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대한 입장
윤석열 대통령은 자격 없는 여성가족부 장관
김행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라!
어제(10/5)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개최되었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이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철회하지 않은 상태에서 열린 두 번째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였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대통령 선거 시기부터 지금까지 여성가족부 폐지를 줄곧 주장해왔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지 1년 5개월 지난 지금 여성가족부는 폐지되지 않았지만 여성가족부 예산 삭감, 정부 정책에서의 ‘여성’지우기 가속화 등 여성·성평등정책은 급속하게 후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 치러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처음부터 난항을 겪었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행정부 고위공직 후보자의 도덕성 및 자질과 소신을 검증하는 자리이다. 그러나 야당 단독으로 청문회를 확정한 것을 이유로 여당은 청문회를 보이콧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여야 합의가 없을 경우 후보자도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가까스로 청문회는 열렸지만 결국 후보자는 국민의힘 의원들과 함께 청문회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나가서 돌아오지 않은 채 10월 6일 자정을 넘겨 정회되고, 오늘 오전 청문회가 다시 열렸지만 후보자가 출석하지 않아 청문회가 정회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유권자에 의해 선출된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국회는 국민을 대표해서 법률을 제정하고 예산을 심의 확정하며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권한과 책무가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고위공직자 후보의 인사검증 청문회를 차일피일 미루고 청문회 오전의 대부분을 의사진행 발언으로 채워 실제적인 인사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았고, 10월 5일 밤, 결국 후보자와 함께 청문회장을 퇴장하여 돌아오지 않았다.
김행 후보자는 청문회 진행을 위한 기본적인 자료 제출을 하지 않는 등 청문회 준비단계부터 청문회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자세가 전혀 보이지 않았고, 청문회 과정에서도 불성실한 대답으로 일관했다. 이로 인해 이번 청문회에서는 후보자의 도덕성과 장관으로서의 자질을 제대로 검증할 수 없었다. 후보자는 청문회가 개최되기 전까지도 자료 제출을 하지 않았고, 관련 자료를 제출하더라도 원 데이터가 아닌 선별한 가공된 데이터를 제공하여 의원들이 관련 내용을 확인하거나 검증하기 어렵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청문회가 진행되는 밤까지도 후보자는 자료 제출을 하지 않아 청문회 내내 야당 의원들이 자료 제출을 반복해서 요구하는 상황을 만들며 파행을 초래했다.
김행 후보자는 주식 파킹, 주가 조작, 배임 의혹 등에 대해 자료 제출을 하지 않고, 제출된 자료와 다른 사실을 지적하는 국회의원의 질문에 계속 부인하다가 관련 자료가 나오자 본인이 착각했다고 말을 바꾸었다. 관련 증빙 자료를 제출해달라는 국회의원의 요청에 제출하지 않겠다고 대답하거나, 자료 제출은 하지 않으면서 후보자 본인은 거짓말을 하지 않고 있다고 항변하며 본인의 말이 맞다고 주장만 하는가 하면, 검증을 위해 질문하는 국회의원에게 고발하라고 소리치거나 오히려 국회의원에게 근거를 대라고 하는 등 공직자의 윤리와 자질을 검증하는 인사청문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불성실하고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
후보자가 경영 책임자로 있던 위키트리는 성차별적이고 선정적인 뉴스를 생산하는 대표적인 황색언론이다. 성폭력 범죄 피해자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고 모욕감을 주는 이미지를 사용하고, 가해행위를 축소하고 불필요한 성적 상상을 유발하는 제목과 내용의 기사를 생산했다. 또한 피해자 직업이 피해의 원인인 것처럼 보도하거나 성범죄를 선정적이고 자극적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또한 팩트 체크 없이 각종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될만한 글들을 퍼다 나르면서 유명인에 대한 사이버불링도 조장했다. 이 때문에 위키트리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98건의 언론중재위원회의 시정 권고를 받아, 시정 권고 최다 언론사 2위를 기록했다. 청문회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2017년까지 한 자릿수였던 시정 권고 수는 김행 후보자가 경영에 관여했던 2018년부터 두 자릿수로 크게 증가하였다. 또한 김행 후보자가 기사에 본문과는 무관한 선정적인 제목을 단 전형적인 낚시성 기사를 본인 SNS에 “진짜?”라고 하면서 공유한 사실도 밝혀졌다. 위키트리는 언론이라는 이름을 달고 사이버상에서 성범죄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하고 성폭력에 대한 편견을 재생산하고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였다. 이러한 성차별과 폭력, 혐오에 기생해 100억이 넘는 자산을 증식시킨 언론사 수장이 여성·성평등, 가족, 청소년 정책을 기획·종합하고 여성의 권익을 증진하는 등 한국사회에 만연한 성차별·성폭력 문제를 해결할 책무를 가진 여성가족부장관으로 임명된다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이번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후보자 비리 의혹을 검증하는 데 많은 부분을 할애하여 여성가족부의 장관으로서의 자질과 소명에 대해서는 제대로 검증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여성가족부 폐지와 관련해서는 “여가부를 드라마틱하게 엑시트 시킬 계획이라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실 계획인지, 특히 여가부가 담당했던 기능과 역할을 복지부 산하의 새로운 본부에서 업그레이드시킬 어떤 내용을 혹시 구체적으로 구상해 둔 게 있으신지 있으시면 말씀해 주십시오.”라는 여당 의원의 질문에 “지금 현재 복지부로 이관되는 저희 자체 계획을 갖고 있지만 전혀 실행되고 있지 못합니다. 그 뜻을 제가 잘 알고 있으니까 제가 여가부 장관이 된다면 여가부를 좀 더 일을 잘할 수 있는 그런 쪽으로 이관시키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답변하여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보건복지부 산하로 이관하는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
우리는 차별과 혐오에 기대어 자신의 자산을 증식하고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는 후보가 아닌, 한국사회의 구조적 성차별과 폭력을 해소하고 여성과 소수자의 권리를 증진하기 위한 전담부처로서 여성가족부를 강화할 장관을 원한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또 다시 전담부처 폐지를 자신의 역할로 인식하는 자격 미달의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했다. 시민들의 바람과 달리 무지에 기반하여 오만과 불의의 정치를 반복하는 행위는 당장 중단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지명을 철회하라.
2023년 10월 6일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와 성평등 정책 강화를 위한 범시민사회 전국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