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자살, 폭력을 자존과 행복으로 대치하려면
박경선(대구교대 대학원 강사)
2012년 우리나라 10대 히트 상품을 보면, 싸이의 강남스타일, 애니팡, 갤럭시 시리즈. 차량용 블랙박스, 런던 올림픽 스타, 에너지 음료, LTE 서비스, 고급형 인스턴트 커피, 관객 1억 시대의 한국영화, 캠핑 상품이었다. 이 상품들을 보면 경제 부강 국가에서 모두가 인생을 즐기며 사는 것만 같은데 모든 불안에서 탈출하고 싶은 것이 우리나라 젊은이의 사고라 한다. 청소년의 자살률 역시 나날이 높아져가고 있다. 이유는 학력과 폭력이다.
2010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청소년 건강 실태 조사’를 보면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 고등 학생 1만여 명이 꼽은 스트레스 요인 1위가 학업이었다. 학업 스트레스 뒤에는 부모의 암묵적 기대가 짐이 되기도 한다. 2011년에 우리 사회를 충격에 빠트렸던 KAIST 학생들의 연이은 자살만 보더라도 최고의 대학이라는 목표 성취에 따라 계속되는 부모의 암묵적 기대에 부응할 수 없는 자존감의 상실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렇다면, 부모들은 자녀의 자존감에 대해 무관심했을까? ‘EBS 모성회복’ 프로젝트에서 어머니들에게 리본으로 된 가짜 돈 1억 원을 주고 아이들에게 가장 물려주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색다른 경매놀이”를 하자 자존감과 자신감에 가장 높은 1억원을 걸었다. 그렇다.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자존감이라는 사실을 부모도 알고 있다. 그리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아이들 본인도 죽고 싶어서 죽는 게 아니다. 마지막 남은 자존심으로 지금의 고통 속에서 자신을 구해보려는 절규의 몸짓이었다. 절규의 순간까지 그들의 이야기를 털어 놓을 수 있는 부모나 교사, 친구가 단 한 명이라도 그들 곁에 있었다면 그들은 결코 자살하지 않았다. 이야기를 털어놓는다는 것은 고민이 가득 담긴 포화상태의 풍선에서 곪아 썩어가는 기운을 대화로 조금씩 뱉어내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 조금씩 곪은 기운을 빼내면 새 기운이 투입될 텐데 곪은 기운의 포화상태에서 시멘트 바닥에 몸을 던지며 나비처럼, 새처럼 비상을 꿈꾸며 우리 아이들은 자살의 몸짓을 선택했다.
학업뿐이랴? 학교 폭력에 시달리다 자살한 아이의 경우, 아버지와 아들이 그 전에 한번이라도 목욕을 같이 갔다면 몸에 난 멍 자국뿐 아니라 마음에 묻어둔 멍자국도 털어놓지 않았을까? 하긴 결손 가정도 문제이고 이런 저런 어려움으로 가정이 따스하게 보듬어주지 못할 때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보듬고 가야할 문제이며 또한 학교 안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문열의 작품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 보듯이 학교 폭력은 아이들 전체가 보는 곳에서 행해지는 게 특징이다. 교실 사회 속에서 힘이 센 아이가 힘 약한 아이를 왕따 시키고 폭력을 휘두르는 권력 구조가 형성될 때 다른 아이들은 피해를 입을까 두려워 방관자로 남는다. 여기에 주목해야 한다. 사안이 발생되면 문제 대처 방법으로 가해자는 격리, 처벌, 선도를 하고 피해자는 사회기술적응훈련 등 또래 관계 문제를 신경 써주는데 그 보다 제 삼자로 보이는 방관자 교육이 우선되어야 한다. 방관자를 분석해보면 동조자, 조력자, 소극적 조력자, 평범한 방관자, 소극적 방어자, 방어자 여섯 형태로 나타난다고 한다. 이런 방관자가 합심하여 가해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면 피해자에게는 보살핌이 되고 가해자에게는 제지가 될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피부색이 다른 다문화가족이나 신체적 장애, 결손 가정이나 학력이 처진 친구들의 차이를 차별하며 괴롭히는 아이들이, 친구의 차이를 존중하고 각자의 인권을 소중히 여겨 주면 될 텐데 무엇이 어려울까? 인권이란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지 못하는 그 마음이 폭력이 되고, 왕따를 시키게 된다. 유럽이라면, 친밀감을 떠나서 합리적인 것을 쫓아 함께 움직이는 경향이지만 우리 문화는 친밀 관계가 아니면 기피하는 경향이 있어, 한 번 왕따가 되면 고립되어 상급학교에 가서도 광역화된 일진에 시달리게 되어 있다. 그래서 두 아들이 왕따에 시달리자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를 하다가 마을공동체교육연구소장이 된 문재현 소장은 ‘학교폭력 문제 해결의 새로운 패러다임 평화샘 프로젝트’를 개발하였다.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학급규칙(4대규칙)과 멈춰의 역할극, 학급회의 등을 통해 해결해나가는 방안을 제시하며 앞장서고 있다.
한편, 대구대성초등학교는 매월 4일 아침 자습시간에 감정의 안전 점검을 위한 <걱정과 행복 풀어 글쓰기> 활동으로 자살, 왕따, 폭력이 없는 행복한 학교 교육의 예방효과를 높이며상담한 사례들을 모아 「아름다운 실천으로 행복한 학교 이야기」책자를 펴내기도 하였다. 아이들이 어느 한 사람에게 만이라도 자기의 아픈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다면 자살하지 않게 되고 단순히, 걱정을 글로 풀어내기만 해도 글을 쓰는 동안에 자기 마음을 가라앉히고 생각을 달리해보는 여유를 갖게 된다는 취지에서 시작하였다. 교사는 위험 상황에 있는 아이가 솔직하게 써낸 사건이나 상황,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어 개별 상담을 할 수 있고, 학반 전원을 상대로 생활지도를 하며 모두가 소중하다는 역설로 자존감을 회복시킬 수 있다. 또한, 폭력, 왕따, 은따를 하려는 아이들은 이런 글쓰기 시간이 매월 한 번씩 있다는 사실에 대해 자기의 이름이 적힐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자신을 자제하게 된다. 학교장은 전교생의 글을 읽고 분석 한 후, 자존감 높이는 리더십 캠프나 시(詩) 읽기, 독서 치료 프로그램, 개별 상담 등을 통해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방향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이런 것도 한 방법이라 할 수 있지만, 어떤 방법을 통해서라도 우리가 할 일은 아이들의 생명을 잡아주고 꿈을 펼치게 보듬어주는 일이다.
박경선 수정-청소년의 자살, 폭력을 자존감과 행복감으로 대치하려면.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