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노량>을 보고 극장을 나오면서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감독이 참 영리하다였어요. 사실 이순신을 소재로 세 편의 영화를 만든다고 할때 저는 무척 궁금했어요. 내용 자체는 이미 역사가 스포이니 새로울 것도 없기 때문에 감독이 어떻게 그려낼 지 기다려지더라구요.
첫 영화 <명량>을 보면서 전투에 초점을 둔 명장의 모습을 보며 통쾌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 <한산>이 나온다고 했을때 학익진을 강조한 전투 영화를 또 보려나 했는데 예상 밖으로 인간 이순신의 고뇌를 중점으로 다루어서 개인적으로 아주 만족스러웠답니다.
개봉이 다가오면서 <노량>은 전투 장면만 한시간이 넘는다는 기사를 보며 다시 전투에 모든 것을 걸었구나 싶었죠.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하고 존경하는 이순신의 죽음을 다루는 영화가 될테니 전투 장면이 영화의 핵심인가보다라는 생각으로 오늘 극장에 갔어요.
3시간 가까이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서면서 극장에 들어갈 때 가졌던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영웅 이순신 영화가 아니라 이순신을 통해 전쟁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영화였어요. 조선 군사들뿐만 아니라 일본 군사들과 명나라 군사들도 누구를 위해 하나뿐인 목숨을 잃어야 하는지 감독이 관객인 저에게 묻고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전쟁의 의미를 세밀하게 보여주려다보니 한 시간이 넘는 전투 장면이 필요했음이 이해가 되더군요. 남편도 전투 장면에서 다양한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 것에 비추어보면 다른 누군가도 저희와 비슷한 생각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엔딩 크레딧 이후 쿠키 영상을 보며 이런 제 생각에 조금은 더 확신이 들더군요.
영화를 영화로만 볼 수도 있지만 영화를 보면서 비판적 사고로 다양한 측면을 생각해보는 것을 저는 좋아하는데요. 그런 점에서 <노량>은 아주 만족스럽네요. 초중등 혹은 대학 수업에서 학생들과 다양한 주제로 논의할 수 있는 좋은 소재라는 생각이 드네요~