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우연히 광주 진월동 빅마트 뒷길을 지나가다 '푸른길 가꾸기'에 우리가족 이름으로 나무를 심었던 기억이 나서 둘러보았다. 어린 나무는 어느새 단비와 따뜻한 햇살을 받아 어른나무가 되어 있었고 머지않아 푸른숲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니 내가 낸 조그만 헌수기금이 도심속 공원만들기에 일조를 했다는 행복감에 젖었었다.
'푸른길 가꾸기'(폐선부지에 도심속 푸른숲 공원 만들기)는 광주시민들이 만들어가는 '시민참여형' 사업으로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환경단체와 시민들이 '푸른길 운동본부'를 만들어 공원화사업을 제안해 시작된 지 5년째다. 시민과 기업, 단체들이 내는 헌수기금을 모아서 나무를 심고 공원을 만들어 가고 있다. 나무에는 각각 이름표를 달아 생명을 불어 넣었다. 자신의 이름, 가족이름, 갓 결혼한 신혼부부이름, 동네이름, 기업의 이름 등. 푸른길은 시민들이 쉴 수 있는 휴식처, 이웃과 소통하는 생활터로 변모하고 있으며 그뿐 아니라 도심속에 푸른숲을 만들어 오염된 도시공기를 청정하게 만드는 필터역할을 함으로써 시민의 건강에도 도움이 되고자 한 것이다. 즉 새로운 활력의 공간, 문화 공간, 생명의 공간으로 탄생하고 있다.
좀 생소하겠지만 시민들의 헌수기금을 '녹색기부'라 부르는 것은 우리가 사는 고장을 깨끗하고 안전한 자연생태적 녹색환경을 위해 기부하는 경우라서 특별히 녹색기부라 칭하였다.
즉 녹색기부는 도심속 푸른숲 가꾸기, 광주천 살리기 등을 위해 특별히 그곳에만 쓰이도록 지정기탁하는 개념이다. 연말 불우이웃돕기,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어린이 돕기 성금 등 다양한 기부행사가 있지만 아직도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하면 기부문화가 발달되어 있지 않다. 그것도 일회성 기부가 대부분이고 체계화 된 기부가 조성되어 있지 않다. 게다가 기부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뒷받침도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건 시민 모두가 나눔, 배려, 이타심, 참여라는 기부에 대한 성숙한 의식을 갖는 것이다. 성숙된 기부문화를 우리 광주에서 그리고 도심공원 가꾸기 위한 녹색기부에서 시작해 보면 어떨는지.
2010년 폐선부지에 푸른길의 전체가 완성된다. 그러나 우리가 꿈꾸는 생명의 도시숲길로 가는 길은 아직도 멀다. 지속적인 주민참여하에 어떻게 관리하고 가꾸어 나갈 것인지는 광주시민 우리들의 몫이다. 생명의 숲이 되기까지 푸른길 가꾸기는 우리자신과 우리 자손의 생명을 지키는 생명운동이며, 물질 위주의 문화를 생태문화로 돌리자는 운동임을 상기하면서 녹색기부 문화가 활짝 만개할 날을 꿈꾸어본다. 우리가 사는 광주의 아름다운 미래에 대해 의지를 갖고 삶의 질, 쾌적함, 어메니티(amenity)를 지향하는 녹색도시 광주, 생태문화공동체, 그리고 건강한 광주시민을 위해 이제 우리는 행동할 때다.
/ 전남매일 2009. 08.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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