周易 上編(주역 상편).
8.水地比(수지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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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比卦(비괘)에서는 친친하고 애애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전쟁하는 師卦(사괘)를 도전해 놓은 상으로,
전쟁이 끝난 후 어떻게 하면 평화로운 관계를
세우느냐의 문제를 다룬 것이 이 比卦(비괘)다.
師卦(사괘)가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거쳐
새 정치 세력으로 부상한다면,
比卦(비괘)는 새 지도자를 중심으로
새로운 질서를 짜는 모양이다.
자연과 인간, 개인과 집단, 노동자와 사주,
국가와 국가 간의 상생관계를 나타내는 것이
바로 比卦(비괘)의 교훈이다.
▣ 比吉 原筮 元永貞 无咎 不寧方來 後夫凶
비길 원서 원영정 무구 불녕방래 후부흉
[풀이]
군주가 신하를 친하게 되면 길할 것이다.
근원을 살펴서[판단이 바르면],
군주가 친하기를 오랜 시간 바르게 하면
허물이 없을 것이다.
군주가 편안하게 쉴 틈 없이 일을 하면
백성들이 바야흐로 찾아올 것이다.
뒤에 오는 지아비는 흉하다.
[해설]
比卦(비괘)는 다섯 陰(음)에 유일한 陽(양)
[구5]만이 임금 자리에 있다.
5는 존귀한 자리로 군주요 큰 선생이요
총수의 지위이다.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경륜과 학식과 덕망과
지혜와 넉넉한 재물이 두루 갖추어졌을 것이다.
그러기에 천하의 모든 陰(음)들이 친하려고 모여든다.
저 「서괘전」에서도
공자는 '比(비)'를 친함[親也,친야]'이라 하였고,
「잡괘전에서도 '친하여 즐김[比樂,비락]'이라 하였다.
또 乾卦(건괘) 「문언전」에서도
"하늘을 근본 하면 위로친하고
[本乎天者親上,본호천자친상],
땅을 근본 하면 아래와 친하니
[ 本乎地者親下,본호지자친하],
각각 유유상종하며 끼리끼리 친해 가는 것
[則各從其類也,즉각종기류야]"이라 하였다.
아래로 지향하는 물이 마른 땅속으로 주저 없이
스며들어 서로 아낌없이 친친하며
친밀한 사적 관계를 나타내는 가까움에서 부터,
임금과 신하가 서로 아끼고 충성하는
공적 관계의 친친까지를 아울러 比(비)라 한다.
물이 땅에 스며들듯 임금이 신하를
친하게 가까이한다면,
나라를 다스림에 무슨 어려움이 있겠는가.
比卦(비괘)는 地雷復卦(지뢰복괘)에서 왔다.
震(진)의 주인이 5에 올라,
군왕을 지위를 바르게 하여 신하를 다스리니,
이것이 군왕의 덕이다.
'比(비)'는 '견주다, 비슷하다'의 뜻도 있지만,
여기서는 어떤 형식으로든
남남끼리 부비고 스킨십하며,
서로 끌어안고 친친하는, 親比(친비)를 말한다.
'原筮(원서)'는 근원적인 판단이다.
筮竹(서죽)을 쓰는 점은 옛날 지혜[神道,신도]를
얻어내는 최상의 방법이었다.
천지 속에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를 다 동원하여,
지극한 계산법으로 미지의 세계를 찾는 행위인데
이를 공자는 "극수지래지위점(極數知來之謂占)"이라
하였던 것이다.
고로 여기에서 말하는 점은 神道(신도)의 입장에서
판단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듯 점은 지극하게 정성을 다한
군주[元,원]의 마음이,
어떤 순간에도 사사로움이 없는
정도[永貞,영정]에서 얻어져야,
허물이 없음[无咎,무구]을
'元永貞(원영정)'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렇지 않고 만약 순간의 일희일비를 위해
그 마음자리에 일점의 사사라도 끼어든다면,
옳고 바른 판단을 얻지 못할 것이 분명하기에
'原筮(원서)'라 했다.
그러나 原筮(원서) 도 없이 편치 않아 찾아오면
[不寧方來,불녕방래],
어떤 경우라도 바르게 이끌어 가기엔
늦은 일이라 어쩔 수 없다.
하물며 인륜지대사라는 혼인
[此中最親比,차중최친비]에서조차
原筮(원서)가 없었다면 늦게나마 개가한 후
남편이 흉한 것을 알게된다[後夫凶,후부흉].
다시 말하면 모든 일이 잘못 된 후 점을 쳐봐야,
하늘조차도 내 편이 될 수 없다는 무서운 소리다.
'比卦(비괘)'는 '師卦(사괘)' 뒤에 온 卦(괘)다.
즉 전쟁(어려움) 후에 어디로 누구를 찾아가야
친친하며 살 수 있고,
누구를 등용해야 나라와 회사를
맡길 수 있는가를 묻고 있는 것이다.
내가 앞으로 믿고 의지하여 따를 主君(주군)이
근본[元,원]이 잡혀 善長(선장)하며,
體仁(체인)한 어른[丈人,장인]인가를
먼저 알고 판단하기 위해서이다.
그래야 서로가 영구히 정도를 지키며 모시고
도우며 살아갈 것이 아닌가.
그렇지 않다면 항상 '无咎(무구)' 아닌
근심 걱정 어린 '有咎(유구)'가 따라
'不寧(불녕)'할 것이 자명하다.
고로 여기 比卦(비괘)는 친친해야 할 자는
오로지 主君(주군) 5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러기에 신속한 선택과 과감성을 요구하는
교훈이 여기에 있게 된다.
개인의 친교 관계든 국가 간의 동맹 관계등,
관계에서는 타이밍이 중요한 법이다.
그런데 사사로운 이익으로 저울질을 하다
중요한 타이밍을 놓치게 된다면,
뒤늦게 친교와 동맹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그 관계가 결코 원만할 수 없고,
자칫 생존의 기회마저 잃고
흉을 만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한 예로, 禹(우)임금 시절 朝見(조현)할 때
防風(방풍)이 뒤늦게 왔고,
천하가 漢(한)나라에 복종할 때
田橫(전횡)이 끝내 오지 않았기에,
방풍은 사살을 당했고,전횡은 자살하였다 하니,
이것이 '後夫(후부)'의 종말이다.
[초6]은 比卦(비괘)가 屯卦(준괘)로 가는 경우이다.
『좌전』의 점사를 예로 든 주자는
최무자가 아내를 얻어 재혼하려다 이효를 얻었는데,
아내 때문에 임금을 시해하는 일이 일어날 만큼
흉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後夫(후부)'는 뒤에 오는 '후서방'
또는 '불쾌하게 만드는 자'로도 보고,
그냥 '뒤에 오는 자' 또는 주자처럼
'재혼한 남자'로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