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작은 효도 음악회, 감동이었다 _1
누가 보아도 가슴 찡한 효의 한 장면이었을 것이다. 예로부터 효는 우리 민족이 제일로 삼고 살아온 사람의 덕목이며, 지금도 효행 앞에서는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13일 오후였다. 매월 둘째 주 토요일은 이곳 중보들 공원의 야외공연장에서 '수인선 작은 음악회'가 열린다. 이 지역 주민들이 벌리는 오붓한 우정의 한마당이기도 하지만 이번 달에는 메르스 파동으로 인하여 취소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공기 좋고 바람 좋은 야외공원의 저녁 시간이라고는 하여도 사람들이 많이 모이게 되면 안심할 수 없는 것이며, 관객들도 그런 면에서 선뜻 모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아쉬움인지 미련인지 그래도 남아있어 공연장을 둘러보고 있을 때였다. 검은 승용차 한 대가 거침없이 공연장 무대 앞에 들어와 멈춰 섰다. 그리고 운전자는 차에서 내려 뒷문을 열고 할머니 두 분을 무대 마루에 부축해 앉혀 드리고는 차 뒤 트렁크에서 짐을 내렸다. 가족 나들이를 나온 것으로 보였고, 노인을 모시고 왔다고는 하지만 차가 들어올 수 없는 곳이기에 유심히 지켜보며 가까이 가보았다.
그런데 검은 상자의 짐들은 아무리 보아도 먹을 것 같아 보이지는 않은 것이다. 스피커와 악기 같은 음향기기 들로 보였고, 공연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 운전자는 그렇단다. 무대에는 마침 '효 잔치 한마당'의 현수막이 걸려있었고, 그곳을 가리키며 맞느냐고 물었더니 아니라며 단독 공연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차가 역기까지 들어온 것을 두고 미안했는지 서둘러 차를 다시 주차장에 두고 오겠단다.
얘기를 들어보니 이분은 그동안 이곳에서 '수인선 작은 음악회'에 단골로 출연하여 색소폰연주를 해 오신 분이었다. 어디서 왔느냐고 물어보니 근처 대원아파트에 산다했고, 직장에 다니며 틈틈이 색소폰을 배우게 되었다고 했다. 마침 토요일인데다 오늘로 예정되었던 '수인선 음악회'도 취소되고 하여, 그동안 며칠 째 메르스 때문에 모시고 나오지 못했다며 어머님(83세)과 장모님(91세}을 모시고 이곳에서 특별 무대를 선보일 것이라고 했다. 어르신 두 분을 함께 모시고 사는가 물으니 장모님은 멀리 충청도 월악산 밑에서 오셨단다.
아들의 작은 효도 음악회, 감동이었다 _2
마침내 마이크시험을 하고 음향설치가 완료된 가운데 기다리던 색소폰 연주자의 특별 효도잔치 무대가 펼쳐진 것이다. 관객은 두 노인 외에 미리부터 이곳에 자리를 선점하고 있던 젊은 여인네 둘, 그리고 나이 어린 학생 두 명과 주변까지 모두 둘러봐도 십여 명이 채 안 되었다.
연주자는 우선 젊은 여인들에게 신청곡을 받으며 아량을 베풀었다. 그러자 권선동과 오목천동에서 왔다는 그들 중 하나가 김광석 곡의 애청자라며 '그날들'과 '일어나' 두 곡을 부탁하며 되겠느냐고 묻자 자기도 좋아한다며, 연주자의 십팔번 곡이라고 해서 모두가 함께 웃었다.
객석은 비어서 오히려 가득했으며, 첫 번째 신청곡을 끝낸 연주자가 이번에는 내게 노래를 한곡 부르라며 권했다. 음치라며 사양했지만 두 노인들께서도 맞장구를 치는 바람에 '불효자는 웁니다'를 부르니 어찌나 청승맞은지 몰랐다. 그것도 제대로 잘 부르면 좋은 곡인데, 관중들의 뜨거운 박수가 그래도 위로가 되었다.
아들의 작은 효도 음악회, 감동이었다 _3
연주자는 또 어머님이 좋아하시는 곡을 들려드리겠다며 '동백아가씨'와 '울어라 열풍아' 님이라 부르리까' 그리고 장모님이 좋아하신다며 '갈대의 순정' 등의 옛 노래들을 연주했고, 주변을 지나는 사람들도 색소폰 연주소리에 하나 둘 찾아 모이는 가운데 흥겨운 자리가 아닐 수 없었다. 무엇보다 연세에 비해 정정하신 두 노인들께서도 흥이 많으신 가운데 아들과 사위의 연주에 맞춰 함께 노래 부르며 박수를 치고, 몸을 흔들며 흥 겨워하시는 모습은 세상 시름을 다 잊게 해주는 한 폭의 수채화 같았다.
"어머님! 그리고 장모님! 즐거우시죠?"하고 우문을 드렸더니 엄지손가락을 세워 우리 아들, 우리 사위 최고라는 명답과 함께 고개를 끄덕이신다. 팔십 먹은 노인일지라도 부모님 앞에서는 어린아이가 되어 재롱을 부린다고 하는 말이 떠올랐다.
아들의 작은 효도 음악회, 감동이었다 _4
개인 음향장비를 마련하여 직장에 다니면서도 틈날 때면 동호회원들과 함께 양로원이나 어린이 시설 등에 위문공연을 가기도 하고, 지역 행사에도 참여하여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는 연주자였다. 이런 모습을 볼 때면 함께 즐겁고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다. 효도가 별다른 것은 아닐 것이다. 부모님을 마음 편히 즐겁게 해드리는 것이 최고가 아니겠는가. 오래오래 건강하신 모습으로 두 분 할머니께서 사위와 아들의 호사 누리며 행복한 여생이 되시기를 빌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