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5qIvLzPhAYI?si=tXPPnSmUPNfrr2as
요즘 태인이가 점심시간마다 피아노 앞에 앉아
작곡 비스무리한 거에 몰두하고 있어요.
저는 점심 시간에 쪽잠을 자지 않으면 오후 수업을 견디기가 어렵고,
여자애들은 여자아이들대로 자기들끼리 통하는 코드로 청소년 교실에 들어가 히히호호하하 하고 있고요. . .
( 그러나 개별적으로 물으면 서로 다 안 맞아서 마음을 나눌 친구가 없다고 하지요.)
꼬맹이들은 꼬맹이들대로 책방에 들어가 물건들을 쫘~~악 늘어 놓고 무슨 이상한 상상놀이를 하시느라 바쁘니
혼자 있을 태인이가 좀 외롭긴 하죠.
그래도 그 심심함과 외로움이
태인이에게 무언가를 스스로 찾아 하게 될
가장 중요한 시간이라고 변명하며 믿으며
쪽잠을 계속 청하고 있습니다(나도 살려줘~~).
맨날 같은 시간에 같은 선율이 들려오니
배소이 왈,
점심시간 '소화' 노래라하는데... ㅋㅋ
특정 코드 내에서 계속 변주하며 다양한 선율을 연주? 작곡?중이에요.
제가 음악에 대한 깊이가 얕고
도움을 줄 수 있는게 적어 참 미안한 나날의 연속입니다.
아쉬운 마음에 이것저것 얘기하며 가요도 가지고 와 보고, 전자음악에 대해 건네보기도 하지만 뭔가 이야기가 왔다 갔다 한다는 느낌은 적습니다.
아이가 바라보는 것을 도와 줄 수 없는 미안함은 나의 몫이고,
미안함 때문일까요?
그 외로울 시간도 나중에 돌아보면 힘이 될 수 있다는
변명 같은 기억을 떠올려 봅니다.
*
*
옛날 한 학생 중에 초등학교 3학년 말 쯤부터 입을 다문 친구가 있어요.
그 전까지도 많은 말은 했던 건 아니지만
어느 날부터 갑자기 입을 다무니
교사인 저도, 부모님도 속이 다 들어가긴 마찬가지였죠.
그때도 대안학교에 다니고 있던 시절이니 학교가 아이에게 크게 스트레스를 주는 것도 적었고 초기 대안학교를 보낸 부모님이니 아이에 대해 기대가 크거나 욕심이 많은 부모님도 아니었죠.
그러니 더욱 오리무중.
ㅠㅠ
초짜 교사였던지라 저도 뭐 어찌 할 수 없었고
( 하긴 지금이라고 해도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싶네요.)
부모님도 너무 힘드셔서 나중엔 병원을 데리고 가 보셨고
결과는 선택적 함묵증이라는 진단.
그러나 진단명을 안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었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해 줄 수 있는 것도 없었고요.
의사도, 교사도, 부모도...
부모와 계획해서 부모님이 없는 틈을 타 집으로 전화해서 전화를 받아 목소리를 내도록 시도해 보기도 하고(결국 실패),
하여간 그 아이를 위해 온갖 방법을 짜내서 시도해 보았으나...
그렇게 서로 속 타 들어가는 시간들을 묵묵히 견디며 지냈었지요.
어쨌든 초기엔 6년제 초등대안학교로 시작했던지라
그렇게 졸업을 하고 근처 중등 대안학교로 진학을 했어요.
그리고 그곳에서도 비슷한 생활을 이어갔죠. 말을 안 하니 교우관계가 잘 이뤄지지 않았던 건 당연한 일이었고요.
그렇게 건너 건너 소식을 듣다가 제가 일산 지역을 떠나 부산으로 학교를 옮긴 후 잠시 잊혀지게 되었습니다.
후에 20대가 넘어 찾아오는 아이들(주로 여자아이들)을 통해 연락을 들으니 서울 예전 실용음악과에 진학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피아노로.
아 요즘은 서울 예전이 아니라 서울 예대라고 하던가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그 서울 예전이 저희 때는
아무리 성적이 높아도 갈 수 없고
아무리 성적이 낮아도 갈 수 있는
아주 그 분야에 미친(도달의 개념이기도 하고, 상태의 개념이기도 한) 아이들이 간다는 학교였어요.
요즘은 그 실력들이 더하더라고요.
근데 성민이가? 재즈로? 우와~~~~
뭐 초등 3, 4학년 쯤부터 피아노를 배우긴 했어도 그리 특출난 재능을 보이거나 하진 않았고, 아이도 크게 흥미를 느낀다기보다는 방과후 시간을 때우는 모양새였는데. . .
성민이에 대해서 어찌 된 일일까 생각해 보았어요.
나중에 성민이를 만나 그 시간들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나? 아니면 온전한 저의 상상인지 이제는 가물가물하지만
혼자 있던 그 외로웠던 시간들이
자신의 내면의 감정에 집중하고 그것을 무르익게 만들었다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오히려 요즘 사람들에겐 그렇게 혼자 자신의 내면에 집중할 시간이 더 부족한 거겠죠.
아이 주변에 저나 부모님들은 그걸 지켜볼 만한 믿음과 인내심이 부족했던 거고요.
*
다시 태인이를 봅니다.
그리고 기다릴 수 있는 인내와
잘 될 거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물론 그 기준은 접니다,만..ㅋ)
하지만 그래도 교사인 아무것도 안 하고 넋놓고 있을 수는 없죠. 나 역시 태인에게 직접적으로 말은 안 하지만 조금 도움이 될까 하여 GROUND곡을 연습해 봅니다.
마침 월례 발표도 있으니 핑곗거리로도 딱 좋죠.
궁시렁궁시렁 말 많은 eminai들도 있지만
알진 몰라도 뭐 너희ㅡ유단, 윤, 승아ㅡ들을 위해서도 그렇게 하루하루 보내고 있으니, 한 번쯤 그렇게 서로를 위해 들러리를 서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라운드 곡은 베이스에서 특정 화성 패턴이 곡 전체에 걸쳐 계속 반복되고 그 위에서 멜로디가 다양하게 변주되는 형식이에요.
원래는 우리 시나위처럼 연주자가 자기의 기량으로 즉흥 창작해서 연주하는 거죠.
그러려면 사실 태인이가 1, 2 파트 중 하나를 연주해야 되는데
우리가 또 할 수 있는 악기에 한계가 있는지라
아쉽고 부족한 상태에서 각자가 할 수 있는 최선으로
연주를 합니다.
*
입시 학원에서 사탐 강사로 고등학생을 만나본 경험과
대안학교에선 9학년까지 아이들밖에 맡아 본 적 밖에 없는지라 현재 제가 큰 아이들을 두고 할 수 있는 일은 이것이 최선입니다.
서로가 알고 시작했다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서로 원하고 바라는 바가 있어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게 쉽진 않겠죠.
시작부터 제가 다 할 수 없는 일이라 했고,
모지라고 부족해도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으로 무언가를 하고는 있으니,
저에게 모든 것을 믿고 맡기시기보다는
각자가 보시는 부족함들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고민하시고 모두 ㅡ각자가 도와주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Two in one upon a ground.
그러고 보니 제목이 참 의미심장하고 멋지네요.
단순하게 반복되지만
아이들이 그 위에서 마음대로 변주하며 뛰어놀 수 있도록 GOUND ㅡ Basso ostinato가 되어보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