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코스 : 솔내공원(새솔학교 앞) - > 함배 수만마을
58코스를 걷고 시계를 보니 12시 05분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공원 내의 벤치에 앉아 우선 점심을 먹었다. 걷기의 점심 차림은 항상 고정되어 있다. 삶은 달걀 2개, 컵라면, 베지밀, 그리고 과일이다.
간단한 차림일지라도 먹고 나면 새로운 힘이 솟아 얼마든지 걸을 수 있게 해주는 보약들이다. 정오의 시간이었기에 60코스까지 걸어갈까도 생각했지만 60코스는 경기 둘레길의 마지막 코스이기에 종착지이자 시작지점인 대명항에서 완주의 기쁨을 누리고자 남겨두고 예정대로 59코스까지 걷기로 하였다.
59코스 안내도를 바라보니 거리 : 7.5km, 난이도 : 중간, 소요시간 : 3시간 45분이라고 적혀있다. 7.5km가 4시간 가까이 걸린다면 매우 힘든 구간으로 예상되는데 난이도는 중간이다.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아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함배 수안마을로 향했다. 59코스는 서해랑길 99코스와도 합치되는 길이니 2관왕의 길이었다. 야트마한 동산에 오르니 가현산 숲길을 알린다.
허산 숲길을 걸으면서 가현산을 알려주는 표지목을 바라보면서 혹 가현산의 숲길도 걸을 수가 있다면 참 좋을 것이란 막연한 생각을 하였기에 매우 기분이 좋았는데 둘레길은 가현산 숲길 쪽으로 향하지 않았다.
야트마한 동산을 넘어서니 포장도로이다. 포장도로 따라 오르는 산은 운유산(△101.6m)이고, 포장도로는 군부대로 가는 자동차 도로였다. 둘레길의 가장자리에는 야자 매트를 깔아놓고 데크도 설치하는 등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세심한 배려를 하여 놓았다.
비록 군부대가 주둔함에 따라 자연의 흙길이 포장도로가 되었을지라도 자연 친화적인 길을 느낄 수가 있었기에 발걸음이 가볍다. 계속되는 오르막길이면 언제 방향을 바꿀지 모르는 좌, 우측의 길이 혹 있지 않은지 살피라는 주의를 잊고 그저 오르막길에 집중하여 잠시 길을 이탈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길은 이탈할 수가 있지만 세 살 어린아이도 볼 수 있을 정도의 커다란 표지목을 세워놓았는데 보지 못하고 지나친 것은 앞을 보지 않고 땅만을 바라보고 진행한 시각장애인의 진행이었기에 아무리 생각해도 수치스러움을 면할 수 없을 것 같다.
올바르게 진행하는 길을 찾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가현산 약수터가 있는 산길로 진입하였는데 계단이 설치된 매우 가파른 길이었다. 숨을 헐떡이며 천천히 발걸음을 떼어 능선에 이르니 어디서나 볼 수 없을 것 같은 소나무가 반갑게 맞이하여 주었다.
언제 보아도 또다시 보고 싶은 소나무다. 둥그렇게 구부러지게 뻗어간 줄기에서 뻗어간 가지들이 말없이 자신을 들어내는 저 소나무가 말을 걸어온다면 무슨 말을 건네 올까?
소나무는 절개의 상징이다. 화려하게 꽃을 피우지 않지만, 향기는 만개한 꽃에서 느낄 수 없는 진한 여운을 남겨주고 추위나 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 푸른 빛을 잃지 않는 자태에서 지조와 절개를 배운다.
아, 기분 좋다. 막걸리라도 한 사발 마시고 싶다. 이곳은 노래 부르고, 거문고를 탄다는 뜻을 지킨 가현산歌絃山의 북쪽 기슭이다. 가현산의 그 이름에 걸맞게 한 곡조 뽑아 화답하지 못하는 자신을 부끄러워하며 가현산의 바람 소리를 가야금 소리로 받아들이며 숲길을 걸어간다.
봉수대로의 생태계 통로를 지나도 능선은 끝이 날 줄 몰랐다. 비록 이곳의 산줄기가 운유산 △101.6m, 가현산△214.9m, 월봉산△131.3m의 고작 200m가 되지 않는 산등성이로 이어지고 있었지만 끓어질 듯 끊어지지 않고 연속되어 이어지는 산줄기에서 강렬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백두대간에서 느낄 수 있는 장쾌하게 솟아 올곧게 뻗어간 산줄기는 아닐지라도 하나의 힘으로 응집되는 끝없이 뻗어간 산줄기에서 우리 산의 특성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는 한남정맥의 산이었다.
산 아래에서는 자동차 소리가 끊이지 않는데 능선은 끝이 날 줄 모르더니 임도가 나왔다. 홀로 걸어가는 길 외롭지 않게 새소리에 맞춰 콧노래를 부른다. 노래와 거문고를 타는 가현산에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그냥 걸어도 괜찮을 것 같은 숲길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아니면 피곤함에 지쳐 있는 것일까? 흥이 나지 않았다. 때마침 비행기 나는 소리가 굉음이 되어 산에서 느낄 수 있는 기쁨을 앗아갈 때 언제 끝이 날 줄 모르는 임도가 다하고 산기슭에 공장들이 즐비하였다.
이곳에서 경기 둘레길 종착지인 대명항까지 11.3km를 알린다. 60코스를 순서대로 걸어왔다면 오늘 대명항까지 갈 텐데, 아쉬운 마음 그지없지만 현실을 직시하고 걸어가는데 둘레길은 포장도로에서 산길로 진입한다.
바다의 인근이나, 강가의 산은 대체로 가파르게 솟아있어 고도가 낮더라도 방심해서는 아니 된다. 지금까지 걸어온 허산 숲길과 가현산의 산줄기가 고도가 불과 100여m의 야트마한 동산에 불과하였지만 술내공원에서 출발할 때 7.5km 거리를 3시간 45분 소요된다는 안내가 헛된 말이 아님을 걸어오면서 실증하지 않았는가?
다소 가파른 오르막길에서 이름이 없는 봉우리에 올랐지만, 산악인들이 부착한 낯익은 리본 10여 개가 걸려있다. 이제 남은 거리 1km 정도가 되어 남아 있는 과일과 커피 한잔을 마시고 산을 내러 서니 포장도로이다. 포장도로를 따라 걸어가는데 S.K 주유소가 있다.
이곳에서 좌측으로 방향을 전환하여 G.S 주유소가 있는 곳에서 조금 더 내려가니 수도권 제2 순환도로 다리 아래에 59코스 종착지이자 60코스 출발지임을 알려주는 안내도가 세워져 있었다. 58코스, 59코스 걷기를 마치었다. 다리 아래 세워진 대명항 9.7km를 알리는 표지목을 보니 또다시 순서대로 종주하지 않은 후회가 밀려왔다.
버스 정류장에 이르러 버스 시간을 확인하니 다행히 15분 후 도착을 알린다. 오늘은 시작부터 끝이 날 때까지 교통편이 순조로웠다. 15분 후 도착하는 버스를 타고 수정마을에서 다시 한번 버스를 갈아타면 집에 도착할 수가 있는데 그곳에서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다소 우려하는 마음으로 환승 버스 도착시각을 확인하니 10분 후 도착 예정이었다. 경기 둘레길을 종주하면서 오늘과 같이 버스 시간이 착착 들어맞으면 얼마나 좋을까?
● 일 시 : 2023년 6월9일 금요일 맑음
● 동 행 : 나홀로
● 행선지
- 09시40분 : 장릉산 쉼터
- 10시45분 : 구두물교
- 11시05분 : 금빛 근린 공원
- 12시05분 : 솔내 공원
- 12시35분 : 솔내 공원
- 13시45분 ; 봉수대로 육교
- 15시15분 : 함배 수안마을
● 거리 및 소요시간
- 거리 : 16.1km(58코스 : 8.6km+ 59코스 : 7.5km)
- 시간 : 5시간 35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