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나를 괴롭히는 자들을 가만두지 마소서.
저 불한당들의 얼굴을 정통으로 갈겨 주소서!
[시편 35:1]
유진 피더슨의 <메시지>성경
새번역 성경 시편 35편 1절의 번역은 '주님, 나와 다투는 자와 다투시고, 나와 싸우는 자와 싸워주십시오.'다.
이것을 유진 피터슨은 '하나님, 나를 괴롭히는 자들을 가만두지 마소서. 저 불한당들의 얼굴을 정통으로 갈겨 주소서!'로 번역했다.
<마음을 열고, 두려움 없이>라는 책을 출간(출판사 바람이 불어오는 곳)한 데이비드 테일러가 제작한 'BONO with EU'- 보노&유진 피터슨이라는 단편 영화(20여 분 분량)에는 세계적인 팝그룹 U2의 리더 보노가 시편 35편 1절의 번역에 감동받았다는 이야기를 전하는 장면이 나온다.
"불한당들의 얼굴을 정통으로 갈겨주소서라니요? 참으로 통쾌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Fm0Kl1PonA
살면서 이런 기도를 드리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면 성인군자일 것이다.
이런 기도를 드리고 싶지만, 불경스러운 것 처럼 생각되어 드리지 못할 뿐이다. 마음으로는 나를 힘들게 하는 이들의 파멸을 원하면서도 말이다.
시편 35편은 '원수에게서 보호해주실 것을 구하는 기도'라는 제목이 붙었다.
"내 생명을 찾는 이들이 수치를 당하게 하시고, 낭패를 보게 하시고, 부끄럽게 해 주십시오."
시인은 자신의 은혜를 입은 이들로부터 배신을 당했다.
가까운 사람들, 믿었던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의 돌아섬만큼 좌절감을 주는 것이 있을까?
시인의 속이 다 뒤집어진다.
아프다. 그래서 그 아픈 마음을 주님께 토로한다.
하지만, 이런 시인의 기도에 주님은 침묵하신다.
그러면 이 기도는 헛튼 기도인가?
아니다.
자기 안에서 일어나는 온갖 상념들을 하나님 앞에 다 토하는 일은 소중한 기도다.
탄식이든, 슬픔이든, 기쁨이든,
내 모습 그대로를 하나님 앞에 다 꺼내 놓을 수 있을 때 우리는 하나님께서 주시는 위로받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편을 묵상하는 시간은 기도하는 시간이다.
내가 다 토로하지 못한 마음을 시인이 대신 토로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시편을 묵상하는 시간은 기도하는 시간이고, 내가 지혜롭게 아뢰지 못하는 기도를 대신 시인이 하나님께 아뢰는 것이다.
"주님, 가만히 계시지 마십시오, 주님, 나를 멀리하지 마십시오(22)."
시인은 불한당들에게 욱여싸여있다.
하지만, 이때에 그의 마음을 하나님께 토로하며 불한당들이 마침내 하나님께 얻어터질 것을 믿는다.
내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갚아주실 때, 폭력의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질 것이다.
고난 속에 처해있다고 할지라도
하나님께 토로할 수 있을 때, 우리는 고난을 넘어 희망의 빛으로 나아갈 수 있다.
공자의 <논어>에 '세상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아도 군자는 원망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제 아무리 군자라도 원망하지 않을 재간이 어디에 있겠는가?
나는 이 말은 '원망하는 마음을 품어 그 원망이 자신을 죽이도록 두지 않는 것이 군자'라는 말로 해석한다.
은헤를 원수로 갚는 세상에서 서운한 감정을 넘어 아픈 일들을 당하지 않고 살아갈 수는 없다.
그럴 때마다 그것이 우리 삶의 걸림돌이 된다면 어찌 평온한 삶을 살아갈 수 있겠는가?
그때, 하나님께 토로하라.
하나님께서 반드시 불한당들의 얼굴을 정통으로 갈겨주실 것을 믿고, 그 원망이나 절망이 나를 잠식하지 않도록 마음을 지키는 것, 그것이 성숙한 신앙일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