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은 상처받은 영혼들의 안식처요, 사랑도 성냄도 탐욕도 버려라 훨훨 벗어 버려라 훨훨훨~~ 인간의 본성을 찾는 성지임이 분명하다.
어김없이 기다려지는 님들과의 만남시간에 행여 누를 끼칠까 탈난 무릎을 단단히 붙이고 싸맨후 동행한 영실오름의 산방강의는 언제나 훈훈한 미소를 마음에 담는 리치맨이 되어 그럴싸한 폼생이 되어본다.
오늘도 나는 한라산의 자연과 신들께 고맙다는 속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고백해버린 속 보이는 남자가 되고 말았다.
◇ 영실오름 길 따라
제주생활 어언 10여년 이곳에 발길 한 지 어림잡아 한해 한번 꼴이니 적잖은 걸음에 사계절의 색과 향 그리고 얼굴을 맞대면서 늘 편안한 기운과 호탕함 그리고 철없는 어른아이가 되었다.
2025년 늦가을 오늘의 영실 하늘은 빛났다. 끝갈 때 없이 뻗친 태평양의 한라 남쪽바다, 푸른 광채와 기암, 형형기묘한 오백나한 장군바위, 그리고 깊어가는 가을 오름길 따라 물든 단풍, 서해바다 수평선까지 옹기종기 모여 앉은 노꼬메, 바리메 등등 오름 봉우리의 귀여움에 넋을 잃고 또 까무라 친다.
오름길 어귀에 당당히 선 육송길 지나 수백천 계단 걸어 올라 목본과 초본의 이야기 길 건너 병풍바위의 협곡, 물길 멈춘 비와사 폭포의 아련한 그리움을 애써 잊고 죽고 살어 천년수 주목낭의 안타까움과 윌슨의 구상나무를 뒤로하고 올라선 떼죽숲 선작지왓의 풍광과 한라산 남쪽 화구벽을 마주하며 윗세오름 1700고지에 올랐다.
한라산 영실계곡의 매력에 빠져 세상 시름 다 잊고 물 같이 바람 같이 깃털 같은 내가 되어보았다.
◇ 오백나한 장군바위, 병풍바위
제주 창조신 설물대할망과 오백아들의 전설이 깃든 오백장군 바위는 내 눈에는 용의 등 비늘 그 자태였다.
협곡을 따라 내리 달음질 하며 뻗은 병풍바위는 신이 빚은 걸작의 자태를 유감없이 발하고 농 익어 스러져 가는 단풍의 깊음은 어찌 그리 애달아 보이는 건지 모를 일이다. 그 언저리에 희미한 비와사 폭포의 흔적이 애처롭다. 하늘비 주시와 눈 부시도록 아름다운 자태를 보고 싶으니 신들께 빌어본다.
◇ 선작지왓은 평화다
전망대에 이르러 백록담 남측 화구벽을 등 뒤로 하고 윗세오름<붉은오름 누운오름 족은오름>을 우측에 두고 선작지왓 풍광을 배경 삼아 푸른하늘에 추억의 사진을 남겨보았다..
봄이면 철쭉과 진달래가 만발하고 여름엔 싱그러운 수목과 따가운 햇살이 겨울엔 상고대와 칼바람이 살갗을 에일텐데 그립다. 하지만 가을의 떼죽 또한 정겹고 싱그러움을 놓아버린 이름 모를 풀들이 내눈엔 눈부시도록 아름다웠다.
◇ 윗세오름 정상
한라산은 은하수를 끌어당겨 잡을 만큼 높은산이라는 뜻이란다. 뻥이다.. 평소 불만인게 이 땅에는 왜 이리 높은산이 없나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터저라 수십개 3,4천의 높이로, 솟아라 수백의 섬들아 이런 꿈이 내게는 있다. 순상화산 말고 거대 괴산이라도 좋다 우리나라가 한라섬이 빛나는 별이 되었으면 한다...
◇ 하산길은 고행길 힙 업..
모처럼 제대로 용쓰고 내려온 하산길 덕에 다리와 힙의 근육들이 긴장했다, 무릎통이 도질까봐 스틱잡은 손목이 아프도록 애기걸음질을 했다. 에고~~ 건강할 때 조심하고 챙기자, 늘 부주의가 화를 부르는데 어른아이는 언제쯤 면할꼬..
영실입구 오백장군 과 까마귀 상가앞 데크에 모여 앉아 교수님의 엔딩 말씀후 시원한 맥주한잔 목말랐음을 실토하며 헤여짐이 아쉬웠다^^
오늘 함께 걸음한 님들과의 시간은 오랫동안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첫댓글 하늘 아래 첫동네에
한라산이 펼쳐져 있습니다.
한라산은 어머니 같은 산이라 흔히 얘기들 하십니다.
너무 높지 않으면서 위엄이 있고
제주 사람들을 그 넉넉한 품안에 언제라도
따사로이 품어주는…
그래서 한라산은 제주사람들의 영원한
마음의 고향이고 안식처 입니다.
수고하셨어요~^^
길따라, 산따라, 사람따라 ~~~
누구와 어디를 가느냐? 하지만,
아픈다리 내다리 싸메고 혼자서는 행하지 않았을터인데 그래도 혈망봉에 설문대할망과 덜익은 선돌의 정원 선작지왓 너그러움속 평화, 오백장군님들이 내뿜어준 기운은 물론 김천석교수님호에 탑승자들과 승선한 기룡쌤의 후기 잘 읽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요즘 날씨가 제법 가을가을합니다~^^
영실가서 온몸으로 느끼고 오셔서 감성이 듬뿍 담겼네요~멋진글 감사합니다~😆😆
애기걸음 하시면서 다녀온 후기 불참석한 저에게는큰 도움이 되었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눈앞에 장대하게 펼쳐졌던 병풍바위와 비와사폭포, 그리고 선작지왓의 드넓은 평원이 눈앞에 선하네요~^^ 저도 그날 민폐가 안되려고 두 스틱을 꼭꼭 부여잡았는데, 같이 동행했던 쌤들과 함께여서 가능했습니다 ㅎ 그날의 감동과 멋진 풍광을 다시한번 떠올려봅니다~ 멋진 후기 감사합니다!!
늦었지만 이제서야 읽어봅니다.
아픈다리로 불편함에도 어쩜 이렇게 글을 맛깔나게 쓰나요^^
10년만의 윗세오름을 탐방하면서 역시, 제일이구나~, 제주에서 태어남을 다행이라 생각하며 행복한 산행이었어요~.
멋진 후기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