소리에 바람소리가 업힌다
바람의 결엔 오래전 학교 가던 아침이 있다
소 먹이고 오던 저녁은 아직도
검정색 두려움으로 채색되어 있다
그 여름, 추녀를 달래던 낙숫물의 노래
자박자박 밤마실 나서던 순이 발자국소리
먼 친척 아주머니 주름살에 쌓이던
색 바랜 교회 종소리
나이 한 살 많다고 한 살 적다고
아웅다웅 싸우던 종식이네 뒤란
댓잎 속삭이는 결이 선명한 소리도 고샅에 있다
계절 행사로 치루는 동네 부역
그날의 주제는 안길 청소
낯가죽에 여름이 앉아 가무잡잡한 이장
고샅길 잡풀 다 없애란다
저나 나나 다 같은 잡풀이면서‧‧‧‧‧‧
이기은 시인 프로필
아호는 기욱(基旭). 월간 한울문학 시 부문 등단, 대한문학세계 수필 부문 등단
서정문학상, 독도 시 공모전 대상, 늘푸른 문학 대상, 글봄문학 대상, 김포문학상
시집 상재 : <자귀나무 향기 1> <자귀나무 향기 2> <별밤에 쓰는 편지>
기타 저서 : <시조로 공부하는 사자성어>외 전자책 시집(12책 발간)
[시조] 열애(熱愛) / 허기원
순백의 마음으로 그댈 원하오니
꽃바람 불어오는 둘만의 꽃밭에서
어여쁜 사랑이게 하여 주오
그대의 달콤한 향기 속에
언제나 변함없이 사랑을 주고 싶어
오색 찬연한 은하수 반짝이는
내 곁에 영원토록 머물게 하여 주오
입가의 예쁜 미소 가득 채워
간절한 마음 받자하시고
바람 불면 그대 손 잡아주고
눈이 오면 당신의 따뜻한 피륙 되어
영원히 그대 사랑이게 하여 주오
세월의 물빛 따라 끝없이 흐르다가
하얀 빛 산화되어 붉게 변하여도
내 사랑 변함없이
그대 위한 천국이게 하여 주오
허기원 시조시인 프로필
아호는 설봉, 우암.
(사) 시인들의 샘터문학 운영이사, 한국예술인장인협회 회원
친시조문예회 회원, 우리시진흥회 회원
신춘문예회 신인작품상 대상 등단, 동백문학회 시조 부문 백일장 대상
저서 <월하관매>
[수필] 세 아버지 / 이주혁
색이 바랜 신문 한 장이 곱게 접혀 있다. 연말이라 서랍정리를 하면서 눈에 띄었다.
South Dakota 주(州), Brookings 시(市)의 지방신문, “Brookings Daily Register” 첫 면이다. 1978년 5월 8일 자로 ‘나와 아들’을 근접 촬영한 4단 크기의 사진기사가 실려 있다.
‘아빠 이게 뭐야?’[What’s that, Dad?] 라고 굵은 돋움[Gothic]체로 제목을 붙인 졸업식 광경이다. 나는 학사 가운을 입고 사각모자를 쓰고 넓은 강당 가장자리에 앉아 있다. 아들이 멀리서 나를 알아보고 달려와서 학사모(學士帽)에 달린 술[tassel]을 만지고 있는 사진이다. 약 850명의 South Dakota 주립대학 졸업식에 약학대학을 졸업하는, 32살 먹은 아버지와 그를 따라 온 6살짜리 아들과 만남이 기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모양이다.
하기야, 이 시간이 있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1975년, 3살 된 아들을 데리고 미국 이민 길에 올랐다. 약사이민으로서 모든 조건을 갖추고 영주권을 받고 LA에 도착하였지만, 현지 사정은 상상과는 달리 만만치 않았다. 다른 의료인들은 이민 허가 조건으로 직장을 계약하고 왔으며, 그들에게는 면허시험을 볼 자격이 주어졌다. 그러나 약사에게는 취업을 요구하는 조건이 없어서 이민 절차는 쉬웠지만 현지에서 약사로서 활동할 수 있는 길은 없었다. 당시는 면허시험을 볼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았으며 미국에서 약학대학을 졸업하여야만 약사면허시험을 볼 수 있었다.
주유소 ‘펌프 맨’으로부터 시작하여 빌딩 ‘밤 청소부’, 비타민 회사 ‘공돌이’ 자동차 브레이크 회사 ‘검사관(?)’ 등등을 거치며,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달 보기 운동’을 하며 달렸다. 그래도 한 손에 너덜너덜한 단어장을 놓지 않고 비좁은 단칸방에서 토끼잠을 잔 덕분에, 토플시험을 거쳐 미 전역의 약학대학 100여 곳에 입학원서를 보낼 수 있었다. 이렇게 정신없이 한 일 년이 지났다. 그 정황에 태어난 딸이 복을 가져왔는지 채 백일도 되기 전에 South Dakota 주립대학으로부터 편입 허락을 받았다.
그러나 미국에서 약사 면허를 받아야 한다는 일념만으로 시험 준비에 바빴지만, 막상 입학 통지를 받고 보니 경제적으로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세 식구가 $1,800을 갖고 이민 와서 그동안 시간당 2~3불의 임금으로 늦은 시간까지 일하며 시간외 수당으로 나름대로 열심히 뛰었지만 잔고는 거의 바닥이었다. 혼자서 발버둥 치며 치열한 전쟁터와 같은 서울에서 고학으로 4년 대학을 마친 저력이 있어서, 혼자라면 어떻게든 공부를 마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 뿐‧‧‧‧‧‧. 하여, 두 아이를 한국에 보낼 계획까지 세웠으나, 비행기 표 비용도 감당할 방법이 없었다.
혹시나 돈이 될까 하여 이민 올 때 준비하여 온 인삼이며 특산품, 개인 소장품 등등을 친구들에게 팔았고, 그들은 십시일반으로 여비까지 보태주었다. 아직 산후 건강이 회복되지도 않은 아내와 아이 둘을 LA에 남겨두고 그 곳 사정도 알아볼 겸, 일단 혼자서 South Dakota로 날아갔다. 다행히도 정부가 제공하는 그랜트를 신청할 수 있었고 은행에서 학자금을 융자받을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허름하고 침침한 지하 단칸방에서, 사과 한 알을 책상위에 올려놓고 둘이 손잡고 서로 쳐다보며 딸의 백일을 축하했다.
이제, 사진 속의 아들을 바라보니 내가 중학교를 졸업하던 때가 떠오른다. 그때 아버지가 33살이었으니, 사진속의 나와 거의 같은 나이이다. 내가 수석으로 졸업하였다고, 졸업식 후에 교직원 모두를 초대하여 식당에서 음식대접을 하며 술기운이 올라 덩실덩실 춤을 추시던 당신의 모습이 새롭다. 당시의 집안사정으로 보아 어디서 돈을 빌려서 대접하였음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당신은 현실을 모르고 어처구니없는 과용을 했을까. ‘지금’을 누릴 줄 아는 삶을 그때 내가 깨우쳤더라면‧‧‧‧‧‧.
그런데 나는, “나중에 좀 더 잘해주마”라고 속으로 다짐하며,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꺼야 한다고 자신에게 변명하며 아이들을 대하지 않았던가.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 수업을 받느라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했었고, 잠자는 얼굴 잠깐 바라보는 것만으로 아버지 노릇을 한다고 생각했던 날들이 죄스럽기만 하다. 그 후 졸업하고 직장을 가지고도 “나중에 더 크게”를 반복하며 직장 일에만 충실했다. 가정을 경제적으로 부유하게 하는 것만이 좋은 아버지가 되는 길인 줄로 알고 살았다. 딸의 생일을 맞이할 때마다 무거운 짐을 느끼면서도‧‧‧‧‧‧.
새해라고 손자, 손녀를 데리고 아들이 세배를 왔다. 이 사진을 보여주며 겸연쩍은 얼굴로 아들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사진에 6살이던 그가 벌써 44살을 넘어 중년 티가 나는 두 아이의 아버지다. 자주 야간 근무를 하는 바쁜 생활 때문인지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데도 12살 된 아들과 함께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눈다. 녀석은, 야구반에서 홈런을 치던 일, 고사리 손으로 월척을 잡던 일, 캠핑 가서 곰을 만나 놀랐던 일, 스키장에서 나동그라진 일 등등 아빠와 함께했던 일을 추억하며 깔깔대며 내게 자랑한다.
이 웃음소리를 들으니, 내 멍한 가슴이 흐뭇하게 채워진다.
“그래, 이제 너희들은 내일 내일이 아니라 오늘, 지금 아빠와 함께 그냥 재미있게 살아라. 이 순간이 곧 내일의 시작이 아니더냐?” 하고 혼자 중얼거려본다.
이주혁 수필가 프로필
강원도 양양 출생.
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 졸업
사우스다코다 주립대학 약학대학 졸업
에세이포레 수필 등단, 한올문학상(제5회)
【제2회】 최우수상 입상작
Convergence 감성시집
<사랑, 그 이름으로 아름다웠다>
[시] 모래시계 / 이익준
시간이란 우주의 형상이 저럴거다
그 우주의 밑바닥으로
부러질 듯 좁은 통로를 지나
위층의 우주에는
크로노스가 통치하고
아랫층에는 죽은 시간의 무덤일거다
크로노스의
잘디 잔 시간 입자는
저 좁은 길목을 통과하는 순간
죽음의 우주로 떨어져 내린다
털끝만한 오차도 단절도 없이
아래로 흘려보내는 시간들의 찰나
크로노스 우주에 가득한 생명들
때를 따라 꽃피우는
식물들의 왁자한 웃음이 있고
빼앗기 위해 서로 잡아먹는
피 냄새 낭자한 맘몬의 전장도
제몫의 입자가 저 종말의 구멍에 다가가도
스르륵 아무 기미도 없이
구멍 속으로 들어가는 뱀처럼
죽음의 경계에 이르기 전에
한번쯤 하늘 쪼개듯 천둥 번개 내려
후다닥 정신 돌아올 수 있다면
두 손에 움켜쥔 허욕은 놓아버리고
별빛이 영롱한 밤에
스르르 미끄러져 내리기를 꿈꾸어본다
이익준 시인 프로필
마산고, 중앙대학교 졸업
효성물산 링크시스템
㈜ 라벨라 대표
(사) 시인들의 샘터문학 자문위원
[시] 소금 꽃 전시회 / 김 단
저 멀리 희미한 달빛이
축 처진 어깨를 부여잡고
사립문 안까지 걸어오고 있다
두어 평 남짓 좁은 공간에선
안도의 한숨이 방바닥을 향해
털썩 주저 앉아버린다
귀찮은 듯
구멍 난 양말을 벗자
서글픈 냄새가 온 방 가득 번져가고
달빛이 벗어놓은 메리야스엔
아주 오래전에 말라버린 소금 꽃이
선명하게 반짝인다
찰랑찰랑
눈물 고인 술잔은
어느새 숨소리가 되어
좁은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김 단 시인 프로필
시인, 수필가, 배우, 기자
법무부 사회성향상위원회 교화위원, 책 읽는 울산광역시 부구 추진위원회 위원
주간한국문학신문 울산광역시 지역본부장, (사) 국보문인협회울산광역시 지부장
(사) 한구경화인총연합회 울산지부 이사, ㈜ 티에스오토모티브 고객지원팀 팀장
(사) 시인들의 샘터문학 회원
[시조] 동지 산행 / 차용국
어젯밤 송년회서 과음을 하였더니
아직도 술 냄새가 콧등에 달라붙어
북한산 잔바람에도 떨어지지 않는다
술 없는 연말모임 할 수도 있을 텐데
생각은 해봤다만 실행이 잘 안되니
북한산 올라가면서 술독이나 빼야지
동짓날 비가 내려 산길은 촉촉하고
날씨는 온화하여 눈마저 녹았으니
모처럼 구기계곡에 물소리 생기롭다
해동의 기운이야 더 없이 반갑다만
동짓날 따뜻하면 질병이 돈다하니
덧없는 괜한 걱정이 여린 가슴 스친다
승가사 도착해서 물 한 잔 부탁하니
스님은 팥죽까지 먹으라 권하신다
귀신도 이 팥죽 맛을 피해가진 못하리
한 사발 붉은 팥죽도 나누면 넉넉한데
동짓날 꼭 눈 오고 추워야 풍년인가
북한산 동지 산행은 이미 풍년 들었소
차용국 시조시인 프로필
연세대 행정대학원 사회학석사, 공무원 재직
한양문학 시 부문 신인문학상, 별빛문학 시조 부문 신인문학상
문학신문신춘문예 문학상 금상
시인들의 샘터문학 자문위원
【제3회】 최우수상 입상작
Convergence 감성시집
<청록빛 사랑속으로>
결 회로 입상작 없음
【제4회】 최우수상 입상작
Convergence 감성시집
<아리아, 자작나무 숲 시가 흐르다>
<사립문에 걸친 달 그림자>
[시] 추억의 봉다리 속에는 / 이동춘
늦게 귀가할 딸아이 생각에
봉다리 순댓국 꺼내어 데워 놓았다
투박한 뚝배기, 김 모락모락 나는
순댓국을 보며 입이 떡 벌어질 딸아이 모습 그려본다
그래 그래 육십 넘은 애비 이 맛 들려
창피한 생각 잊고 검은 봉다리 들고 설레발 치고 다니지
나 어릴 적, 울 아버지 술 거나하면
군밤 봉다리, 군고구마 봉다리 안겨주시던
봉다리 추억이 그립고 그립단다
나는 오늘도 또 다시 무엇인가를 손에 바리바리 들고
갈지자걸음으로 아버지 닮은 걸음으로 걸을지도 모르겠다
아가야, 니 애비 손에 들린 봉다리 속에는
애비의 아버지 추억이 들어있고
널 사랑하는 애비의 행복도 들어있고
미래의 네가 챙길 추억이 들어있단다
이동춘 시인 프로필
서울기독대학교 졸업, 침례신학대학 졸업, 미국 RACPIM기독대학원 졸업
건양대학교 보건복지대학원 외래교수, 한국융합예술치료교육학회 상임이사
문학저널 시 부문 등단
(사) 시인들의 샘터문학 학술분과 이사, (사) 샘터문인협회 운영이사
[시] 닭살, 사랑학 개론 / 김성기
당신을 업고 다녀야 겠습니다
살다보면 깔딱 고개도 있고
비탈길도 있는데
당신은 유독 내리막길에서
힘들어 했습니다
험한 길은 내가 업고 갈테니
두려워하지 말아요
순탄한 인생길이 될 테니요
오늘 저녁상 내가 차렸습니다
당신 좋아하는 보리굴비 구웠지요
서툴러 조금 태운 것을 보고
“당신 가슴이 너무 뜨거워서
굴비가 탔나봐요“ 라고
애교스럽게 말하는 당신,
하얀 살을 발라 서로의 입에 넣어주니 행복입니다
닭살 돋는다고 다른 반찬들이
우렁우렁 시샘을 합니다
창밖 어스름 달밤이고
식탁 깨소금 향기로 진동하니
밥상에 차려진 관객들 축복으로 가득 합니다
김성기 시인 프로필
아호는 송목. 한양대학교 졸업
양심문학 시 부문 신인문학상
(사) 시인들의 샘터문학 수필 부문 신인문학상
(사) 시인들의 샘터문학 홍보이사, (사) 샘터문인협회 운영이사
[시] 점말동굴 돌담길 / 이복동
포전리 마을 입구를 지나
오르고 또 오르면
봄인지 가을인지
계절을 분간할 수 없는 곳
단풍나무 조막손 흔들며
어서 오라고 제일 먼저 반긴다
흙길을 따라 오르는 내내
속살거리는 숲
먼 먼 태고 적 이야기가
스멀스멀 기어나올 것만 같다
발끝 세워 방긋 웃는 노란 야생화
화사한 핑크빛 미소 흘리는 뱀딸기꽃
터줏대감 환삼덩굴의 헛기침소리
당장이라도 쫓아와 회초리를 칠 것 같은
개나리 묵직한 결개가 열린 것이다
얼음같이 차가운 기운이
바위 사이사이에서 으름장을 놓는다
마치 성지에 와 있는 듯하다
내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또 할아버지
얼마나 오랜 세월 영령으로 지켜왔을까?
신비감마저 도는 푸른 기운
그 아래에서 해마다 피고 지는
돌제비꽃의 자태는 천상의 꽃이다
시간을 먹어치운 바위는 흔적을 배설하고
또 다른 얘기꺼리를 사람들에게 들려준다
산길이 끝나고 돌담길이 열리면
흔적이 퇴적되는 막다른 길
시간도 멈추어 고여 있는 곳
숨죽여 비밀이야기를 적는다
돌아가는 길을 허락한 선사의 숨결
헐떡이며 내려가는 나그네의 발길
오를 때 보지 못한 키 작은 단풍나무
머리 숙이며 경배한다
발자국 따라 거친 숨소리 잦아들며
깊은 잠을 청한다
이복동 시인 프로필
아호는 동이(瞳怡). 서울 구로 출생
한국시조문학진흥회 이사, 청일문학 시낭송분과 위원장
청풍명월정격시조문학 회원, 한국독도문인협회 회원
(사) 시인들의 샘터문학 회원
청일문학 시 부문 등단, 한국시조문학진흥회 시조 부문 등단
한국시조문학상 본상, 괴산임꺽정 전국시낭송대회 장려상
님의 침묵 전국시조낭송대회 장려상, 충북예총시낭송대회 일반부 금상
【제5회】 최우수상 입상작
Convergence 감성시집
<詩, 별을 보며 점을 치다>
[시] 할미의 버선발 / 정영숙
시든 감꽃 목걸이
봄바람에 대롱이는 밤
지아비의 빈방 호롱
달빛 밴 긴 그림자 드리우고
아낙의 먼 시선 한 두 방울로
새기던 그리움
매화꽃 빈 가지를 흔든다
홀로 두고 길 떠난 긴 가을
할미의 귀밑머리 흰 매화꽃 여러 송이
소리 없이 수를 놓고
이 생애 못 건넌다는 강가
몇 번인가 시리다시며 옴짝 이시던 발
긴가 민가 허공에서 지아비 손을 잡고
이제는 헤어지지 말자고 넋두리 하는 날
얼마나 나섰을까
그리움이 여린 할미의 버선발
마지막 놓인
꽃 닮은 할미의 미소가 달빛 속 화안하다
매화꽃비 수줍게 떨어지는 봄
그리 가신 할미의 버선
작은 매화꽃잎 몇 장
그리움의 노래되어 날리는데
정영숙 시인 프로필
아호는 소야. 서울 출생. 어린이집 원장
한국시사문단작가협회 회원, 한국문학정신문인협회 회원
현대시선집문학 회원, 좋은문학창작예술인협회 회원
한국복지재단 작가, 2018북한강문학제 추진위원
(사) 샘터문인협회 회원, 빈여백동인 문학상
시집상재 <그리운 만큼 잊을 수 있습니다>
[시] 보릿고개 / 박길동
일천구백오십 년대 늦은 봄날
봄 햇살이 따스하다
여름이 오기 전
늦은 봄날에
저 언덕을 지나 높고 험준한
보릿고개 앞에 서야만 했다
나 혼자 넘어야 하는 고개가 아니고
동네 몇 사람을 제외하고
모두가 보릿고개 앞에 서야 했다
누구의 도움 없이 넘어야 할 보릿고개
넘지 않기를 바라지만 해마다 반복해
혹독한 고개를 넘어야 했다
보리밭 이랑에서 종달새가 하늘 높이
날아올라 지지배배 노래한다
보리밭 이랑을 향해 내려꽂기도 한다
아지랑이 스몰스몰 피어오르고
따스한 볕에 보리밭 꾸벅꾸벅 존다
주린 뱃속 꼬르륵 배고픔을 알리는 소리
채워줄 식량이 바닥이다
지난 가을 추수한 식량, 겨울을 나니
곳간이 뒤지가 텅 비었고
초근목피가 비상식량이다
들녘 보리밭 푸르던 보리이삭 해산하여
갈색으로 익어가고 있지만
아직은 보리이삭이 여물지 않았다
하지만 덜 여문 보리이삭 어쩔 수 없이
베어 가마솥에 삶아 햇볕에 말려
절구에 넣고 찧어 밥을 지어먹고
허기를 면해야 했다
찰기가 없어 알갱이들이 입속에서
제멋대로 알알이 뒹군다
그러나 매끼니 허기를 채우기 위해
먹는 밥이지만 꿀맛이었다
산야에서 채취한 나물로 국 끓이고
삶아 무쳐 먹으며 끼니를 때우는 일이
비일비재 했다
초근목피로 넘어가던
인고의 세월,
긴 고갯길이 한 달에서 두 달 이상
계속되는 민초들의 참혹한 곤궁이고
반드시 넘어야 할 험준한 고갯길
보릿고개길,
이젠 영원히 화석으로 박물관에서 잠자거라
타임캡슐 속에서 휴면하는 보릿고개는
사전 속에서나 개방되기를 바란다
※ 1960년~ 1970년대 농촌 민초들의 삶을 회상하며 다짐하다.
박길동 시인 프로필
아호는 석영(石英). 시인, 수필가
육군대학 연대장 역임, 샘터문학 부회장
샘터창작문예대학 시창작과 수료
(사) 시인들의 샘터문학 시 부문 신인문학상
(사) 시인들의 샘터문학 수필 부문 신인문학상
[시조] 목탁새 / 송영기
동트자 부지런히 약수터 오르는데
날씨가 푹해져도 여전히 손 시리고
계곡물 얼음 밑에서 소리내며 흐르네
박새는 나뭇가지 옮겨가며 먹이 찾고
공산(空山)에 까마귀는 해를 향해 날으면서
빈 골짝 떠나갈듯이 까옥까옥 울며 가네
어디서 들려오나 나무 찍는 맑은 소리
청정한 이아침에 딱따구리 목탁치며
날 위해 염불해주고 어디론가 떠나네
송영기 시조시인 프로필
아호는 도운(都雲), 유산(楡山). 충북 영동군 추풍령 출생
김천고, 국민대학교 법학과 졸업
좋은문학 시조 부문 등단, (사) 시인들의 샘터문학 수필 부문 등단
(사) 샘터문학 부회장, 한국문인협회 영동문학 회원
시조집 <중천 높이 걸린 저 달>
【제6회】 최우수상 수상작 없음.
Convergence 감성시집
<우리집 어처구니는 시인>
※ 【제1회】 샘터특선상 시상으로 【제6회】 샘터문학상 본상은 결회 처리함.
샘터특선상은 샘터문학상 본상과는 달리
5개 분과 대상만 특선하여 시상하는 것으로서
최우수상, 우수상, 작품상 등은 시상하지 않음.
【제7회】 최우수상 입상작
Convergence 감성시집
<고장난 수레바퀴>
[시] 계절을 짓는 장인 / 장주우
가는 너 위해서
단풍잎 옷감 삼아
색동 바지저고리 한 벌
덤으로 꽃신 한 켤레
명품으로 짓는다
한 올 한 올 땀방울
장인정신의 넋으로
손바늘 사랑의 실타래 풀어
갈라진 손톱 사이로
가을 짙게 배이도록 짓는다
볕든 토방 마루
사이좋게 나란히 놓인 짝꿍
가을과 겨울,
저 높은 하늘인들 어찌하리
이른 찬 서리인들 어찌할 수 있으랴
멋들어지게 차려 입고
삭풍 속으로 스며드는 가을
그대 환생하여
하얀 은혜로 내리려나
백설화白雪花로 피어 오시려나
너 오거들랑 너를 위해
멋지게 널 눈사람 만들어서
근사한 모자도 씌워놓고
캐시미어 목도리도 걸어주고
얼룩덜룩 정신없이 따뜻한
털실 옷도 입혀주리라
장주우 시인 프로필
건설사 대표. 샘터문예대학 수료(시창작)
(사)샘터문학 자문위원, (사)샘터문인협회 운영위원
한국문인그룹 회원, 사계속시와사진이야기그룹 회원
백제문단 회원, 송설문학 회원
(사)샘터문학 신인문학상 시부문 수상
<공저> 「사랑, 그 이름으로 아름다웠다」「청록빛 사랑 속으로」
「사립문에 걸친 달그림자」「우리집 어처구니는 시인」등 다수
[시] 푸쉬킨이 니체에게 / 이기호
우리들은 살아가면서 해결해야 할
숙제 앞에 놓여진다
우리의 삶에서 모두가 소원하는 일들이
진정 이루어졌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수많은 사연의 질곡 속에서
원하는 일들이 우연이든 필연이든
조화롭게 성취하기란 난망이다
부와 권력 모든 것을
천부적으로 물려받기란 글쎄,
재벌, 관료, 정치인, 주류사회나
평범한 세속인들 모두
난망한 숙제들 하나 이상씩 가지고 있으면서
내재된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한
길고 긴 여정의 길을
헤쳐 나가고 있지 않을까
겉으로 드러난 우연의 축복과 수혜들
그들의 외면 속에 그려낸
휘황찬란한 화폭들은
우리들 스스로가 아는 것만을 끄적인
삶의 수채화를 아련히 쳐다보면서
피상의 행복과 가장된 웃음으로 포장한 페르소나가 아닐까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하지말라'라는
푸쉬킨의 심오한 내면과 심외의 철학적 의미가
니힐리즘을 뛰어넘어 초극적 휴머니즘을 설파한 니체에게
진정한 삶의 창조적 진리를 세월편에 편지한다
우리들은 삶의 굴곡진 수채화와 편지 속에서
진리의 현명함과 지혜를
철학이란 명분으로
비로소 논하고 있지 않을까
이기호 시인 프로필
아호는 청심. 송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강원대학원 행정학 박사. 강원도 지방서기관 퇴임.
(사)샘터문학 시부문 등단. 샘터문학 자문위원
녹조근정훈장 수훈. 국무총리 표창. 모범공무원 표창 등 다수
<공저> 「청록빛 사랑 속으로」 「사립문에 걸친 달그림자」
「아리아, 자작나무 숲 시가 흐르다」등 다수
[시] 현장 잡부 / 박지수
헬맷 쓰고 간다
안전 표시 말 뒤집어 쓴 현장 잡부
가던 길 멈추고 바라본다
가시 가득한 나무 한 그루
비계를 오르던 인부들 발길 재촉한다
그냥 가던 길 가라고 가지가 흔들린다
헬맷 쓰고 가시나무 품에 안은 가슴에
피 흘릴 줄 미쳐 몰랐다
가시나무는 저리 늠름한데
가슴에서도 뒷목에서도
흘러내리는 땀은 선홍빛 폭포수
빨강꽃 흐드러진 가시나무 아래
소꿉장난 하던 아이들 소리는
구름길로 가고
바람도 숨을 죽인다
'여보게 꽃 피었다고
세상 다 이룬 것 아니네'
헬맷 쓴 잡부
석양빛에 벌겋게 타오르며 전한다
어쩌면 꽃은 안전표시 말 뒤집어 쓴 인부들인지도 몰라
무관심 속 절로 피었다가 절로 지는
어쩌면 꽃은 뒷마당 장독대 위에
톡톡톡 떨어지는 빗물인지도 몰라
무관심 속 절로 올랐다 절로 떨어지는
박지수 시인 프로필
시인, 시낭송가, 방송인. 광산구청 근무. (사)샘터문예대학 수료
한국문인협회 회원, 광주시인협회 회원, 현대문예 회원
문학메카시낭송협회 회원, (사)샘터문학 시낭송국장
<공저> 「청록빛 사랑 속으로」 「사립문에 걸친 달그림자」
「아리아, 자작나무 숲 시가 흐르다」「우리집 어처구니는
시인」등 다수
【제8회】 최우수상 입상작
- 2020 신춘문예 -
● 2020년부터 상반기에 시상하는 샘터문학상을 신춘문예라 칭하고
연1회(후반기) 시상하는 샘터문학상을 본상이라 칭하기로 하였음.●
[시] 나는 신 앞에 서 있다 / 김용식
세상 모든 것을 버리고
무덤 속에 누워 있는 조상이 나를 떠나지 않는다
내 아직까지 잊지 못하는 것은
이별의 슬픔을 안고 세파에 시달리고 있지만
살아생전 베푼 사랑 놓치지 않겠다는 약속 때문이다
함께 했던 발자취 하나하나 소중한 순간의 행복이었다
슬픈 사랑 안고 흙으로 돌아가는 인생
죽음이 끝이 될 수는 없지만
천명天命을 즐기다가
인생의 마지막 걸음은 혼자서 가야 한다
세습으로 이어져 온 가난에서 오는 분노
살아남은 자들은 계급을 만들었다
슬픈 기색으로 쳐다봤던 부유했던 이웃들도
떠나고 나면 그림자만 남는 빈자리 뿐인데
잊히지 않는 기억들이
무엇 때문에 이렇게 서러운가
가난한 영혼은 신神을 찾는다
죽는다는 것은 비참하지도 불행하지도 않다
나는 이미 신神 앞에 서 있다
김용식 시인 프로필
한국방송통신대 졸업(중문학, 법학), 한국방송통신대 무료법률봉사단
(사)샘터문학 시 부문 등단, (사)샘터문학 자문위원, STN 회원
21문학시대 문인협회 회원, 샘터문학상 우수상 수상
<공저>「청록빛 사랑 속으로」 「사립문에 걸친 달그림자」
「아리아, 자작나무 숲 시가 흐르다」「고장난 수레바퀴」등 다수
[시] 시인이 시詩를 쓸, 시時 / 박승문
일초로 하루를 가고
하루로 일년을 뜀박질 하는 흔적으로
일년은 십년을 넘고
십년이 어디로 가서 멈출까는 모를 일이듯
시인이 시를 쓸, 시는 어디쯤에서
멈출지는 모른다
시인이 시를 쓰면
계절로 꽃을 피우고 샛강으로 물이 흐르니
만면은 수심이 없고
혜안은 하늘로 땅으로 꿈을 꾸고
낙화유수로 화양연화를 엮는 동행하는
발길이 되는 것이리
석 자로 혹은 두 자로 태어나서
시인의 길을 마중하는 초년의 발걸음으로
중년을 배웅하고 걷다가
말년이 어디로 가서 멈출까는 모를 일이듯
시인이 시를 쓸, 시는 인생길을
묵묵히 걷는 것이리
시인이 시를 쓰면
돛에 강바람을 태우고 강물에 윤슬이 빛나니
한걸음은 바람으로 쉼하고
한걸음은 별빛으로 헤아리다 이슬 맞고
상전벽해로 유유자적을 엮는
유랑하는 발길이 된다
아호를 붙인 시인의 존재가 이유를 가지듯
시인이 사색으로 움켜쥔 고독에는
시어를 갈망하는 밤이 있고
시어를 가슴앓이 하는 새벽이 있으니
시인이 시를 쓸, 시는
어디서 멈출지는 모른다
박승문 시인 프로필
아호는 다원. 거제시 거주.
(사)샘터문학 시 부문 등단, 수필 부문 등단
(사)샘터문학 기획과장, 샘터문학신문 기자
<공저> 「시, 별을 보며 점을 치다」「우리집 어처구니는 시인」
「고장난 수레바퀴」등 다수
[시] 불멸의 새가 될지 몰라 / 신재미
홍등 밝힌 식탁에 낙지가 올랐다
토막토막 잘라놓았는데도
꿈틀거리는 몸뚱이
어설피 먹다 목에 달라붙으면
황천길 직행이라는 너스레에
참기름 갑옷 입힌 살점
잘근잘근 씹는다
죽어가는 소도 살린다는 속담
헛말이 아니듯
사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창자에 도착도 안했을 낙지를 두고
힘자랑이다
세상사 모든 일이 이렇게 빠른 효과를 본다면
죽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말처럼 산다면 우리의 입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게다
두 번째 접시, 마지막 한 점을 두고 실랑이 중인
야릇한 중생들의 입씨름
무안갯벌을 뒹군다
자정을 향해 달리는 시계바늘은 아랑곳 없이
신재미 시인 프로필
문학공간 등단(2004), 세종문학상 외 다수 수상
(사)국제PEN한국본부 이사, (사)한국문인협회 회원
(사)샘터문인협회 부회장, (사)샘터문학신문 기자
강서문인회 부회장, 옛정시인회 2대회장, 계간문예 중앙위원
작가와 문학 편집위원, 한국통일문인협회 사무국
<저서> 「춘당지의 봄」외 다수의 공저
[시조] 득도의 다향 / 김홍중
성내고 불평하는
마음을 잘라내고
교만과 이기심은
깨끗이 비우면서
증오는 껍질 벗기고
토막낸 후 절이네
실망과 미움들을
한컵씩 넣은 다음
불만을 푹 끓여서
재료와 섞어넣고
쓴맛이 증발하도록
보글보글 달이네
기쁨과 감사로서
믿음의 잔 부어서
따숩게 마신다네
그대의 사랑향기
내 맑은 마음 속에서
향기로움 넘치네
김홍중 시조시인 프로필
대전시 서구 거주. (합)일광도장 방수기술이사
(사)샘터문학 홍보이사, (사)샘터문인협회 재무분과위원
(사)샘터문학신문 문화부 기자, 백제문단 회원, 송설문학 회원
(사)샘터문학 시부문 등단, 시조부문 등단.
샘터문학 톡 백일장 최우수상 수상
<공저> 「청록빛 사랑 속으로」 「사립문에 걸친 달그림자」
「아리아, 자작나무 숲 시가 흐르다」「우리집 어처구니는
시인」등 다수
[수필] 가을에 부는 바람 / 이연수
며칠 전 부산에 다녀왔다.
부산에 사는 동생이 무료하니 언니 좀 다녀가라고 전화가 왔기에 마음도 갑갑하고 어디라도 떠나고 싶던 차에 말 떨어지기 무섭게 버스표를 끊었다.
달리는 차 안에서 차창 밖을 보니 가도街道는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가 아닌가?
일상이 우울하고 짜증날 때 남한강 강변을 끼고 강바람을 맞으며 신나게 한번 달리고 싶다는 바람이 늘상 있었는데 이제 가을 단풍이 빨갛게 물들고 노란 은행잎 가로수 길이 아름다운 길을 끝없이 달리니 쌓였던 스트레스가 모두 풀리는 느낌이다.
강물은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고 길 양 옆으로 노란 은행잎이 바람에 흔들거린다.
산기슭에는 연보라 들국화가 군데군데 무더기로 고개를 내밀며 하늘거리고 가끔씩 꿈결처럼 예쁜 단풍잎들이 휘날리도 한다.
함께 차를 타고 가는 승객들도 이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사를 연발한다.
나는 순간 가슴이 멍해지고 울컥 알 수 없는 감동에 사로잡혀 형체를 알 수 없는 그리움에 눈 앞이 흐려진다.
하염없이 가을 길을 달려가면서 가슴에 쌓이는 그리움을 서리서리 풀어낸다.
내가 우울했었나? 아니 바람이 났나?
"금년 가을 내내, 이렇게 알 수 없는 그리움 때문에 가슴이 먹먹하고 일이 손에 안잡히니 말야 "혼자말로 중얼거려 본다.
빙긋 웃어도 본다. 아마도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겠지!
이렇게 맑고 푸른 하늘 아래 저 아름다운 산과 들, 나무들도 저마다의 색깔을 뽐내며 보라는 듯이 서 있는 저 자세들!
어느 한 길목엔 사과들이 빨갛게 주렁주렁 열려있고 들녘 논두렁에 누런 벼들이 바람결에 속삭이듯 신나는 이 가을에 사람의 마음이 아무렇지도 않다면 그건 산 사람이 아니겠지!!
남자건 여자건, 아무런 바람이 불지 않는다면 얼마나 무미건조하고 매력이 없을까?
그래서 여자는 봄바람, 남자는 가을바람이라 하지 않던가?
"근데 난 여자잖아?" 혼자 중얼거린다. "그것도 황혼 길을 가고 있는 노인네! 헌데 이나이에 이게 무슨 망발이야" 자신을 스스로 비하도 하고 변명도 해본다.
그렇다. 가을 바람이 가슴 속까지 들어오고 온 천지가 단풍잎으로 빨갛고 노랗게 피어있다.
하얀 구름꽃은 부드러운 바람 타고 어디론가 나그네길 가고 있는데 나라고 방안에서 궁상스런 생각만 하며 멈춰 있을 까닭이 없잖은가?
아마도 그것은 감각이 없는 사람이겠지? 우리는 이 계절에 변화 속에 흔들리는 바람을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
막연하게 무엇인가가 혹은 누군가가 그리워지고 어딘가에 끝없이 가고 싶어지는 이 바람을 어떻게 다스리느냐에 따라서 바람은 나를 심란하고 우울하게 할 수도 있고 생기가 돋아나는 활력소가 되게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가슴에 바람이 불어오면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대문이라도 활짝 열어 놓고 마당에 빗자루 들고 비질이라도 해 보자!
후다닥 맑은 물에 세수를 하고 멋진 셔츠에 예쁜 마후라 두르고 가까이에 있는 호암지 산책길이라도 거닐어 보자.
집에는 보랏빛 들국화 한 묶음 꺾어다 꽂아놓고 책장도 깨끗하게 정리해 보자.
구태여 유명한 곳 찾아가려 하지 말자.
소식지를 보니 요즘은 우리 지역에도 음악회, 인문학 강좌, 그림 전시회 등등 많이 열리니 가족과 함께, 혹은 친구랃도 아니면 혼자 호젓하게 이런 문화 행사에 참여해 보는 것도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나 우울을 지혜롭게 다스리는 방법이 되지 않겠나!
나는 이 가을로 가는 길목에 경부선 가도를 달리면서 가슴에 들어왔던 우울 아닌 바람을 신나게 날려보낸다.
그러고 나니까 다시 생기가 돈다.
이 가을. 가을은 참 좋은 신나는 계절이구나!
바람아, 마음껏 불어라. 우울아, 저 멀리 날아가라!!
아~ 가을!
이연수 수필가 프로필
아호는 월당. 건국대학교 사회과학대학원 수료
홍익대학교 서예8년 수강. 충주신문사 논설위원
(사)바른선거시민모임 회장, (사)아이코리아충북대표
충주시 여성단체협의회 이사, (사)샘터문학 자문위원
(사)샘터문학신문 기자
<공저>「시, 별을 보며 점을 치다」「우리집 어처구니는 시인」
「고장난 수레바퀴」등 다수
정리 수록
샘터문학 부주간 겸 샘터문학신문 취재본부장 오연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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