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비호뉴스투데이]
“업힐은 잊어라”…
완산칠봉, 오늘만은 기록보다 봄
전주의 대표 업힐 성지, 완산칠봉
평소라면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회원들 사이 “오늘 몇 분 컷?”이 오가는 업힐맛집이지만,
이 날 만큼은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4월의 겹벚꽃과 철쭉으로 물든 꽃동산에 전주비호마라톤클럽 회원들이 올랐는데…
훈련? 페이스? 심박? 그런 건 잠시 내려놓았다.
현장에서는
“어머 예쁘다…”
“어쩜 이렇게 아름다울까…”
“여기 새벽에 오길 잘했다…”
감탄사만 인터벌처럼 반복되었다는 후문.
평소 업힐훈련 때는 고개 숙이고 바닥만 보며 오르던 회원들이,
이날은 고개를 들고 하늘을 보고 꽃을 보고 서로 사진을 찍느라 바빴다.
“본래 4월의 완산칠봉은 러닝하러 가는게 아니라 꽃구경하러 가는 것이라”는 고인물 회원의 해석에 다들 그렇다며 맞장구도 쳤다.
이날의 ‘포토제닉상’ 수상자는 정옥현 회원.
카메라 앞에서의 자연스럽고도 완성도 높은 포즈는
“주법도 좋지만 포즈도 폼이 살아있다”
“자세가 러닝폼만 좋은 줄 알았더니 사진폼도 국가대표급”이라는 평가가 오갔으며
옥현언니는 분명 포즈잡기 학원을 다니고 있을거라는 합리적 의심도 있었다.
한 회원은
“전주 살면서 이런 곳이 있는 줄 몰랐다”고 했고,
다른 회원은
“멀리 유명 관광지 안 가도 전주에 이런 봄이 있었다”며 감탄했다.
겹벚꽃 터널을 지나고,
철쭉 군락을 따라 걷고,
사진 찍고 웃고 다시 달리고.
그런데 이 풍경에는 깊은 사연도 있다.
완산칠봉 꽃동산은 한 시민이 1970년대부터 선친 묘 주변에 꽃을 심고 무려 40년 넘게 가꾸며 만든 공간.
이후 전주시에 기증·개방되며 오늘의 전국적 명소가 되었다고.
누군가 한 평생 심어놓은 꽃길을
오늘 누군가는 달리며 지나간 것이다.
이 대목에서 현장 일부 회원들이 순간 숙연해졌다는 제보도 있었다.
(단, 곧바로 단체사진 포즈 논쟁으로 다시 시끄러워졌다고 한다.)
비호 관계자는 말했다.
“우리는 기록도 중요하지만, 결국 이런 풍경 때문에 달린다.
숨차게 언덕을 오르는 이유도 이런 봄을 만나기 위해서다.”
아름다운 봄은 길지 않다.
꽃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페이스는 다음 주 다시 올릴 수 있어도
올해의 이 겹벚꽃은 다시 오지 않는다.
그러니 뛰자.
봄을 놓치지 않도록.
오늘의 교훈
완산칠봉은 원래 업힐맛집이지만
4월만큼은…
꽃맛집이다. 🌸
- 엄기자 -
첫댓글 엄기자 뽜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