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학교 땅이었지만 주민들의 공동농장이었던 땅을 강제로 회수했다. 주민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이 일에 대해 나는 생각이 달랐다. 이 땅이 주민들과 소통하는 공간, 나눔터로 그냥 놓아 두기를 바랐다. 그런데 임주사(길안면의 터줏대감)가 발령 받아오고, 교감의 뜻과 맞물려 회수가 진행되었다. 밭 갈기와 골짓기는 기계로 의뢰해서 했다. 그 땅의 절반은 임주사가 농사짓기로 하고 나머지 땅에 대해서는 책임 할당제를 하느니 논란이 있었다. 나는 내 농장이 있으니 참여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그런데 비닐깔기에 대해 걱정이 늘어져 일의 진행이 지지부진하고 파종시기는 임박해 오고 나의 참여에 대한 압박이 강해지길래 비닐깔기만 주도해서 처리했다. 그 다음이 지속적으로 일거리를 만들 것이라는 것은 뻔했다. 땅콩 심기, 고구마 심기, 풀뽑기 등이 계속 이어지자 직원들 사이에 누구는 일을 더 하고 덜 하고에 대한 분별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밭고랑 할당제를 다시 시작하자는 의견도 나온 모양이다. 어제는 교무부장이 나보고 할당제에서 빠질 거냐기에 경계가 왔고 나는 빠지겠다고 대답했다. 미안했든지 교무부장, 교감이 그게 아니고 운운하며 변병을 했다.
오늘 아침 출근하자 바로 모두 밭으로 나가 풀뽑기를 했다. 1교시 시작 전에 거의 일이 끝났고 내가 수업이 있어 들어오고 10분이 채 끝나기 전에 모두들 일을 끝내고 들어왔다. 풀을 뽑으면서 임주사가 땅콩 많이 생산하려면 지금 포기 주변 비닐을 까주어야 한다고 했다. 나는 제동을 걸었다. 내가 땅콩 농사 지어보니 비닐 까지 않아도 충분하니 괜히 비닐 까서 풀 감당 못하고 풀뽑기에 대해 또 분별심 낼 거면 아예 비닐 까지 말자고 했다. 임주사가 평소 보지 못한 모습으로 발끈했다. 그냥 놓아 두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 공동 농장의 진행 과정에서 교직원들이 임주사의 계산에 놀아난 느낌이 들었다. 임주사가 교직원들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이 보이고, 위선이 보이고, 욕심이 자꾸 보였다. 다시 첫마음(임주사 발령과 함께 따라온 소문, 그는 좋은 사람, 일 잘 하는 사람, 봉사 잘 하는 사람 등)으로 돌아가야 할 과제(공부)는 내 몫이 되어버렸다. 또 길안 중학교에 와서 큰 스승 만난 셈이다. 1년, 2년이 걸려 교무부장, 김아무개 선생을 넘고 나니 또 스승이 하나 더 나타났다. 쉬운 스승은 없구나. 도고일장 마고일장(道高一長 摩高一長)이라더니 딱 맞는 말이다. 법신불 사은이시여! 감사합니다.
첫댓글 어느 직장이던 단체이던 스승님은 꼭 있기 마련이지요....여선생님 추모의 달을 맞이하여 사은님의 은혜 함께 하시어 더욱 정진하여 진급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여선생님 그동안 마음 고생이 많으셨군요 항상 사은님의 은혜 함께 하시어 더욱 정진하여 진급하시길 기원합니다 합장
에고~ 맙소사 자연고 함께 하는 삶이 그래서야~ 얼마나 더 먹을려고 환경파괴까지 하면서용 원하시는 분 만 하면 정말 행복할 탠데] 그리고 선생님이 교제 연구는 언제 하뇨?
본분에 충실하면서 약간의 재미와 파격이 가미되면 좋겠지요. 서로의 개성과 뜻을 큰 마음으로 인정하는 사회가 일원세계가 아닐까 싶네요. 감사합니다.
어느 곳이던 내가 보고서 본 받아야 할 사람 , 본 받지 말아야 할 사람이 있지요. 일주일에 두번 씩 출장가니, 갔다 와서 업무가 밀리고..시간때문에 조금씩 관리자와 신경이 쓰였는데 어제는 제가 완전히 내려놓고 관리자 입장에서 보고 제 입장을 양보 했습니다. 그동안 그것이 마음에 걸려 마음이 편하지 못했거든요. 저도 전의 직장에서 텃밭 해 본 적 있는데 일요일 즐기는 마음으로 해서 가을에 고구마 무우만한 것 추수한 것 기억납니다. 그때 우리는 자기 밭 자기가 알아서 고구마하던, 배추하던. 비닐깔던 자기가 알아서 하기로 했는데... 여선생님은 어려운 스승을 좋은 스승으로 만들 것입니다. 화이팅!
중선님! 감사합니다. 모두 스승이라 생각하고 모시는 마음 챙기겠습니다. 상대가 주는 경계를 멈추든지 입장 바꿔 생각해보든지 순간 순간 깨어 있어야겠습니다. 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