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네덜란드와 영국,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았던 역사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동서양의 융화라는 아름다운 모습을 인정받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도시...
그런데....참으로 난감한 일을 겪었어요.
하나투어에서 나온 여행 책자에서는 이 말라카를 가려면 '푸트라자야 버스 터미널'로 가라고 되어 있는데, 사실 푸트라자야 버스 터미널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곳...
쿠알라 룸푸르 지도를 보니 "Puduraya Bus Terminal'이라고 되어 있더군요.
그래서 발음대로 뿌뚜라야...라고 했더니 말레이시아 사람들, 깔깔 웃으며
"뿌루라야, 뿌루라야"하고 가르쳐줍니다.
그러니까 d 발음을 r 로 하는 모양이었어요.
어쨌든, 택시를 잡아 타고, "뿌루라야 버스 터미널'로 가자 했지요.
가는 도중, 멀뚱히 있기가 뭐해, 영어가 좀 통하는 것 같아 기사와 대화를 나눴어요.
"우리는 지금 말라카로 가려고 한다." 했더니
그 기사 왈 "뿌루라야 버스 터미널에서는 말라카 가는 버스가 없다"고 하는 거예요.
그럴리가 있냐며 계속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니까,
북쪽으로 가는 버스는 뿌루라야 버스 터미널에서, 남쪽 그러니까 말라카로 가는 버스는 뭐 이상한 알아듣지도 못할 버스 터미널에서 타야 한다는 겁니다.
황당~
책에서 보았더니 뿌루라야로 가라고 했다, 했더니 그건 Old Book이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거예요.
계속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니까, 마음대로 하라, 나는 너희들이 말하는대로 데려다줄 뿐이다...
안 되겠다 싶어, 얼른 말했지요.
말라카에 가고 싶다. 그러니 말라카 버스를 타는 버스 터미널에 데려다 달라.
터미널 가는 택시비가 17 링깃 쯤 나온다고 했는데, 여기는 그 두 배가 나오는 것이었어요.
이거 혹시 바가지 아닐까, 사기 당한 것 아닐까, 했는데...
그 택시 기사 말이 맞았어요.
아마도 시내에 있는 버스 터미널이 협소하니까 좀 외곽에 새로운 버스 터미널이 생긴 것이었어요.
크고 멋진 버스 터미널이더라구요.
원래 가격은 12링깃인데, 패스포트를 보여주니까 10링깃에 해주네요.
10시 30분 출발!
사실, 말라카에 대한 정보는 자세한 게 없었어요.
그래서 말라카 센트럴에 도착하니 또 황당...
여기서 또 시내버스를 타고 20분 정도 가야 말라카 센터가 나온다는 거예요.
털털거리는 버스, 아주아주 낡은 버스...
말레이시아 인들과 배낭 여행하는 외국인들만 타는 털털버스를 타고...
갈 때는 1링깃, 올 때는 1링깃 50센트..
에어컨이 안 되어 창문이란 창문은 죄다 열어놓고 가는 버스...
올라갈 때, 운전사에게 버스비를 지불하거나, 차에 올라타면 차장이 있어 돈을 받기도 하죠.
그렇게 힘들게 찾아간 말라카는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Detch 광장
날은 더웠지만
얼굴은 밝고 행복했습니다.
2008년 캐나다 퀘백주와 함께 문화유산으로 선정되었다는 선전문귀...
그 시대 열강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살면서도
말레이시아인들이 따뜻한 인간성, 웃음을 잃지 않았던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바다로 향하는 강을 따라 늘어선 건물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말라카 시티...
대포가 있다는 건...
우리나라처럼 문을 열라고, 빨리 통상을 하자고 열강들이 재촉했던 탓이 아닐까요?
아니면 먼저 차지한 나라가 나중에 들어온 나라를 위협하기 위해서...
어쨌든 이 아름다운 도시에 대포는 어울리지 않았답니다.
낡았다는 이유로 때려부수고
그 자리에 번쩍번쩍 시멘트 건물을 짓는 우리 나라 사람들과
이 사람들과의 사이에는 어떤 생각의 차이가 있는 것일까요?
물은 그다지 맑지 않았지만....
아주아주 커다란, 꼭 대형 도마뱀 같은 이구아나가 살고 있었습니다.
머리를 빼꼼 내밀고는, 관광객들을 구경하더군요.
하나 하나의 건물에
하나 하나의 역사가 담겨 있겠죠?
이곳은 차이나 타운이 있는 곳의 어느 거리...
가게가 너무 예뻐 들어가 보았습니다.
저는 당근, 부엉이 한 마리를 데려왔지요.
고개 갸우뚱하고 있는 호기심 많은 부엉이....
거대한 마을을 형성하고 있는 차이나 타운 가운데에 자리잡은 모스크...
관광객을 골목골목으로 실어나르는 예쁜 꽃인력거...
이런 인력거를 만드는(?) 공장도 있었어요.
한적한 거리에서...
아하!
자동차가 낡으면 나도 이렇게 색칠해 볼까나...
낡았지만 너무 멋지고 매력적인 자동차를 발견하곤 찰칵~
평범한 건물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은 것 같아요.
하지만, 왜 그렇게 쉬운 일을 우리는 하지 않는 걸까요?
열대 지방 사람들의 색감은 가히 우러러볼 만합니다.
너무 좋아서 눈을 감았을까?
너무 힘들어서 눈을 감았을까?
1700년 대에 지어진 교회...
사람이 있어, 건물도 아름답겠지요?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들른 말레이시아 식당....
말레이시아 소년이 손님을 불러들이고 있었는데
이 소년의 유쾌함에 끌려 이 식당으로 들어갔지요.
한국말을 쪼끔 안다면서 "안녕하세요?" 하던 눈 맑은 말레이시아 소년....
그 소년 때문에 점심 시간이 아주 즐거웠습니다.
"한국 가수들, 너무 멋지다" 며 한국 얘기를 늘어놓는 말레이시아 소년...
덕분에 맛있는 점심을 먹었습니다.
말레이시아 대부분의 건물들에서는 30센트를 받습니다.
우리나라도 오래 전에 그랬었지요.
지하상가 안에도 화장실이 있어 얼마씩 내고 볼일을 보던 아련한 기억....
우리의 과거를 들여다 보는 듯해 미소가 절로 나왔습니다.
특이한 것은 종교를 철저히 지키는 이슬람 교도들의 기도실이 있다는 것....
기도 시간에는 하던 일 다 중지하고 기도에 몰입하다는 이슬람교도들...
말라카 센트럴 터미널의 모습입니다.
버스 회사마다 똑같은 곳을 가는데도 가격이 약간 다르다는 점이 이상했습니다.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호객 행위도 하더군요.
히잡 쓴 여인...
이 나라 패션은 히잡에서 시작됩니다.
가는 곳곳마다 여러가지 모양, 색깔의 히잡을 팔더군요.
일반적인 히잡의 가격은 10링깃 정도- 우리 나라 돈으로 3900원 정도...
갈 때 버스비는 9링깃 20센트....
말이 안 통하니, 왜 싸게 받느냐고 물어볼 수도 없고....
어쨌든 손님을 맞기 위해, 12링깃 20센트에서 9링깃 20센트로 가격을 깎아 팔더군요.
쿠알라 룸푸르로 돌아오니
꼭 집에 온 듯했습니다. 편안하고 안락한 느낌...
그런데 저녁으로 먹은 커리 락사는.....20점짜리 음식이었습니다.
미지근하고, 칼칼하지도 않고, 뭐 이런 음식이 있나 했지요.
하지만 성선생님과 김성숙 샘이 시킨 음식은 괜찮다고 하더군요.
에이, 락사라고 해서 다 맛있는 건 아니군....
으, 정말 맛없는 저녁이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두 분- 김성숙 샘과 성영순 샘은 아주 만족하셨답니다.
특히, 성 샘이 시킨 미 스프(쌀국수로 만든 스프)는 따끈따끈하고 맛이 좋았습니다.
오후 11시쯤 되니까, 가게들이 슬슬 문을 닫습니다.
하지만, 시원한 맥주는 마셔야지, 하고 문을 닫는 가게에 들어가 맥주 두 잔을 시켰지요.
이슬람 교도들은 술도 안 마시고, 담배도 안 핍니다.
그래서 술 파는 곳이 그다지 많지는 않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도시가 어수선하지 않았고, 방탕한 느낌도 없었고....
히잡 쓴 여자들이 보면
어머나, 여자들이 맥주를 마시다니! 이럴 수가? 할지도 모르겠으니
차가운 맥주는 열대지방의 더위를 싹 씻어주는 듯했습니다.
멋진 밤이었습니다.(다음 편에 계속...)
첫댓글 끌려다니는 패키지 여행이 아니라 더 좋네요.
돈도 훨씬 적게 들어요.
오..한번 가보고 싶어요..
꼭 한 번 다녀오세요. 예술적인 도시랍니다.
말라카, 아름다운 도시군요. 건강 잘 챙긴 후 꼭 한 번 가보고 싶어요.
예, 꼭 다녀오세요. 제 취향은 이런 고대 도시에 어울리는지, 참 좋더군요. 더워서 다니기는 좀 힘들었지만...
새콤이네 세 모녀가 배낭여행해야한다면서 갔던 곳입니다. 어찌어찌해서 기차타고 갔던 것 같은데... 네덜란드(?)식민지 시대에 지어졌다는 그 성당은 굉장히 유명한 곳이지요! 그 모스크~ 그 근처에서 과일꼬치를 사먹은 기억이 나네요 ㅎㅎ 그런데, 남의 사진이 더 멋있어 보이는 이유는 뭘까요?
싸떼가 유명하다고 했는데, 그건 못 사먹었어요. 아쉬운 부분이지요.
과일 꼬치? 구경도 못 했습니다. 길거리 음식이 별로 없더라구요.
선생님, 잘 다녀오셨군요. 말라카...추억이 아련해요.저도 여기 너무 좋았어요. 도착한 첫 느낌, 온 시내가 다 잠든 듯한 고즈넉함을 잊을 수가 없어요.( 너무 조용해 첨엔 살짝 무서웠다는). 그리고 여기 로컬 식당에서 처음으로 용감하게!! 현지인들 따라 손으로 식사를 해봤습니다. 흘리고 묻히고...ㅋㅋ 난리도 아니었어요. 나중에 종업원이 웃으며 숟가락을 가져다 주고...ㅋㅋㅋ. 꼭 다시 가보고 싶어요.
솔직히 말하면, 꼭 봐야할 곳을 몇 군데 보지 못했어요. 방향을 잘못 짚는 바람에ㅠㅠ 나중에 시간 되고 돈 되면 다시 가보고 싶은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