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 매퀸이 부른 파헬벨의 ‘카논’, 기타리스트 잉베이 말름스틴이 연주한 파가니니 [바이올린 협주곡 4번], 커브드 에어의 ‘비발디’, 록그룹 스카이가 연주한 바흐의 [토카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2악장의 선율에 에릭 카멘이 부른 ‘All By Myself’, 알비노니의 [아다지오]등에 가사를 붙여 부른 애니 해슬럼의 음반 [Still Life], 그밖에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나나 무스쿠리의 노래들도 있다. 세 번째로 크로스오버를 전문으로 연주하는 아티스트들의 경우다. 바네사 메이, 본드, 플래닛, 와일드 등 일렉트릭 크로스오버 밴드들과 안드레아 보첼리, 사라 브라이트만, 조시 그로반, 알레산드로 사피나, 러셀 웟슨, 일 디보, 텐 테너스 등 팝페라 아티스트들을 들 수 있다. 켈트 풍으로 여러 장르를 소화하는 켈틱 우먼이나 맑고 청정한 목소리의 주인공 헤일리 웨스튼라, 창작곡을 중세음악 풍으로 부르는 미디벌 베이브즈도 여기에 끼워넣을 수 있겠다. 극단적으로는 메탈리카를 연주하는 첼로 4중주단 아포칼립티카 등을 들 수 있다. 이렇게 하늘의 별 만큼이나 많은 크로스오버 음반과 곡이 존재하기에 한꺼번에 다 다루기는 어렵고, 클래식 음악 분야에서 업적을 남긴 대표적인 클래식 아티스트와 다른 장르 아티스트의 일대일 만남에 초점을 맞춰서 살펴보기로 한다.
재즈와 클래식의 만남
먼저 재즈와 클래식의 만남을 보자. 재즈 피아니스트 클로드 볼링이 1975년 거장 플루티스트 장 피에르 랑팔(1922~2000)을 위해 쓴 [플루트와 재즈 피아노 트리오를 위한 모음곡]은 재즈와 클래식의 만남을 대표할 뿐만 아니라, 크로스오버라는 이름을 대표할 만한 명반이다. 랑팔의 명성과 볼링의 세련된 음악성으로 만들어진 이 음반은 연일 빌보드 클래식 차트를 석권하면서 볼링에게 커다란 성공을 안겨 주었다. 이 만남이 성공할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재즈의 경쾌한 리듬, 랑팔의 깨끗한 음색 등이 대중에게 쉽게 다가선 것으로 분석할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 들을 수 없었던 새로운 음악, 그러나 낯설지도 않은 음악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이 음반은 재즈 애호가나 클래식 애호가, 혹은 이지 리스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사랑을 받았다. 어떤 장르의 음악을 선호하든지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의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