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15 (화)
PM 9:03
이제 진짜 퇴근! 도비는 잠시나마 자유예요!
며칠 동안 이어진 밤샘 작업을 드디어 끝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나왔지만, 일단 끝냈다는 안도감에 기분이 꽤 괜찮다. 그래서 오늘은 수고한 나를 위해 자축하려고 즐겨 가는 맥주집으로 향하기로 했다.
PM 9:05
‘내려갑니다.’
엘리베이터를 타자마자 버스 어플을 켰다. 도착 3분 전. 조금만 서두르면 충분히 탈 수 있다. 놓치면 14분을 기다려야 하니, 오늘 같은 날엔 절대 놓칠 수 없다.
PM 9:09
‘삑- 승차입니다.’
무사히 버스에 탑승했다. 버스는 텅 비어 있었고, 고민할 것도 없이 내 최애 자리인 앞쪽 창가에 앉았다. 6시 퇴근보다 9시 퇴근이 좋은 이유가 바로 이거다. 퇴근 시간대 붐비는 버스에서 남극의 펭귄처럼 붙어 있는 것보다는, 이렇게 한적한 버스에서 여유를 즐기는 게 훨씬 낫다.
PM 9:20
‘하차입니다.’
정류장 4개를 지나 약 10분 만에 도착한 나의 최애 맥주집. 오늘도 여전히 혼술바 자리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생맥 한 잔에 닭날개 만두를 시키고, 대형 스크린으로 야구 경기를 보기 시작했다. LG와 삼성의 플레이오프 2차전, 아직 8회 초. 스코어는 5:8. 응원하는 LG가 지고 있지만 야구는 9회부터가 시작이다.
PM 9:24
‘홍창기 홈런입니다!!!!!!!’
명쾌한 방망이 소리가 들렸고, 공은 가뿐하게 담장 밖으로 나갔다. 그것도 만루홈런. 단숨에 역전을 만들어낸 홈런에 맥주를 들고 벌떡 일어나 혼자 환호성을 질렀다. 이럴 때가 바로 인생에서 가장 짜릿한 순간이다. 약속의 8회. 약속의 시간 9시.
PM 9:25
“사장님 여기 맥주 한 잔 더요!!!!!”
PM 9:35
깔끔한 8회 말 수비와, 이어지는 9회 초 공격.
LG의 계속되는 안타를 보며 또 한 잔을 시켰다. 이게 행복이지.
PM 9:50
‘스코어 11:8, LG의 승입니다.’
역시 야구는 결과만 이기면 된다. 경기가 끝나고도 여운이 남아서 한 잔 더 주문했다. 알딸딸해지는 기분. 같이 응원하는 지인에게 연락하려 카톡을 켜니, 전남친 프로필 사진이 눈에 띈다. 날 매정하게 차버리고 간 놈.
PM 9:52
‘잘 지내?’
순간 취했나 싶었지만, 이미 보낸 건 돌이킬 수 없었다. 약속의 9시. LG의 역전승처럼 어쩌면 내가 이길지도 모른다.
첫댓글 -형식이 눈에 띄어서
-9시 25분 맥주 한 잔 더요 하는 것도 그냥 9시에 딱이라고 느껴졌음.
-주목도 있는 글이라고 생각 들고
-주제가 가장 매력적인 시간대인데 이 사람에게 왜 9시가 매력적인지 느끼기엔 충분했음
-다만 처음부터 끝까지 이 인물이 하이텐션을 유지하고 있어서 입체적으로 보이지는 않았음
-파트들이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공감돼서 가장 좋아하는 버스 자리, 좋아하는 경기 이런 게 현실적이어서 공감하기 좋은 요소.
-뭔가 대체적으로 재밌고 톡톡튀지만 깊게 느껴지진 않는 글이었다는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