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서점 『책방 내심』 방문기
- 서점 없는 동네는 동네라고도 할 수 없지
전 시 우
어린이날 대체 휴일인 2025년 5월 6일, 나는 마음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인터넷에서 발견한 시흥에 있는 독립 서점 ‘책방 내심’, 낯선 이름이었지만 왠지 모를 힘에 이끌려 전화를 걸었다. “여기는 ‘책방 내심’입니다.” 책방지기의 따뜻한 목소리가 전 화선을 타고 내 마음에 닿았을 때, 나는 이미 그곳에 매료되었다.
송도에서 차로 40분을 달려 서점에 도착했다. 좁은 골목길 한쪽에 조심스럽게 차를 세우고 내려서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것은 싱그러운 초록빛 상추밭이었다. 흙 내음 섞인 바람이 코끝을 간지럽히고, 푸른 잎사귀들이 햇살 아래 반짝이는 모습은 마치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고 평화로웠다. 삭막한 도시의 풍경에 굳어 있던 내 마음이, 그 싱그러운 풍경 속에서 천천히 녹아내리는 듯했다.
서점 입구로 향하는 발걸음은 설렘으로 가벼웠다. 바닥에 놓인 세 개의 푯말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하나는 파란색 바탕에 노랑 글씨로 “책방 내심-2층에 있다.”라는 글씨와 함께 계단 그림이 그려진 배려의 쇠 푯말이었다. 나머지 두 개의 푯말은 마치 화분 속에 피어난 꽃처럼 화분에 글씨가 심겨 있었다. 다른 하나의 푯말은 “동네 서점-책방 내심 2층”이라는 글씨가 정갈하게 쓰여 있었고, 그 옆에는 작고 섬세한 글씨체로 “읽는 즐거움”이라고 덧붙여져 있었다. 순간, ‘아, 글자 자체가 꽃과 같구나!’ 하는 깨달음이 머리를 스쳤다. 책 속의 문장 하나하나가 씨앗이 되어 마음 밭에 뿌려지고, 시간이 흘러 아름다운 의미의 꽃으로 피어나는 상상을 하자, 딱딱하게 굳어 있던 내 감수성이 부드럽게 풀리는 듯했다.
1층에는 작은 식당이 자리하고 있었다. 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정겨웠다. 테이블마다 동네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웃음꽃을 피우며 식사하고 있었다. 삶의 활기가 느껴지는 따뜻한 풍경이었다.
2층 서점으로 향하는 계단에는 중간 문이 설치되어 있었다. 내가 여태까지 보던 서점의 문은 누구나 쉽게 들어갈 수 있는데, 굳게 닫힌 중간 문은 작은 의문을 던졌다. 문 옆에는 손으로 쓴 쪽지와 전화번호가 적혀있었다.
“노란색 장치를 아래로 누른 상태로 문을 열어주세요.”
그 문구는 마치 오래된 보물 지도에 적힌 암호처럼 호기심을 자극했다. 계단을 올라갈 때마다, 계단 곳곳에는 글귀가 적혀 있다.
“안녕, 책 없이는 삶도 없다.”
“서점 없는 동네는 동네라고도 할 수 없지.”
이 문구들은 책방지기의 철학을 담고 있는 듯했다. 첫 번째 문구는 책이 우리 삶의 필수 요소임을 강조하고 있었고, 두 번째 문구는 서점이 동네 사람들의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만드는지를 전달하고 있었다. 나는 책방지기가 서점을 통해 자신이 사는 곳을 더 나은 동네로 만들고자 했던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순간, 군에서 퇴역 후 시인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 나에게 묵직한 질문이 던져졌다. ‘내 고향, 횡성 둔내에는 왜 이런 따뜻한 공간이 없을까?’ 하는 아쉬움과 함께 내 고향에도 ‘책방 내심’과 같은 마음의 안식처를 만들고 싶다는 소망이 자리 잡았다.
2층 서점 문 앞에는 “무료-편히 가져가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여러 종류의 잡지가 놓여 있었다. 작은 배려였지만, 책방지기의 따뜻한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초록색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들어서자, 책 특유의 은은한 종이 냄새와 낡은 나무 책장의 향기가 코를 부드럽게 감쌌다.
“인천 송도에서 독립 서점을 둘러보러 왔습니다.”
나의 어색한 인사에, 여성 책방지기는 해맑은 미소로 화답해 주었다.
책방은 두 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있었다. 첫 번째 구역 중앙에는 낡은 나무 책상이 놓여 있었고, 그 위에는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책상 아래에는 의자가 준비되어 있어 서점에 오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느낄 것 같았다.
벽면을 가득 채운 책장들은 책방지기의 손길을 거쳐 저마다 다른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일렬로 빼곡하게 꽂힌 책들, 곡선처럼 부드럽게 이어지는 책들, 그리고 좌우 대칭으로 안정감을 주는 배열까지. 마치 책들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속삭이는 듯 다채로운 풍경이었다. 나도 내 서재를 이렇게 꾸며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 구역은 소규모 북 콘서트를 열 수 있는 아늑한 공간으로 꾸며져 있었다. 그곳에는 ‘손님의 서재’라는 이름 아래 손님들이 추천한 책들이 주로 진열되어 있었다. 나도 책장에 놓인 ‘취향 공유서’에 내 관심사와 취향을 적어 남겼다. 이곳에서 나는 이미 소장하고 있던 시집들, 『무한화서』(이성복), 『질문의 책』(파블로 네루다),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한강)를 보며, 책방지기와 나의 취향이 닮았음을 느꼈다. 그리고 평소 읽고 싶었던 시집들, 『충분하다』(비스와바 쉼보르스카)와 『마중도 배웅도 없이』(박준)를 발견하고 너무 기뻐 구입했다. 책방지기는 ‘책방 내심’이라는 글씨가 인쇄된 종이 가방에 정성스럽게 담아 주었다.
중간 문의 비밀도 알게 되었다. 건물 매입 당시부터 있었던 것으로, 1층 식당 손님들의 소음이 서점까지 전달되는 것을 막기 위한 세심한 배려였다고 한다. 계산을 마치고 책방지기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시인, 수필가, 소설가입니까?”
내 물음에 3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키가 큰 책방지기는 작가를 꿈꾸지는 않지만, 책을 너무 좋아해서 5년째 서점을 운영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녀의 따뜻한 목소리는 오랜 친구를 만난 듯한 편안함을 주었고, 잔잔한 클래식 음악과 깔끔하게 정돈된 책들의 배열은 마치 단골 카페에 온 듯한 느낌을 자아냈다. 책방지기의 세심한 배려와 따뜻한 마음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이곳은 단순한 서점이 아니라, 마음의 안식처였다.
책방 문을 나서는 순간, 내 안에는 벅찬 감동과 함께 뜨거운 결심이 자리 잡았다. 군에서 퇴역한 후, 내가 나고 자란 고향을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탤 수 있는 일이 없을까 끊임없이 고민해 왔다. ‘책방 내심’에서의 짧은 만남은, 마치 오랫동안 닫혀있던 내 마음의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는 듯한 강렬한 영감을 주었다. 어린 시절 뛰놀던 횡성 둔내의 작은 마을, 그곳에 ‘책방 내심’과 같은 따뜻하고 의미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고.
서점은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건물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이어주고, 삶의 향기를 더하며, 동네의 문화적 풍경을 풍요롭게 만드는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부터 나의 남은 삶은, 책과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들어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새로운 꿈을 키워나가는 따뜻한 공간을 내 고향에 만드는 데 바쳐질 것이다. ‘책방 내심’의 작은 씨앗 하나가 내 마음속에 푸르른 희망의 숲을 이루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 숲은 언젠가 내 고향 마을 전체를 따뜻하게 감싸 안는 커다란 그늘이 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2023년 『문학나무』 등단
시집 『와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