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케이폭(kapok)
생소하게 들리는 이름이겠지만 목화나무 과에 속하는 나무로서 아메리카 열대 지방이 원산지이고,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에 퍼져 있다. 높이는 17∼30m에 달하고 가지가 수평으로 퍼진다. 줄기 밑 부분의 속이 비어 있어 원주민들이 이 나무의 밑동을 두들겨 북소리를 내기도 한다. 열매는 높이 5m에서부터 달리기 시작하고 다 자란 나무에는 600개 이상이 달린다. 열매가 다 익으면 길이가 15cm이고 5개로 갈라져서 솜털에 싸인 종자가 나오는데, 이 솜털은 열매 껍질에서 생긴 섬유인데 이 모습이 마치 목화와 비슷하다. 이 섬유를 “케이폭”이라 하고, 종자에서 짠 기름을 케이폭 유(油)라고 한다. 케이폭 유는 열대 지방의 중요한 유지 자원으로 비누를 만드는 데 사용하고, 기름을 짜고 남은 찌꺼기는 비료와 사료로 사용한다. 케이폭은 탄력성이 있고 너무 뻣뻣하여 실을 뽑기에는 적당하지 않다. 하지만 비중이 낮고 물에 젖지 않으므로 구명대, 구명방석 등을 만드는 데 사용하며 전기절연체, 방음 장치에도 사용하고 침낭, 베개, 매트리스, 글러브 등의 속을 채우는 데도 쓰인다. 재미있는 것은 캄보디아에 가면 볼 수 있는 사원을 감싸고 있는 거대한 뿌리를 가진 나무 역시 케이폭 나무 종류가 많다는 것이다. 케이폭 열매에서 만들어낸 섬유는 흡유(吸油)볼과 흡유 그물로 현재 방제작업에 쓰이고 있는 합성섬유 부직포보다 기름을 빨아들이는 능력이 4~6배 우수하고 반응시간도 1분 이내로 빠르다. 특히 흡유 구조물에 흡수된 기름을 짜내고 회수된 기름과 카폭 섬유 구조물을 재사용할 수 있어 2차 환경오염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우리도 이제 베트남을 지나치며 목화 솜과 비슷한 열매를 가진 나무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다시 한 번 눈 여겨 보아둔다면 여행을 하면서 색다른 상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