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크게보기 ‘우성식당’의 물곰국에는 서울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물곰 살이 들어있다. 김치가 들어간 국물도 시원하다. 2인분 이상만 주문을 받는다. 사진 크게보기 ‘자연산식당’의 회덮밥. 지난주 토요일에는 쥐치 살이 올라갔다. 사진 크게보기 육수물회가 대표음식인 ‘자연산식당’의 육수에는 13가지 재료가 들어간다고 주인이 말했다. 사진 크게보기 지난 17일 오전 죽변항 서쪽 부두에서 바라본 항만 일대. 사진 크게보기 2005년 12월 30일의 죽변항. 지금은 항만 확장공사로 모습이 많이 바뀌어 이 장면 자체가 역사가 됐다. ▶음식 잘하는 집: ①물곰김치국=우성식당(죽변항 서편), 대성식당(죽변항 서편 우성식당 옆집) ②대구탕=돼지식당(수협 직판장 앞) ③해물탕=금성식당(수협 직판장 앞) ④잡어회·물회=자연회식당(죽변항 서편), 방파제 1호 강원도회집. ▶죽변항 해산물 택배 주문: ①도매상=송이네(죽변수협 수산물직판장 23호) 054-783-0139, 010-3523-0134 ②선주 직거래=대성호 선장 부인 신민숙(50)씨 010-9363-3350, 덕성호 박강호(46) 선장 부인 김경희(47)씨 010-8855-8917. ▶간편 숙박: 2014년 주민복지센터로 개장한 '죽변해심원온천'은 최신 시설의 찜질방을 쉬는 날 없이 24시간 운영한다. 지나가는 여행 때 잠시 쉬어가기 좋다. │해파랑길 27코스의 일부가 된 죽변등대 언덕 해안절벽 대숲 길 풍경들 화보사진 모두보기8
◇ 바다 속이 궁금해 죽변으로 이사한 서울 부부 제2 인생 도전 맛집 죽변항에서 오랜만에 만난 최영선(62)·최미자(53)씨 부부와 아들 주형(32)씨 일가족은 스쿠버 다이빙에 매료돼 인생 행로를 바꿨다. 안정된 서울 살림을 접고 바다가 좋아 죽변으로 간 지 5년째다. 남편은 수석매니저로 ‘죽변다이빙리조트’(죽변면 중앙로42)를 운영한다. 부인은 보쌈 음식점 ‘오첩반상’(죽변시외버스터미널 앞)의 주방을 책임진다. 아들은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합류해 다이빙 코치를 하면서 식당 일을 돕는다. 가족과 알게 된 건 10년쯤 전이다. 원래 서울사람이지만 처음 만난 곳은 죽변 바닷가였다.
│‘오첩반상’의 2인용 보쌈정식 화보사진 모두보기9 미역국이 함께 오른 상차림
최영선씨는 1960년대 후반, 중학생 때 가출을 했다. 돈 좀 있는 친구 꾐에 빠져 집을 나가 3개월간 동해안을 떠돌았다. 가출 한 달만에 돈이 떨어져 죽도록 고생을 했다. 돈 벌려고 정동진 탄광에서 탄을 캤다. 품삯은 쌀로 받았다. 그때 정동진역은 사람보다는 석탄 실어가던 화물역이었다. 너무 힘들어 도둑기차로 안인역까지 도망가 울산으로 갔다. 항만공사장에서 머구리(산업·어업 잠수사. ‘개구리’의 옛말)가 수중작업을 할 때 공기 공급하는 수동펌프 돌리는 일을 했다. 품삯을 전표로 주고 월말에 현금으로 계산해줬다. 당장 돈이 필요해 미리 환전하면 남은 기일에 따라 10~30% 할인한 헐값을 감수해야 했다. 채석장에서도 일하고 고래잡이 배도 탔다. 머구리 펌프 돌릴 때 바다 밑 세계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은 화석으로 뇌리에 남았다.군대 제대 후 1980년 3월 1일부터 1990년 2월 28일까지 한시택시를 운전했다. 이틀 운행하고 하루 쉬었다. 덕분에 쉬는 날 택시 몰고 여행을 많이 했다. 1984년 결혼하고 외아들이 태어났다. 사진 크게보기 ‘오첩반상’의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최미자씨는 손맛이 야무지다. 모든 음식을 직접 만든다. 신의주가 고향인 아버지는 낙원동 악기상가 옆에서 무대복 전문 양복점을 운영했다. 아버지 일을 물려받기 싫어서 택시를 했는데 10년 일하고 개인택시 신청을 했지만 떨어졌다. 아버지가 양복점을 물려줬다. 계속 하든지 팔아서 개인택시 면허를 사든지 알아서 하라고 했다. 사진 크게보기 ‘오첩반상’ 보쌈(중). 부부는 1990년 3월 1일부터 2011년 5월까지 21년 2개월이나 양복점을 맡아서 했다. 국민MC 송해씨도 고객이었고 많은 연예인·악사들이 무대복을 맞추러 오던 전통 있는 집이었다.양복점을 하면서 1992년 스쿠버 다이빙에 입문했다. 가출 때 머구리 펌프 돌리면서 막연하게 동경하던 바다 속 세계가 그를 이끌었다. 4년 후 아내도 따라왔다. 그 해 아들도 시작했다. 당시 만 12세의 아들은 스쿠버 다이빙 강습을 받을 수 있는 최저 연령이었다. 온 가족이 물놀이에 빠진 1996년부터는 매주 토요일이면 양복점 문 닫자마자 밤길을 5시간 달려 죽변으로 갔다.
다이빙을 즐기고 일요일 오후 서울로 돌아오는 일을 거르는 일 없이 매주 했다. 태풍이 와도, 눈비가 내려도 갔다. 밤이면 별이 쏟아지는 죽변 바닷가가 한없이 좋았다. 나이 들면 여기 와서 살겠다고 일찍이 작정을 했다.나이 때문인지 잠수 때문인지 그는 난청 증세가 생겼다. 양복점에서 손님의 얘기를 섬세하게 들리지 않기 시작했다. 생각 끝에 2011년 5월 양복점을 접었다. 10개월 놀다가 부부가 죽변으로 내려갔다. 오랜 단골이던 다이빙리조트를 2012년 4월 1일 임차해 운영했다. 다이버들이 먹고 자고 다이빙을 즐기는 데 필요한 것들을 공급하는 곳이다. 사진 크게보기 아침 햇살을 받고 있는 ‘오첩반상’ 식당 전경. 바다 좋아하고 새로운 도전을 즐기는 순천 출신 부인 최미자씨는 리조트에서 식사 준비를 담당하면서 바다를 즐겼다. 다녀간 사람마다 음식이 맛있다고 했다. 음식점을 권유했다. 그의 솜씨는 우연한 게 아니다. 일찍이 한·중·일·양식 조리사 자격증을 땄고, 한국전통음식연구소(소장 윤숙자 교수)에서 궁중음식 사범 과정을 수료했다. 마치면 궁중음식을 가르쳐도 되는 단계다. 나이 차 많은 신랑은 어린 신부에게 미안한 마음에 결혼에 쫓겨 제대로 못한 공부를 시켜주겠다고 했다. 신부는 바느질에 이어 요리 공부에 심취했다. 이상균 전통주연구개발원장, 떡·한과로 유명한 부산 ‘예현방가’의 방세윤 대표 등과 동문 수학했다. 두 사람은 그 분야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다.
리조트 식사 준비 대신 음식점을 차렸다. 지난해 7월 장소를 계약했다. 죽변항이 건너다 보이는 바닷가 언덕이다. 석 달간 준비해 10월에 개업했다. 집밥 같은 오첩반상을 메뉴로 하려고 상호도 그렇게 지었다. 오첩반상이란 밥·탕·김치·간장·찌개를 기본으로 하고 5가지 반찬(숙채, 생채, 구이나 조림, 전류, 마른반찬)을 차린 밥상을 말한다. 시장분석 해보니 바닷가 사람들이 좋아했다. 육고기를 더 얹어 보쌈정식(8000원)을 주 메뉴로 정했다. 거기에 보쌈(2만5000원/3만5000원)과 쟁반국수(1만원)를 추가했다. 서울의 보쌈 잘하는 집에서 고기 삶는 비법도 전수받았다.
대중음식점이지만 부인 최씨는 만들어진 음식을 사다 쓰는 건 스스로 용납하지 못한다. 자기 손으로 다 만들어야 만족하는 성격이다. 힘들지만 손님들이 주방으로 몸을 들이밀고 맛있게 잘 먹었다고 인사하면 모든 피곤이 풀리고 행복해진다고 한다.
보쌈정식에는 삶은 삼겹살(칠레산 최상급품) 8~9점에 가오리살이 들어간 무생채, 배추겉절이로 구성된 보쌈접시와 나물반찬 3가지, 양념게장, 신선 채소 샐러드, 무쌈 또는 장아찌 1종과 국이 차려진다. 국이 일품이다. 주중에는 콩나물·시래기된장국이나 황태국, 토요일에는 미역국이 나온다. 시래기·콩나물국(금요일 밤)과 미역국(토요일 낮)을 먹어봤는데 국물이 아주 구수하고 시원하다. 국만 가지고도 밥 한 그릇은 뚝딱이겠다. 미역국 비결을 물어보니 디포리·북어대가리·건새우·멸치·무·대패·마늘을 넣고 국물을 뽑아서 쓴다고 했다. 음식을 주문하면 주방에서 남녀 구성을 묻는다. 보쌈고기를 남녀 다르게 차리기 때문이다. 장사하면서 보니까 남녀 기호가 달랐다. 같은 삼겹살이라도 남자는 기름기 많은 쪽을, 여자는 적은 쪽을 찾았다. 거기까지 감안해 세심하게 상을 차린다. 이렇게 애정으로 정성을 쏟고 노력하니 음식점은 순항 중이다. 사진 크게보기 ‘오첩반상’ 내부. 사진 크게보기 음식점 창문을 통해 바라본 죽변항. 사진 크게보기 남편 최영선씨가 수석매니저로 운영하는 다이빙리조트. 방파제 너머로 죽변항이 보인다. 하는 일을 헤아리니 가족 셋이 모두 취미를 직업 삼아 제2 인생을 누리고 있다.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보다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보다 못하다[子曰 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논어 옹야(雍也)편]”라는 공자님 가르침에 따르면 이 가족의 삶은 부럽지 않을 수 없다.
문 여는 시간 오전 11시~오후 9시. 일요일엔 쉰다. 자료를 찾던중에 옮겨온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