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원. [지혜란 무엇인가?: 잠언-욥기-전도서의 상호작용]. 서울: 감은사, 2021.
방학 중에 읽을 양서 한 권 소개합니다. 출판된 지 2년이나 지나서야 알게 된 이 책은 그야말로 보물덩어리다.
신앙인이라면 하나님을 경외하는 지식의 근본에서 시작하여 하나님 앞에서 그리고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떻게 지혜롭게 살아야하는지, 또 하나님이 누구이며 그분이 하시는 일이 무엇인지를 아는 지혜를 얻고 싶어 한다. 지혜서가 그것을 알려주는 중요한 책인데, 문제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송민원의 [지혜란 무엇인가]는 이 문제를 극복하게 해주는 양서다. 송민원은 지혜서에서 가르치는 지혜가 무엇인지를 구약의 지혜서의 중요 세 책을 들어 설명한다. 이 책은 주석은 아니지만 잠언, 욥기, 전도서를 이해하는 신학적인 통찰과 중심사상을 알려준다. 독자는 다시 주석을 읽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이 책을 읽고 본인이 스스로 성경을 읽어 논의의 흐름과 각각의 지혜서에 반영된 지혜를 설명한 본문을 이해하면 된다. 아주 쉽게 말이다.
송민원은 시카고대학교에서 고대근동학, 비교셈어학과 문헌학을 공부하고, 2012년부터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이스라엘성서연구소의 교수로 재직하면서 성경원어와 구약의 히브리적 배경을 가르치고 있다. [지혜란 무엇인가?]는 그의 해박하고 정확한 히브리어 이해에 근거하여, 지혜서의 서술방법의 특징, 히브리인들에게 지혜의 의미가 무엇이었는지를 핵심적으로 그리고 정확히 설명한 책이다. 송민원에 따르면, 잠언의 지혜와 욥기의 지혜 그리고 전도서의 지혜가 다르다.
잠언은 “규범적 지혜”를 다룬다. 의인은 복을 받고 악인은 벌을 받으며, 권선징악/인과응보, 선악의 분명한 구별이 있어 사람들은 하나님이 사람들을 다루시는 방법의 패턴을 알 수 있다는 점을 가르친다.
반면에 욥기는 이런 패턴이 우리의 삶에서 늘 규칙적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준다. 주인공은 욥이다. 욥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세 친구와 엘리후는 잠언의 규범적 지혜를 가지고 평가하고 비난하지만, 이미 하나님께서 욥을 칭찬하고 인정했듯이, 욥은 세상에 벌어지고 있는 일을 반추해보면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그런 범주에 제한할 수 없다고 하나님을 옹호한다. 송민원은 욥기에 반영된 지혜를 “반성적 지혜”라고 명명한다. 하나님은 이런 패턴 아래 갇히거나 그분의 행위를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늘이 땅에서 멀 듯이, 하늘에 계신 하나님을 사람은 다 헤아릴 수 없다는 것, 인간의 한계와 하나님의 절대 주권을 옹호하는 것이 욥기의 지혜다. 하나님의 절대적 권위, 하나님의 초월성을 옹호하는 것이 욥기의 목적이다.
전도서는 욥기와 마찬가지로 반성적 지혜 문제를 다루는데, 방식은 욥기와 사뭇 다르다. 욥기는 공간적인 대조로써 하나님의 지혜의 무한함과 그분의 절대적 선과 주권 문제를 다뤘다면, 전도서는 시간적인 대조로써 하나님의 무한한 지혜에 대한 인간 지혜의 한계를 다룬다. 말하자면 사람은 미래에 일어날 일을 예측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 그래서 전도서에 나오는 현재 먹고 마시는 생활을 권하는 것은 인간의 한계성을 강조하는 표현이다. 사실 전도서 저자는 사람에게 미래가 있다고 알린다. 다만 미래를 알 수 있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는 것. 미래는 전적으로 하나님의 영역이다. 그러므로 현재를 즐기라(Carpe Diem)은 현세주의적인 사람의 모토가 아니라, 미래를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현재에 충실하라는 교훈이다. 쾌락을 부추기는 모토가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이 모든 지혜서의 가르침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성경 읽기의 기초인 문맥 읽기가 필수적이다. 저자는 지혜서 각각에서 다루는 신학적인 주제를 알고 문맥을 고려하여 지혜서를 읽는다면 누구나 쉽게 지혜서를 이해할 수 있다고 격려한다. 나는 송민원의 [지혜란 무엇인가]를 읽고 특히 욥기에 자신감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