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맥주라고 하면 ‘오○’ ‘카×’ ‘하이△’ 정도가 다였다. 그러나 최근 수제맥주점이 늘면서 ‘페일 에일’ ‘IPA’ ‘스타우트’ ‘라거’ ‘밀맥주’ 등 생소한 이름이 눈에 많이 띈다.
맥주 종류는 일견 굉장히 다양해 보이지만 사실은 발효방법에 따라 크게 ‘라거(Lager)’와 ‘에일(Ale)’ 두가지로 구분된다.
라거는 ‘하면(下面) 발효’ 방식으로 제조한 맥주다. 발효 도중이나 발효가 끝났을 때 맥주통 아래로 가라앉는 효모를 사용하며 9~15℃의 저온에서 만든다. 에일은 발효 중 탄산가스와 함께 맥주통 위로 뜨는 효모를 활용한 ‘상면(上面) 발효’ 방식의 맥주다. 숙성 과정에서 생겨나는 부산물로 인해 씁쓸하고 강한 맛이 나며 색이 짙다. 또한 마치 과일이나 꽃을 연상시키는 진한 향이 특징이다.
자연발효 방식도 있지만, 이는 벨기에 일부 지역에서만 쓰여지며 대부분의 맥주는 라거나 에일 둘 중 하나라고 보면 된다. 페일 에일·IPA·스타우트·밀맥주는 모두 에일에 속한다.
왼쪽부터 라거, 스타우드, IPA, 밀맥주, 페일에일.
◆풍부한 탄산이 주는 청량감 ‘라거’=라거는 독일어로 ‘저장’을 뜻하며, 추운 동굴에서 천천히 양조했던 것에서 유래했다. 맛과 향이 상쾌하고 부드러우며 탄산이 주는 청량감과 톡 쏘는 맛이 일품이다. 세계 맥주 생산량의 70%를 차지하고 있는데, 흔히 알고 있는 브랜드 맥주가 모두 여기에 속한다. 지금의 라거 맥주는 주로 황금색을 띠는데, 이와 같은 ‘골든 라거’의 시초는 맥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필스너’다. 체코의 필젠에서 처음 생산한 이 맥주는 다른 라거 맥주보다 쌉싸래한 맛이 강하다. ‘둥켈’은 라거 계열의 흑맥주를 일컫는다. 검게 볶은 보리를 사용해 은은한 향과 구수한 맛이 난다.
◆에일맥주의 대표주자 ‘페일 에일’=가장 기본적인 에일 맥주로 영국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빛깔이 밝고 붉으며 쓴맛이 난다. 에일맥주 가운데 알코올 도수가 비교적 낮고 향이 풍부하다. 수제맥주집 메뉴판에 자주 등장하는 IPA(India Pale Ale·인디아 페일 에일) 역시 페일 에일의 한 종류다. IPA는 19세기 영국에서 식민지인 인도로 맥주를 보낼 때 운반 도중 변질되는 것을 막으려고 홉을 잔뜩 넣은 데서 유래했다. 홉이 일반 맥주보다 4배 이상 들어가며 쓴맛이 강하다.
◆검은 에일맥주 ‘스타우트’=스타우트(stout)는 ‘강하다’는 뜻의 영어로, 에일 계열의 흑맥주다. 18세기 영국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던 흑맥주 종류인 포터(porter) 중에서 가장 알코올 도수가 센 맥주를 스타우트 포터(stout porter)라고 부른 데서 유래했다. 스타우트의 알코올 도수는 보통 맥주보다 강한 8도 정도다. 간혹 알코올 도수가 소주에 버금가는 17도에 이르는 것도 있다. 까맣게 탈 정도로 볶은 보리를 원료로 사용해 짙은 갈색을 띠며 아일랜드 사람들이 즐겨 마신다.
◆밀맥주=맥주는 일반적으로 보리를 싹 틔운 맥아(엿기름)를 주원료로 한다. 반면 밀맥주는 밀 맥아와 보리 맥아를 함께 사용한 것으로 에일 맥주인만큼 상면발효 방식을 사용한다. 보통 맥주보다 밝은색을 띠므로 ‘하얀맥주’ ‘화이트비어’라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