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불러오다
심영희
어제는 춘천시 신북에 있는 "운전면허시험장"에 갔다. 주차를 하고 보니 바로 건물 옆에 요즈음 보기 드문 공중전화부스가 있다. 차에서 내려 다가갔다. 카메라를 들이대고 사진을 찍었다.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 사람들은 밖에서 집으로 연락을 할 때 대부분 공중전화를 사용했다. 집으로 전화하는 내용은 대부분 귀가 시간을 알리거나 집안에 있는 가족 안부를 묻는 것이거나 할 일을 잊어버리고 나왔을 때 대신 좀 해 달라는 부탁이니 전화 통화를 빨리 끝낼 수 있었지만, 어떤 눈치 없고, 염치 없는 사람들은 뒤에 길게 늘어선 사람들 생각은 안하고 친구들과 공중전화로 시시콜콜 수다를 떨다가 뒤사람과 시비가 붙기도 하고 뉴스에는 시비에서 살인사건까지 불러 일으켰다니 편안하게 사용하라는 공중전화가 악연을 만들기도 했다.
지금도 예전에 쓰던 공중전화카드가 집에 있는데 가끔 들여다보면 아득한 옛날 같다. 어제 그 공중전화가 작동이 되는지 확인은 하지 않았지만 정말 새롭다.
어제 다녀온 그 운전면허시험장에서 나는 1985년 운전면허 시험을 보았다. 운좋게 학원 등록 3일 만에 이론 시험에 합격하고 2주만에 실기시험에도 합격했다. 40년 전에는 운전학원에 승용차가 없어 1톤 트럭으로 1종 보통 운전면허증을 취득했다. 그 덕분에 지금까지 승용차를 운전하여 편안하게 다닌다.
아들딸도 손녀도 그곳에서 "운전면허증"을 취득했는데 어제는 대학생인 손자가 운전 면허 시험을 본다고 하여 태워가지고 갔는데 인터넷으로 공부한 손자는 지난주에 이론 시험에 합격했는데 실기시험에 T자 후진에서 시간초과란다. 다음 월요일에 시험 날짜를 잡아 놓고 점심을 먹고 학교 도서관에 내려주고 집에 와 생각하니 학원을 다니지 않아도 요즈음은 무엇이든 마음만 먹으면 인터넷을 통해 배울 수 있으니 참 좋은 세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나는 추억이 깃든 예날 방식이 싫지는 않다. 그래서 오늘도 1톤 트럭으로 면허 시험을 보던 40년 전을 회상하며 공중전화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 한다. 내가 공중전화 사진을 찍는 것을 보고 지나가던 직원도 씽끗 웃는다.
오후에는 춘천남부노인복지관 동아리 신청 기간이 이번주 금요일까지라 "민화동아리" 신청서를 제출하고 왔다. 3월부터 시작되는 민화 그리기 수업에 수강생들이 열정을 쏟을 것이라는 기대를 걸며 구두굽 소리에 장단을 맞춰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